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 김해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김해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

 

'가락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흔적 찾아 연인들 '사랑 확인'

 

▲ 김해시 회현동 봉황대 유적지 산등성이에 있는 황세 바위.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가 오줌누기 시합을 가졌다는 전설이 있는 이곳에서는 지금도 많은 선남선녀들이 찾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곤 한다. 정태백 기자

 

 

"가락국 9대 겸지왕 때 절친 사이였던 황 정승과 출 정승이 서로 사돈을 맺기로 약속했다.

 얼마 뒤 황 정승이 아들을 낳아 이름을 '세(洗)'로 하고, 출 정승은 딸을 낳아 '여의(如意)'라 이름 지었다.

하지만 돈이 많고 세력이 강했던 출 정승은 막상 딸이 생기자 시집보내기를 꺼리고, 딸 여의에게 남장을 시켜

키웠다.

점차 커 가면서 여의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세가 어느날 여의를 불러내 평소 자주 놀던 개라바위에서

오줌 멀리 누는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놀란 여의가 고민끝에 바위 뒷편에 있던 삼대(속이 빈 풀의 일종)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했다.

얼마뒤 여름 어느 날,

집 앞 해반천에 멱을 감으러 가자는 세의 제안을 받은 여의가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여자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들은 서로간 사모의 정을 가졌던지라 출 정승도 결국 교제를 허락했고, 약혼도 시켰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신라군이 침범하자 세는 전장에 나가게 되고, 여러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우면서

겸지왕이 '하늘 장수'라는 칭호와 함께 외동 딸인 유민공주와의 혼례를 명한다.

야트막한 산 정상에 황세바위
결혼 앞둔 커플 찾는 명소로
애틋한 사랑 마당극으로 부활
뮤지컬도 준비 관광자원화

세는 "약혼자가 있다"며 혼례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강제로 부마가 된다.

이를 지켜본 여의는 크게 상심하며, 세를 그리워 하다 스물네살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후 황세 장군도 여의 낭자의 죽음을 알고 마음의 병을 앓다 그 해 숨지고 말았다.

황세 장군과 결혼한 유민공주 또한 인근의 사찰에 들어가 수도승이 됐다."

-'김해민속지'중에서...

비운의 주인공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가락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경남 김해 도심가를 가로지르는 해반천을 끼고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형성된 '봉황동 유적지'에는

고대 4국으로 표현되는 가락국 시대의 유물과 주민들의 생활상이 담겨져 있다.

이 곳 정상 부근에는 특히 어릴적 세와 여의가 오줌 멀리누기 시합을 벌인 황세 바위가 자리한다.

사료에는 이들이 시합 때 눈 오줌자국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기술돼 있고

주변에 유달리 무성한 숲 또한 그 때의 오줌발(?) 영향이라 전해진다.

남장을 했던 여의 낭자의 '하얀' 거짓말을 상기라도 하듯

지금도 많은 청춘 남녀들이 이 곳에서 '진실게임'을 한다.

결혼을 앞뒀거나 애인들이 이곳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해시 김선옥(50·여) 문화관광해설사는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설화가 스린 이곳에

선남선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애절함이 주민들에게 직접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6년.

진주 소재 극단 '큰들'이 김해에서 열린 가야세계문화축전 때 12일동안 '여의와 황세' 마당극을 펼치면서 부터다. 이후 큰들은 전국 유명 축제 때 마다 여의와 황세 마당극을 펼쳐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의 낭자 혼을 기리는 여의각. 정태백 기자

 

꽃다운 나이에 숨진 여의 낭자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1975년 이 곳에 세워진 여의각에서는

해마다 단오날 제를 올리고 있다.

황세와 여의 낭자 설화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황후인 허왕옥의 신행길 관광자원화 사업과도 연계해 추진된다.

김해시 이현조 관광과장은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의 설화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뮤지컬 준비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백 기자 jeon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