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22>
체코 프라하 '골목 레스토랑'
골목 앞에 웬 신호등? 호기심 자극하는 줄 서는 맛집!
![]() |
▲ 체코 프라하의 명물인 카를교. 양쪽에 매표소가 있는 다리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 성인 30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미술관 역할도 하고 있다. 이랑주 씨 제공 |
그런데 프라하 시내를 한 시간만 걸어도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공감의 감탄사가 절로 난다.
거리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건축물로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그 주변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이 다 연인처럼 느껴진다.
■ 미술관이 된 다리… 쓰임의 파괴
한참을 걷다가 프라하의 명물인 카를교가 닿았다.
다리는 아름답다.
하지만 더 주목을 끈 것은 다리 곳곳에 설치된 성서 속 인물과 체코 성인 30명의 [동상]이었다.
순간 다리가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다리 양쪽에 매표소가 있다.
다리가 교량 역할을 넘어 미술관으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놀라웠다.
쓰임의 파괴다.
다리만 만들겠다는 사람에게서는 이런 생각이 나오지 못한다.
다리를 만들면서 그 다리를 지나 다닐 사람들을 설계자는 생각했을 것이다.
소통이나 형식 파괴, 창조 경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리가 엄청 많다.
하지만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통로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는 다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다리 위의 조각상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성 요한 네포무크 상이다.
동상 아래 부조에는 [바람 핀 왕비의 고해성사를 국왕에게 알리지 않아 혀를 잘린 채 강물에 던져진]
요한 네포무크 신부가 새겨져 있다.
이 조각상 밑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 때문에 그 부분이 반질반질했다.
■ 쇼를 하는 시계… 감동의 실체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사람들의 걸음이 바빠졌다.
이유를 물어보니 옛 시청사의 시계탑에 걸린 천문시계를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청사 앞 광장에 이르니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오후 9시 정각에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인형이 움직이면서 시계 종을 쳤다.
두 개의 창문에서는 12사도가 등장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것도 소용이 없다는 경구의 종소리다.
시계에는 끔찍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1490년 하누스라는 사람이 이 시계를 만들었는데,
시계가 너무 정교하고 아름답자 다른 지역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그러나 프라하 시의회는 그를 장님으로 만들어 더 이상 같은 시계를 제작하지 못하게 했다.
장님이 된 하누스는 이후 그 시계를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후 400년 동안 고장난 상태로 방치됐다. 시계가 고쳐진 것은 1860년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설에 지나지 않는다.
시계 제작자는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얀 신달 카를대학 교수와 미쿨라슈 시계장인이라고 한다.
시계가 제작된 것도 1490년이 아니라 1410년이라고 한다.
그러면 왜 이런 슬픈 전설이 전해졌을까?
1552년 또다른 시계 장인이 이 시계를 고칠 때 제작자 이름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는 것.
실수가 빚어낸 해프닝이 슬픈 전설을 낳은 것이다.
아무튼 이 시계는 시계라는 실체와 상관 없이 수많은 여행자를 끌어 모으는 관광자원이 됐다.
사람들은 시계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계쇼를 관람하고 그 전설을 듣고 감동을 받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그 시설물의 쓰임과 디자인, 스토리의 형식 파괴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지….
■ 골목 안 골목 레스토랑
체코 맥주를 한 잔 마실 생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골목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목격했다.
가까이 가보니 좁은 골목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어 선 것이다.
골목 앞에는 신호등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궁금증이 일어 그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
붉은 등이 초록 등으로 바뀌자 사람들이 내려갔다.
그곳에는 골목이 있고 골목 계단 아래에 넓은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레스토랑이 자리잡았다.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한 틈새 레스토랑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에 식당을 차린 것이다.
모든 사람이 주요 거리가 포화상태라 더 이상 장사할 곳이 없다고 생각할 때
이 식당주인은 틈새를 발견했다.
문제는 관점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런 틈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 |
좁은 골목에 신호등을 달아 눈길을 끈 골목 레스토랑. |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골목인데도, 일부러 신호등을 설치해 주목받은 것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사업전략으로 보인다.
남들이 줄을 서고 있으면 덩달아 줄을 서고 싶은 심리를 잘 [활용]한 것이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장&골목] <24>핀란드 헬싱키 '하카니애미' 마켓홀 (0) | 2014.06.25 |
---|---|
[광장&골목] <23>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 (0) | 2014.06.18 |
[광장&골목] <21> 스페인 마드리드 '산미겔시장' (0) | 2014.06.04 |
[광장&골목] <20> 영국 런던 '버러마켓' (0) | 2014.05.28 |
[광장&골목] <19> 호주 멜버른 '퀸즈빅토리아'마켓 (0) | 2014.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