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27>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숲과 햇살이 만든 공원 같은 시장에서 수백 명이 맥주를 마신다
▲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의 비어가든은 1천 명가량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은 나무그늘이 시원한 한여름의 비어가든 풍경. 이랑주 씨 제공
여행을 하면서 각 나라의 전통 술을 종종 맛보았다.
그러다 보니 이를 빠뜨리면 왠지 섭섭했다.
칠레에서는 와인을 실컷 마셨고, 독일에서는 맥주를 원 없이 마셨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로 알려진 '옥토버 페스트'는 뮌헨에서 열린다.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맥줏집]이 있다.
이른바 야외 맥줏집인데,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이곳을 찾아 담요를 두른 채 맥주를 들이켠다.
[독일인]들은 맥주를 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인]이 식사 때 와인을 곁들이는 것처럼 [독일인]은 맥주를 물이나 차처럼 마신다.
뮌헨에 왔으니 독일인처럼 맥주를 맛보자며 마리엔 광장을 찾았다.
광장에서 가까운 숲 속 이곳저곳에서 수백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신기한 풍경이었다.
■ 20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시장
숲이 있는 이곳은 200년 넘게 뮌헨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빅투알리엔시장'이다.
140여 개의 상점이 과일, 채소, 육류, 생선, 잡화를 팔며 간이식당도 많이 위치하고 있다.
시장인데도 보행자 길이 꽤 넓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쇼핑을 하는 주부도 많다.
한 주부가 무려 5명의 아이들이 탄 유모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놀란 필자에게 그는 "정원이 6명"이라고 답했다.
두 다리를 오므리고 서로 복잡하게 앉은 아이들이 귀여웠다.
유모차 하나에서도 독일인의 검소함이 느껴졌다.
빅투알리엔시장 [중앙]에는 비어 가든이 있다.
맥주를 마시는 야외광장이다.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600∼1천 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큰 맥줏잔을 하나씩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 숲과 시장이 한데 어우러져
초록빛의 울창한 숲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그 햇살에 맥주가 더 노랗게 변했다.
숲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무도 술에 취해 크게 떠들지 않았다.
하나같이 조용히 햇빛과 맥주를 즐기며 소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웠다.
시장은 숲과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공원 역할을 했다.
[빅투알리엔 시장]은 시장에 지붕을 덮지 않았다.
일부러 현대화하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을 그대로 살려 사람들이 공원처럼 찾아와 시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널찍한 통로와 산책할 수 있는 숲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시장 안에는 차가 들어 올 수 없었다.
시장 바로 옆에는 소극장과 공연장도 있었다.
빅투알리엔시장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외국 관광객들의 여행 후기를 들여다 보았다.
하나같이 시장 중앙에 있는 비어 가든에서 맥주를 마신 것을 최고의 추억으로 삼았다.
■ 이익 보다는 전통 유지가 더 중요
빅투알리엔시장은 하나의 규칙을 갖고 있다.
어떤 가게가 문을 닫을 때, 그 다음에 [누가 들어와도] 앞서 팔던 품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부러 오래된 가게를 찾았다.
자신의 성을 딴 '트레터'라는 [채소가게]였다.
주인은 자신의 증조부가 1912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고 귀띔했다.
주변 가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장사를 하는 가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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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별로 잘 정돈돼 있는 빅투알리엔 시장의 채소 가게 모습. |
하지만 모든 상인이 부모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아니었다.
한 상인은 "이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자신이 파는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성실성"
이라고 답했다.
자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게를 물려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시장에서 현장학습하는 아이들
시장 안의 [비어 가든]에서 소시지 한 접시를 시켜놓고 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독일인처럼 입술에 거품도 묻혔다.
기분이 좋았다.
비어 가든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맥주를 6주 단위로 바꿔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뮌헨에 있는 6개 양조장이 가든 맥주를 번갈아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어 가든을 중심으로 바깥쪽에는 안주용 소시지 가게와 페스트 푸드점이 즐비했다.
이들 가게가 비어 가든과 공생했다.
마음에 드는 안주를 먼저 시키고 자리를 잡은 뒤 맥주를 주문하면 된다.
문득 빅투알리엔시장은 존재 자체가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는 현장 학습을 나온 아이들도 많았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본 경험이 있는 아이가 커서도 시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이곳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를 ?鎌抵(겸저)?...
당국과 시장 상인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전통과 삶,
시장의 의미를 가르치고 있었다.
왜 우리는 아이들을 놀이시설이나 박물관, 과학관으로만 데리고 다니려 할까?
시장에서 더 많은 삶과 다양한 전통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는데 말이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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