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동천 재생…[해외서 배운다] <2> '세느 강변길 되찾기' 프로젝트

금산금산 2014. 8. 31. 09:02

동천 재생…[해외서 배운다] <2>

'세느 강변길 되찾기' 프로젝트

 

 

차 없는 세느 강변길 열리자 시민 여가활동·문화 이벤트 줄이어

 

 

 

리시파리시가 시민들의 세느강변 접근 편의를 위해 오르세 미술관 앞에 설치한 계단형 덱 모습. 원래 자동차 도로였지만 과감하게 용도를 바꾸었다. 박창희 선임기자

 

 

 

- 오르세 미술관서 앨마 포구 2.3㎞ 구간
- 벤치·공연장 등 설치
- "파리지앵이 원하면 걷기 전용길 더 확대"

- 15척의 유람선, 다양한 관광 서비스
- 퐁네프 등 37개 다리 제각각 스토리텔링
- 관광자원으로 활용

- 하천경관 개선 시민 참여 이벤트 등
- 친수공간 일부, 민간이 맡아 운영…공익 꾀하는 혁신

세느강은 파리 관광의 핵심 인프라다.

세느강 없는 파리를 생각할 수 없고, 파리없는 세느강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이 세느강에 목하 의미심장한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세느 강변길 되찾기' 프로젝트다.

 

"뭐야? 세느강에 여태껏 강변산책로가 없었나?"

취재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느강을 수로, 친수공간으로 적극 이용해 온 파리시의 고민도 여기 있었다.

 파리시는 그 고민을 지금 풀고 있다.

부산 동천 하류의 미복개 구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한 해법도 그 연장선상에서 만날 수 있었다.

 

■ 강변길을 시민 품으로

오르세 미술관 앞 강변에 설치된 '걷는 길' 안내판.

'차량 통행금지! 걷기 전용길'.

 

파리 시내 오르세 미술관 앞 세느강의 강변도로 입구에 나붙은 안내판이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아예 볼라드가 박혀 있다.

차량 통금 구간은 오르세 미술관 앞에서 앨마 포구까지 2.3㎞.

 2차선 차로가 걷는 길로 바뀌자 그만큼의 친수공간이 탄생했다.

파리시는 이곳에 벤치를 놓고 공연장, 커피숍, 스포츠시설 등을 만들었다. 강변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 계단형 덱도 설치했다.

이 때문에 차량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됐지만,

시민들은 만면에 희색을 띠고 있다.


'걷는 세느강' 정책이 본격 시행된 것은 지난 초여름.

파리시가 이같은 결정을 하기까지는 진통이 따랐다.

30여 차례의 주민회의와 공청회가 진행됐고, 굳이 차량 통행을 막아서 산책로를 열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파리시는 우호적 여론을 업고 과단성 있게 결단했다.

이 때문에 주변 교통이 종전보다 10~20분씩 막히는 결과가 초래됐지만,

명분있는 조치 앞에 반대 여론도 점점 수그러들었다.

'세느 강변길 되찾기' 프로젝트를 입안해 추진해온 파리도시계획연구소(APUR) 파트리카 팰록스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세느강변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준다는 대원칙 아래 추진됐고, 하천 복원이 곧 도시재생이란

사실을 확인시킨 사례"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에게 추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 팰록스 연구원은 "차 없는 강변길이 만들어지자 시민들의 다양한 여가활동과 문화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좋아하면 이러한 조치를 더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소요된 예산은 약 3500만 유로(507억 원)이며, 연간 운영비는 50만 유로(7억2500만 원)라고 한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세느강변을 돌려주는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조치로서

파리지앵(파리시민)과 관광객들이 원해온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 2001년 녹색당과 좌파 연합을 결성하여 파리시장에 당선된 사회당의 들라노에 시장은

2002년 여름 휴가 기간 4주 동안 앙리4세 강둑 주변 자동차 도로 3.8 km 구간에 '뽈라쥬(강수욕장)'를 열어

화제를 모았었다.

이에 고무된 그는 지난 2006년 기존의 센강 좌안쪽 국립도서관 지역 강변도로 1km를 추가로 개방했고,

한발 더 나아가 선박을 이용한 떠 있는 수영장을 개장하여 센강 속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파리 언론들은 그의 혁신적 이수(利水) 정책에 찬사를 보냈다.



■ 다리가 안겨준 선물

세느강은 프랑스 중북부를 흐르는 길이 776km의 하천이다.

한강이나 낙동강보다 조금 더 길지만 강폭은 100~200m로 그리 넓지 않다.

파리 시내를 사행하는 세느강은 보기에도 역동적이다.

대서양의 노르망디를 오가는 화물선이 떠다니고, 15척의 유람선(크루즈)이

사시사철 다양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체 관리는 프랑스 정부가 하지만, 파리시내 구간은 파리시가 적극 개입한다.

세느강의 친수공간 일부는 '악데비아'라는 민간 문화콘텐츠 기업이 위탁 관리하고 있다.

악데비아에는 30여 명이 근무하며 하천경관 개선 및 시민참여 이벤트나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다.

재정은 파리시가 부담한다.

APUR의 팰록스 책임연구원은

"악데비아는 향후 2년간 세느강의 친수공간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면서

"이는 일종의 하천 관리 실험"이라고 전했다.

하천의 공공 영역을 민간이 맡아 공공복리를 꾀하는 혁신 모델인 셈이다.



세느강에는 다리 하나도 그냥 놓인 것이 없다.

세느강 위엔 중세부터 다리가 놓이기 시작했으며, 현재 37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존재한다.

1578년에 완공돼 가장 오래된 퐁네프 다리부터 2006년 개통된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까지 모든 다리들이

고유한 형식과 특성을 지니고 파리의 경관과 세느강을 조화롭게 한다.

이 가운데 보행(자전거) 전용교가 4곳이다.

이들 다리는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거나 문화공간 기능을 한다.

다리 위에 야외 전시회가 열리면 미술품이나 물건을 감상하거나 살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파리 13구의 똘비악 지역과 12구 베르시 지역을 연결하는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는 들라노에 현 시장이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여성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해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곳에서 취재진은 잠시 동천 하류의 다리들을 생각했다.

광무교, 범2호교~범5호교, 그리고 오작교….

광무교와 시민회관 뒤의 오작교(보행전용교)는 그나마 의미를 갖는다지만, 범2~5호교는 어떤 형식이나

특성을 찾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이름들이다.

다리 하나 하나에 스토리텔링을 가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세느강과 대조된다.

 

 

현장을 함께 본 부산시 하천정책과 김춘근 계장은

"강변 친수공간을 민간에 위탁해 책임 운영케 함으로써 공공이익을 꾀하는 제도가 인상적이다"면서

"동천 하류의 경우도 차량통행을 제한해 강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과 옥창민 주무관은 "동천 재생을 위해서는 산책로 개선, 접근성 보완, 다리 이름 재검토 등 소프트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 하천관리 사회적 기업 '에스파스'

- 콘크리트 걷어내고 사회교육·일자리 창출

전문성있는 하천운동 단체가 생태하천 조성 프로그램을 가지고

하천을 관리하며 지역 일자리까지 만들어낸다면….

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같은 하천운동 단체가 프랑스 파리의

에스파스(Espaces)라는 곳이다.

세느강 탐사 중 취재진은 운좋게 그곳과 접촉해 하천 생태복원

현장을 답사할 수 있었다.

하천 살리기 프로그램이 필요한 동천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은 사례였다.

1995년에 설립된 에스파스는 도심하천의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비영리 사회적 기업.

1990년 초 세느 강변의 르노자동차 공장이 이전하면서 폐허로 변하자

환경운동이 시작되었고, 에스파스란 단체가 태동했다.

에스파스에는 현재 기술, 재정, 인적자원 3개 분야에 50여 명의 실무자들이 상근자로 활동하며, 파리 시내 15개 사업장에 200여 명의 취약계층이 참여해 일하고 있다. 말하자면 조직화·전문화된 공공근로인 것이다.



에스파스가 벌이는 주요 사업 중엔 콘크리트화 된 세느강의 제방을 복원해 산책로로 만드는 사업이 있다.

현장을 안내한 알렉산드르 볼프(41·사진) 에스파스 환경국장은 "흙과 돌망태, 부직포로 제방을 만들고 수질정화 기능을 가진 갈대 등을 심어 1년째 재자연화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하천 복원, 사회교육, 일자리 창출 등 세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파스의 재정은 연간 500만 유로(약 72억5000만 원). 이중 100만 유로는 하천 분야에 사용한다.

재정의 87%를 공공기관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재단과 은행 등의 기부로 충당된다.

에스파스 사업은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하천관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한 선진적 사례로 평가된다.

부산발전연구원 양진우 박사는 "동천 환경개선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에스파스처럼 지역 주민 중심의 자발적인

하천 환경 보전 활동을 전개하는 지역문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비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분석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파리=박창희 선임기자 ch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