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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골목] <23>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

금산금산 2014. 6. 18. 08:51

[광장&골목] <23>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

 

시장 지도 보며 자전거 타고 쇼핑하는 '오사카의 부엌'

 

 

 


일본 오사카 구로몬시장의  한 딸기 가게는 이쑤시개를 꽂은 것처럼

딸기 꼭지를 길게 만들어 진열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산지 느낌이 더 난다고 말한다.  이랑주 씨 제공

 

 

'오사카의 부엌'이라 불리는 [구로몬]시장을 찾았다.

 아직 쌀쌀했다.

일본의 시장 골목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추웠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무엇인가를 열심히 주워 담았다.

딸기였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딸기마다 긴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다.

 

왜 딸기에 이쑤시개를 꽂았을까?

[손으로 딸기를 집으면 물러지니 이쑤시개를 꽂아서 바로 가져가라]는 뜻일까?

궁금한 생각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놀랐다!

그것은 이쑤시개가 아니고 딸기 꼭지였다.

대략 5㎝의 길이였는데, 일부러 산지 느낌이 더 들도록 했다고 가게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이 [작은 변화가 손님을 불러 모았다.]

창조경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통념을 비틀고 뒤집는 발상에서 새로운 통찰력이 생긴다.

오랫동안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진 상황에서는 딸기 꼭지조차 길게 하지 못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물건을 선택하는 고객의 관점을 바라봐야 한다.

미리 그릇에 담아 빨리 팔아야지 하는 순간, 손님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손님이 딸기를 담는 동안 또다른 손님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 시장 바닥을 대리석으로

바닥에 대리석을 깔고 폭을 넓혀 자전거를 타고도 장을 볼 수 있게 한 구로몬시장.

 

시장 통로를 걷다가 또 깜짝 놀랐다!

시장 바닥이 대리석이었다.

시장에 들어설 때부터 왠지 고급스럽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바닥의 대리석도 한몫했던 것 같다.

4m 정도의 폭 넓은 동선을 확보하고 대리석을 깐 이유는 자전거를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본 고객의 쇼핑 패턴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시장의 넓은 통로는 자전거 쇼핑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주변 할인점이나 백화점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접근성을 제공했다.

회색과 푸른색의 고풍스러운 대리석 바닥은 진열된 시장 상품을 더욱 고급스럽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통로를 개선한 뒤 방문 고객 중 20~30%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쇼핑을 즐긴다고 시장 측은 말했다.


■ 정찰제로 고객 신뢰를 얻다

일본 최대 번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도톤보리 인근에 위치한 구로몬시장은 1820년대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일본 전통시장]도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에 의해 끊임없이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구로몬시장은 하루 2만 명이 찾는 곳으로 살아남았다.


구로몬시장은 [떠나가는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시설 현대화 작업]을 실시했다.

30년 전 천막으로 된 아케이드를 지난 2004년 환기와 조명을 갖춘 현대식 아케이드로 교체했다.

덕분에 바다에 접한 오사카 특유의 습한 여름철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시장 내 온도는 바깥보다 3~4도가 낮아 거의 더위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구로몬시장은 또 일찍부터 양이 아니라 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 제품을 정찰제로 팔고 있으며,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제 가격에 팔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것이 고객 신뢰를 얻었다.

200년이 다 된 시장답게 대다수 상점은 3, 4대를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철저한 단골 관리가 장점이자 경쟁력이었다.

상점은 대략 180개인데, 상점마다 200∼2천여 명의 단골을 갖고 있었다.


■ 시장 지도에 모든 것 담다

시장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시장 입구의 아무 점포나 들어가 '시장 지도'를 요구하면 된다.

180여 개의 상점 이름과 특징이 잘 요약돼 있다.

점포 위치와 전화번호, 취급 물품도 한 장의 지도 앞뒤로 적혀 있다.

지도 뒷면에는 시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가 월별로 표기돼 있다.

그중 계절별로 정해놓고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갖는 '생선의 날', '과일의 날'이 눈길을 잡았다.

제철에 꼭 먹어야 하는 식품을 특별행사를 통해 제공하려는 상인의 마음을 담았다.


이런 행사 외에도 조합에서 상점별 할인쿠폰을 모은 전단을 발행해 매주 토요일 5~10% 할인행사도 갖는다.

상품 구입에 따른 포인트 적립, 야시장 등은 기본 중 기본이다.

[구로몬시장]은 전통을 살리되 불편을 최소화했다.

자전거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대리석을 깐 것도 그런 전략 중 하나였다.

정찰제와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판매, 배달 서비스 확대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고객이 쉽게 찾아오고, 쇼핑하는데 불편이 없고, 품질 좋은 상품이 늘 준비돼 있다면

전통시장이라도 살아남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구로몬시장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이 같은 전략을 거의 모든 가게가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