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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골목] <28> 오스트리아 빈 '나슈마르크트'

금산금산 2014. 7. 23. 20:45

[광장&골목] <28>

오스트리아 빈 '나슈마르크트'

 

 

 

클래식보다 더 진한 삶의 선율이 흐르는 '빈의 식탁'

 

 

 

 

▲ 매주 토요일 새벽 오스트리아 빈의 나슈마르크트 시장 끝 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옷, 시계, 액세서리, 식기, 고서적 등 낡은 물건이라면 다 구경할 수 있다. 벼룩시장이 서면 길 양쪽으로 간이매점과 이동식 카페도 줄줄이 생긴다.

 나슈마르크트 홈페이지 발췌.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에서도 가장 우아한 도시로 손꼽힌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옛 건축물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고 어디에서나 오페라 선율을 들을 수 있다.

 음악과 예술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중세의 도시, 빈에서 의외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빈의 식탁]으로 불리는 전통시장, '나슈마르크트'다.


■ 16세기 '우유통' 거래로 시작

나슈마르크트는 16세기 우유를 담는 나무통이 거래되면서 형성됐다.

이후 빈 교외에서 재배된 농산물과 다뉴브 강을 따라 들어온 각종 생산품이 합쳐지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지금처럼 상설시장의 지위를 받은 것은 1919년.

500m 길이의 시장에는 각종 채소와 과일, 고기, 해산물, 향신료, 치즈, 와인 등이 가득하다.

그러나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채소나 생선과 같은 1차 생산품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시장 입구]부터 각종 카페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사실 나슈마르크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도 시장 입구의 각종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빈 지방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국적 프랜차이즈와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 분점을

시장에 유치하고 기존의 노점을 음식점으로 격상시켰다.

그중에는 해산물 체인점으로 유명한 '노트제(nordsee)', 직장인에게 인기 있는 '테바672',

한국인 김소희 셰프가 운영하는 '킴 코흐트' 분점도 있다.

이들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오리엔탈식, 지중해식, 동유럽식 음식을 모두 선보인다.

매콤한 볶음면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두부튀김까지 메뉴가 다양하기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의 입맛에 맞춘 외국계 음식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 주말엔 댄스파티와 사진 경연

나슈마르크트는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DJ 댄스파티', '그레이트 나슈 사진 콘테스트' 등을 기획하고 있다.

그중 사진 콘테스트는 시장을 찾은 고객이 직접 사진을 찍어 시장 홈페이지에 올리면

가장 창의적인 사진을 뽑아 푸짐한 경품을 주는 행사다.


나슈마르크트는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고객이 잊을 만하면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정착한 지 벌써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관심을 받는 이유도 전통에 새로움을 더하려는 '온고지신'의 전통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와의 협업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다.

만약 유명 브랜드나 레스토랑을 유치할 때 상인들이 자신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며 반대했다면

지금과 같은 나슈마르크트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곳 상인들은 그만큼 자신의 음식과 상품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 광장의 '벼룩시장'도 구경할만

나슈마르크트 끝에는 광장이 있다.

이 광장에서 매주 토요일 벼룩시장이 열린다.

옷, 시계, 액세서리, 식기, 고서적, 액자, 여행가방 등 낡은 물건이라면 죄다 구경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은 너무 낡아서 왜 가지고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지만 의외로 잘 팔린다.

필자도 오스트리아 공주가 걸쳤을 듯한 화려한 레이스의 스카프 한 장을 구매했다.

주인은 20유로를 불렀으나 한국 아줌마 특유의 흥정 끝에 15유로에 샀다.

벼룩시장은 토요일 새벽 5∼6시에만 열린다.

이른 새벽인데도 시민과 관광객이 의외로 많다.

벼룩시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길 양쪽으로 간이매점과 이동식 카페가 생긴다.

벼룩시장의 낡은 물건도 구경하고 끼니도 때우는 것이다.


■ 황제가 즐겼다는 카이저슈마른

걸어 다니느라 하루 종일 수고한 다리를 위해 시장 근처의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오스트리아 황제가 즐겼다는 팬케이크 '카이저슈마른'을 주문했다.

건포도를 넣고 가루설탕을 뿌려 자두잼과 곁들여 먹는 팬케이크인데,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이 음식을 즐겼다는 데서 유래했다.

진한 커피와 따뜻한 디저트가 있고, 작품처럼 아름다운 건물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적 향기를 내뿜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창밖 풍경은 지루하지 않다.


도시 특색을 나타내는 것은 화려한 관광지만이 아니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에 클래식 선율보다 더 진한 삶의 소리로 가득 채워진 빈의 벼룩시장은

다른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발산했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시장 근처 카페에 전시된 차와 커피. 파스텔 톤의 차 주전자와 컵, 포장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