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산성~'찰비산'
평탄한 듯 험한 산세 한적해 재미 곱절
유명산의 그늘에 가려 묻혀 있는 산,
더욱이 첩첩산중에 갇혀 제대 로 가볼 수 없었던 산,
그러나 살펴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산,
오르 고 보면 역시 잘 왔다고 생각되는 산.
이번 주는 의령의 산성~찰비산 능선을 소개한다.
이 능선은 유명한 자굴산의 그늘에 가려 일반에겐 잘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굴산 못 잖은 산세와 조망을 갖췄다.
입춘 막 지나 찾은 산성~찰비능선은 부드러운 듯 강인한
두 얼굴로 산행의 묘미를 한껏 더해주었다.
코스는 궁류면 벽계마을에서 시작, 외초고개, 산성산, 찰비산을 거 쳐 곡소마을로 내려온다.
종주시간은 5시간 정도.
들머리는 궁류면 벽계마을.
길은 벽계마을 끝집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외초고개로 올라가는 코스와
아스팔트 포장길이 끝나고 임도 를 30여m 더 걸어가 다리부근에서 계곡을 치고 올라가는 길 두 갈 래가 있다.
마을 끝집에서 오르는 길은 반반하고 평탄해 쉽게 올라 갈 수 있지만
계곡길은 등로가 희미하고 중간에 끊어지는 곳이 많아 상당히 애를 먹는다.
굳이 힘들이고 싶지 않다면 능선길을 택하 는 것이 좋다.
사실 취재팀도 1시간이면 넉넉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을
계곡으로 에돌아가는 바람에 2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 만 길을 찾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계곡길을 따라도 괜찮을 듯하다.
계곡에서 외초고개로 제대로 오르려면 다음 3가지를 새겨둬야 한다.
우선 방위각을 260도 방향에 정치하고 수시로 나침반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초입부분의 길은 계곡과 나란히 가지만 자락으로 올라서면 길은 계곡으로 내려서지 않는다.
또 계곡과 만나더라도 건너지 말고 계속해서 계곡의 오른쪽을 타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점들을 유의하면 길을 잃었을 때도 어렵지 않게 새 등로를 개척 할 수 있다.
초입은 임도에 나 있는 조그만 다리에서 시작된다.
길은 다리에서 계단식 밭에 올라 계곡옆 오른쪽 밭둑을 따라간다.
5분 정도 오르 면 계곡이 점차 좁아지면서 산자락과 마주친다.
여기에 키는 작지만 낙엽이 떨어진 활엽수 속에 잎푸른 소나무 2그루가 서 있다.
길 은 밭을 가로질러 소나무를 돌아 산자락으로 오른다.
그 길을 따라 10여분 더 가면 묵은 밭이 나오고 계곡과 만난다.
길은 여기서 사실상 끊긴다.
취재팀도 여러 갈래로 흩어져 길을 찾아 봤지만 짐승 길외엔 이렇다할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길이 없다고 해서 계곡을 건너선 안된다.
묵은 밭이 나오면 밭을 따라 계곡쪽으로 가 다가 밭이 끝날 즈음에
다시 오른쪽 자락으로 치고 올라가는 식으 로 해야 한다.
이렇게 3번 정도(40여분 걸림)되풀이하면 오른쪽 산 자락으로 간이 철조망을 만난다.
철조망이 보이면 계곡은 다 올라 온 거나 다름없다.
바로 옆에 제법 뚜렷한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외초고개에 올라서면 산성산 정상까지 길잃을 염려는 없다.
길도 반반하고 단일능선이면서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다.
초입부분에서 흘린 땀을 식히면서 천천히 올라도 4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
산성산(741m)과 찰비산(835m)은 높이가 100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
따라서 두 산을 이어주는 능선도 큰 변화없이 완만하게 흘러간다 .
하지만 그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주변 경관이 현기증이 날 정도 로 황홀하다.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을 빼고는 인근의 산들이 장난 감집처럼 낮아 보인다.
어림잡아 반경 50km안은 그야말로 막힘없다 .
그러다 보니 경남의 산이란 산은 죄다 조망된다.
서북쪽으로 천왕봉을 비롯, 중봉 연화봉 반야봉 등의 지리연봉들이 오롯하고
모산 재 황매산 가야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화왕산 관룡산, 남쪽으로는 벽방산 와룡산이 하늘금을 보이고 있다.
산성~찰비산 능선은 말발굽처럼 동쪽으로 휘어져 흐른다.
동쪽 사 면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다 끝자락에서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능선 에선 살펴보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이다.
그러나 서쪽 사면은 사정이 다르다.
깎아지른 절벽과 암봉이 치솟아 전형적인 악산의 형태를 하고 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모습을 하나의 능선으로 감추고 있다.
찰비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 갈래.
통상적인 하산로는 동쪽 으로 나 있는데 이 코스는 또 자굴산과 연결되는 능선이기도 해 길이 뚜렷하다.
취재팀은 일반 등산로를 버리고 서남쪽으로 난 능선을 하산로로 택했다.
이 능선은 천하장사를 지냈던 이만기씨의 고향인 대의면 곡소마을로 떨어지는데
산성~찰비산의 서쪽 능선을 속속들이 조망 하며 내려설 수 있는 코스다.
능선은 급격히 고도를 낮추면서 잘록이 부분에서 두 개로 나눠진다.
이 부분은 하산하는 순간에는 잘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주의해서 내려와야 한다.
한참을 내려와서 왼쪽에 자굴산이 보이면 잘못 내려왔다고 판단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
취재팀이 답사한 하산로는 잘록이 근처에서 행정저수지를 정면으 로 쳐다보며 내려오는 코스다.
행정저수지는 부산 경남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명당으로 곡소마을 바로 앞에 있다.
이 코스는 왼쪽에 지릉이 가로막아 자굴산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찰비산에서 합천 삼가면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서북 능선이 조망 된다.
하지만 이 코스 역시 마을에 인접해서 길이 끊긴다.
바로 코 앞에 집들이 보이지만 칡덩쿨과 가시덤불로 가로막고 있다.
여기서 는 어쩔 수 없이 덤불을 정면통과할 수 밖에 없다.
속살을 헤집고 다니는 산행자들에게
찰비산이 가볍게 나무라는 무언의 표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진용성기자 ysjin@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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