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15> '개좌고개'의 의로운 누렁이

금산금산 2014. 4. 26. 09:13

[부산의 전설 보따리] <15>

'개좌고개'의 의로운 누렁이

효자 주인 지켜준 견공의 살신성인

 

 

 

기장군 철마면에서 금정구로 통하는 개좌고개에 설치된 개좌산 전설비.

 

 

 

- 장소: 기장군 철마면 연구리
- 노부모 모신 서홍인 먼길 통근
- 혼자 외로워 개를 길동무 삼아
- 개좌고개서 쉬는 중 큰 불 나
- 개가 목숨 바쳐 주인 지켜 줘
- 정려각·전설비 지금도 전해져


예부터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가 강해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개는 인간이 가축화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염병과 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어 사악한 것을 막는

역할뿐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을 있게 하고 풍년다산 보신으로 약효도 좋다고 한다.

신작로가 뚫리기 전 개좌고개(犬座谷)는 기장군 철마에서 부산 금정구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였다.

이 개좌고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연구리서홍인(徐弘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기장군 철마면 연구리에 위치한 서홍인효자비각 정려각.

7년간의 임진왜란이 끝나자

서홍인은 부산진성에 있는 입방군(入防軍)으로 복무하게 됐다.

노부모가 계신지라 입번(入番)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노부모를 모셔야만 하는 딱한 처지였다.

서홍인은 날이 밝기 전에 노부모가 드실 조반을 챙겨 놓고

연구리에서 험한 개좌고개를 넘어 부산진성까지 가서 입번을 마치고

다시 밤늦게 집에 돌아오곤 했다.

매일 이렇게 60리가 넘는 험한 먼 길을 통근했다.

그러자니 오가는 산길 120리를 혼자 다니기가 외롭고

위험해 집에 기르던 개 한 마리를 길동무로 삼아 데리고 다녔다.

어느 해 이른 봄, 서홍인은 입번을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개를 데리고 개좌고개까지 와서 잠깐 쉬었다.

밤길을 60리나 걸어왔고 봄철이라 노곤하여 깜박 잠이 들었다.

그 사이에 바위 너설에 걸어둔 횃불이 풀숲에 번져 불이났다.

이를 본 개는 멍멍 짖으며 주인의 옷자락을 물고 끌어당겼으나 잠에 곯아떨어진 주인은 깨어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충성스러운 개는 산 밑에 있는 계곡까지 급히 내려가 온몸에 물을 적셔 달려와서는

주인이 잠든 자리 주변을 뒹굴었다.

 이렇게 마른 풀숲에 물을 적셔 주인의 주위에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번 되풀이하였던 개는

지칠 대로 지쳐 더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고 결국 불에 타 죽고 말았다.

한참 뒤 잠에서 깨어난 서홍인은 반이나 불에 그을려 죽어 있는 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개가 제 목숨을 바쳐 자신을 살려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그 자리에 개의 시체를 매장하고 통곡했다.

이 충성스러운 개의 희생을 마을 사람들이 전해 듣고

이 고개를 개가 생명을 보살펴 준 고개라 하여 개좌(한실·大谷)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장현 읍지'의 효자 서홍인의 전기에 따르면

부산첨사는 서홍인의 효성을 가상히 여겨 그의 군역을 면제해

노부모를 부양하도록 특별히 은전을 베풀었다고 한다.

 서홍인의 효행심과 누렁이의 이날 밤 일들이 기장 현내로 소문이 퍼져 현감은 상부에 보고,

이 같은 전설적인 이야기는 정려각(연구리 579번지)이 세워져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2003년 철마면문화유산보존위원회에서는 개좌고개의 누렁이 무덤자리에

둥근 석판을 만들어 '개좌산전설비'를 세웠다.

이 '개좌산전설비'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볼 수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