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29>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알토 수산시장'
'물의 도시'에서 서두르지 않는 아름다운 일상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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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명물인 리알토 다리. 아치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다리를 넘어가면 귀금속과 가죽 제품을 파는 점포가 줄지어 서 있다. 이랑주 씨 제공 |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타루치아 역을
나설 때 비릿한 냄새가 났다. 역 앞에는 운하가 흐르고, 그 위로 배가 지나갔다.
초록빛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중세풍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무거운 가방을 끌며 예약해둔 숙소를 찾았다.
하지만 골목이 다 비슷비슷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골목은 좁았다.
택시가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민박집은 석조 건물이었다.
덕분에 한여름이었는데도 실내는 시원했다.
오래된 건물 같아서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은 "200년이 넘었다"고
답했다.
■ 3층 방을 배정한 까닭 있었다
베네치아의 집은 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
대들보 같은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땅속에 박고,
그 사이에 다시 작은 나무기둥을 또 박아 지반을 단단하게 굳힌 뒤 석조 건물을 올렸다.
나무는 세월에 따라 천천히 경화돼 나중에 바위처럼 굳어진다고 했다.
덕분에 나무 위에 지은
집인데도 수백 년을 견딜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올라가면서 불평했다.
왜 1층이 아닌 3층 방을 주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들었다.
베네치아는 갑자기 물이 불어 가옥이 잠기는 경우가 잦단다.
이때 1층에 있으면 큰일을 당할 수 있다.
여행객뿐 아니라 주민들도 대부분 3층을 썼다.
베네치아 가옥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창문이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건물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 118개의 섬과 455개의 다리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리알토수산시장을 찾았다.
이를 위해 먼저 베네치아 최초의 다리라는 '리알토 다리'부터 찾았다.
리알토 다리가 얼마나 유명한지 골목 곳곳에 다리로
가는 길을 노란 글씨로 표시해 놓았다.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아치가 특히 더 아름다운데, 새벽부터 이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관광객이 많았다.
다리를 넘어가자 귀금속과 가죽 제품을 파는 점포가 줄을 이었다.
베네치아는 잘 알려졌듯이 '물의 도시'다.
도시 전체가 운하로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섬과 섬을 연결한 다리가 리알토를 포함해 455개나 된다고 한다.
다리가 연결하고 있는, 크고 작은 섬은
118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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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송어, 가리비 등 다양한 수산물을 살 수 있는 리알토수산시장. |
■ 시장 입구에 걸린
붉고 큰 천
리알토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어가니 14세기에 조성된 리알토수산시장이 나왔다.
수산시장이라고 해서 해산물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일과 채소도 많다.
과일·채소시장을 지나니 어시장이 나왔다.
어시장 건물이 꽤 고풍스럽다.
건물 입구에 붉고 큰 천을 걸었는데, 베네치아의 뜨거운 햇빛을 막는 용도란다.
천에는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사자가
그려졌다.
상인들은 해산물을 싱싱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대 위에 얼음을 깔았다.
얼음 위에 곱게 누운 생선은 한국 것과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이 즐겨 먹는 생선은 고등어, 명태, 갈치인 반면에 베네치아 사람들은 연어, 송어, 농어, 가리비 등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한 할머니가 가게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생선을 어떻게 손질할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정겨웠다.
두 사람은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상인과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이웃끼리의 대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게 다리를 본 순간 불안감이…
광장 중앙에 공동 수도가 있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 같았다.
그 옆에서 한 상인이 부지런히 채소를 다듬었다.
그 상인에게서 사과를 한 봉지 샀다.
꿀맛 같다.
사과를
먹었지만 배는 여전히 고팠다.
베네치아에서 해산물 파스타를 먹고 싶은 욕심에 식당을 찾았다.
메뉴판은 이탈리아어로 씌어 있어 입간판에 걸린 새우 파스타와 생선요리 그림을 보고 주문했다.
가격이 비싸 보이지 않았다.
사달은 잠시 뒤 터졌다.
음식이 나왔는데, 큰 접시 밖으로 붉은 새우다리가 삐져나왔다.
이렇게 큰 새우가 있었나.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파스타 면을 살짝 걷어내고 밑을 보니 새우가 아닌 바닷가재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결국 40만 원의 거금을 지불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자동차 없이 산다.
곤돌라 뱃사공으로, 어부로, 관광가이드로, 소믈리에로 살아간다.
그들은 봉골레나 맛조개 파스타를 먹고, 해산물 리조토에 새우나 게 튀김을 얹어 즐긴다.
아름다운 일상이다.
lmy730@hanmail.net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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