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24>
핀란드 헬싱키 '하카니애미' 마켓홀
엄마가 가족에게 주고 싶은 것만 파는 게 100년 시장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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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이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자주 찾은 하카니애미 마켓홀 채소상점. 김영해 씨 제공 |
한 시간쯤 뒤 공원 산책을 하고 아침 일찍 열리는 하카니애미 마켓홀을 찾았다.
그러나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인지, 한두 개 상점들만이 당일 팔 물건을 차에서 내리는 중이었다.
시장은 복합형 건물인 [마켓홀]과 [야외장터]로 구분돼 있었다.
야외장터는 각종 먹거리와 꽃, 야채, 과일, 수산물을 팔았다.
광장을 지나면 2층으로 된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나는데, 바로 1914년 문을 열어
새해로 100년을 맞는 하카니애미마켓홀이다.
하카니애미마켓홀은 오전 8시∼오후 6시 운영된다.
그러나 야외장터는 오후 4시면 끝난다.
■ 자연에서 가져온 선물들
하카니애미마켓홀 1층으로 들어갔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배가 고픈 탓인지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였다.
식당가를 돌아가니 나무 바구니에 당근과 감자가 잔뜩 담겨 있었다.
핀란드는 국토의 약 70%가 숲이고, 15%가 농경지, 거주지, 도로라고 한다.
그만큼 자연 속에서 자란 식재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생선은 주로 발틱 해에서 가져오는데, 어부들이 직접 요리한 생선튀김은 인기가 많아 줄을 서야 했다.
2층은 수공예품과 벼룩시장이 있었다.
상점은 작았는데,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100년 된 목조 상점도 있다고 한다.
일부 상점은 얼마나 만졌는지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보온제품이었다.
북부 원주민 '랩프족'이 순록 모피로 만든 방석과 장갑, 모자가 수공예품 가게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것도 있었다.
이른바 무명 예술가들의 갤러리였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2층에서 가장 큰 매장은 마리메코 아웃렛이었다.
핀란드의 국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아웃렛인데, 전통시장에 매장을 설치한 것이 특이했다.
마리메코의 과감한 그래픽과 원색은 앞치마부터 커튼까지 가정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총괄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주로 단색의 공간에서 거주하는 핀란드인은 원색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또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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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니애미마켓홀 전경. 김영해 씨 제공 |
■ 영혼을 치료하는 음식들
하카니애미마켓홀 주변에는 외국인이 많이 산다.
이 때문에 이들을 위한 음식과 식재료를 파는 상점이 많다.
그중에는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안 식재료 상점이 유독 더 많은데,
이런 상황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이다.
소박한 음식과 한적한 핀란드 풍경이 잘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핀란드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일본에서 온 한 여인이 핀란드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며 자국 음식 속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음식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의 맛을 알게 해주는 영화다.
그 일본인 여인이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자주 들락거린 곳이 바로 하카니애미마켓홀이다.
이쯤에서 시장의 본질을 생각한다.
각종 방부제와 첨가물로 뒤범벅된 상품을 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시장이 될 것인가?
한국의 많은 전통시장이 시설을 현대화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서
정말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 영혼을 담은 슈퍼마켓
헬싱키에는 '안톤앤안톤'이라는 유기농 가게가 있다.
자신의 아들 이름을 딴 이 가게는 로컬 푸드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농수산물이 헬싱키 근처에서 배송됐고, 모두 친환경 종이나 노끈으로 포장하고 있다.
심지어 고기, 야채, 생선, 치즈 등은 아예 날것 그대로 진열돼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한 식품임을 알 수 있다.
이 가게는 평범한 주부였던 니나 히에탈라티가 설립했다.
그는 아이를 낳은 뒤 건강한 식재료를 사러 슈퍼마켓에 갔는데 영혼이 없는 식품을 보고 화가 났다고 한다.
이후 가족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가게를 차렸다는 것.
지금도 이 가게의 콘셉트는 '엄마가 가족에게 주고 싶은 것들'로 돼 있다.
안톤앤안톤은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대신 정직함과 경쟁하고 있다.
산지에서 정직한 제품을 가져와 정직한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것이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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