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재생…[해외서 배운다] <3>
나고야 '호리천'의 재생
주민참여형 하천 살리기로 나고야 역사 ·문화 응축된 젖줄 부활
일본 나고야 시의 호리천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으로 부산 동천과 환경이 비슷하다. 나고야 시 공무원이 호리천을 안내하고 있다. 박창희 선임기자 |
- 17세기 초 도쿠가와
- 남북관통 수로 건설
- 메이지유신 이후
- 16.2㎞로 늘어나
- '성 아래' 등 콘셉트
- 재개발 차원 정비
- 물고기 돌아오고
- 사람들 모여들어
- 인근 하천서 물 공급
- 유지수 문제 해결
- 민관산학 모임 구성
- 소프트웨어 개선
- 기증 받은 갤러리
- 문화관 역할 수행
- 카페·예식장 '모아체'
- 수익 시설로 인기
17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혼슈 중부에 나고야성(城)을 축조한다.
무명의 나고야(名古屋) 시는 이때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이때 생필품 수송을 위해 도심의 남북을 관통하는 수로를 팠는데, 이것이 호리천(堀川)이다.
호리, 즉 '굴(堀)'자는 '땅을 파다'는 의미이니 이름 속에 정체성이 스며 있는 셈.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나고야항이 개발되고 공업용지 조성을 위해 하구가 매립되면서
호리천은 16.2㎞로 늘어났다.
도시화 산업화 여파로 호리천은 점점 더럽혀졌고, 1960년대 오염이 극에 달했다.
나고야 시는 전전긍긍했다.
■ 하천 살리기 20여 년의 결실
호리천 갤러리(시민센터)가 들어서 있는 옛 가토상회 건물. |
1986년 나고야 시는 시 승격 100주년을 맞아 팔을 걷어붙였고,
1988년 '마이 타운 마이 리버(My Town My River)'란 슬로건을 내걸고
하천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호리천 일대를 A~E존으로 나눠 도시 재개발 차원의 정비 계획을 마련했다. 핵심은 사람과 하천의 관계회복을 통한 호리천 문화의 재생과 부활이었다. 각 존은 '거리와 항구가 만나는 지역', '성과 성 아래 마을 지역' 등의
각기 다른 콘셉트를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7년에는 '나고야 하천 플랜 21'을 수립했다.
'지역에 뿌리 둔 하천' '사람과 거리를 살찌우는 하천'
'생물을 키우는 하천' '홍수에도 안전한 마을'을 목표로 한
주민참여형 하천 살리기 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그러기를 20여년. 호리천에 산책로가 만들어졌고, 물고기가 돌아왔으며,
시민참여형 하천축제가 열리고 있다.
호리천 지킴이를 자처하는 '호리천 네트워크'의 가와구치 마사히데(60)
대표는 "호리천은 나고야의 역사 문화가 응축돼 있는 곳으로,
하천 복원을 통한 문화 계승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 인근 하천에서 유지수 끌어와
호리천은 부산 동천과 유사한 데가 있다.
두곳 다 조석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감조(感潮)하천으로 도심을 관통하는데다 유지수 부족에 시달린다.
호리천은 밀물 때 바닷물이 전체 16.2㎞ 중 13㎞ 지점까지 상류로 거슬러 올라온다.
호리천 상류인 구로가와(黑川) 지역에는 흐름이 보일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리류와 물고기도 보였다.
나고야 시 하천계획과 요코이 에이지(橫井英二) 계장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인근의 쇼나이천에서 하루 2만6000톤씩 유지수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천 광무교 아래에 하루 5만톤씩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호리천에는 민물이, 동천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구로가와 일대를 답사하던 중 독특한 유적 공원을 구경했다.
이름하여 '어용수적가원(御用水跡街園)', 옛 나고야성에서 물을 끌어들인 자리에 조성한 공원이라 한다.
강변에 도열한 벚나무들과 그 속의 산책길이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자아냈다.
작은 역사 자취를 살려 하천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변 산책로는 중 하류로 계속 이어져 있었다.
중 하류로 내려갈수록 호리천의 물색은 흐려졌다.
강 위로는 고가도로가 지나고 제방은 콘크리트 직벽으로 삼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변에 덱 등을 설치해 산책로를 열고, 친수공간을 만들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 호리천 마을만들기
요코이 계장은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호리천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야무진 인상에 자신감이 넘쳤다.
취재진의 궁금증에 대해 그는 담백하게 답변했다.
-살아났다는 호리천의 물색이 왜 이리 우중충한가?
"바닷물의 영향이다. 얼마전 비가 온 탓도 있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이다.
색깔은 좀 그렇지만 냄새는 없지 않느냐."
-이곳에 배도 다니나?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소형선 5~6척이 운항되고 있다. 곤돌라도 1대 있다.
민간이 운영하며 예약해야 탈 수 있다."
-하천에 유입되는 오폐수는 어떻게 차단하나?
"이곳은 하수처리는 합류식이다. 비가 오면 넘쳐 오물이 섞인다.
초기 우수를 잡기 위해 저류조 사업을 추진 중이다. 50% 정도 진행됐다."
-복개된 곳은 없나?
"운하로 팠기 때문에 복개된 곳은 없다. 복개란 말이 생소하다."
-호리천 살리기 시민운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작년에 호리천 마을만들기 라운드 테이블이 구성됐다.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지속가능한
호리천을 논의하고 실천 방안을 찾는 모임이다. 요즘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개선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 시민이 기증한 호리천 갤러리
요코이 계장은 "꼭 봐둬야 할 게 있다"며 호리천 나야교(納屋橋) 옆에 자리한
지상 3층 지하1층 짜리 건물로 안내했다.
'호리천 갤러리'란 곳이었다.
호기심을 갖고 들어가보니 호리천의 역사와 지도, 각종 출판물, 그리고 작은 갤러리가 꾸며져 있었다.
"이곳은 옛 가토상회 건물로 국가등록유형문화재이다. 지난 2000년 건물주가 나고야시에 기부해 복원공사를 거쳐 2005년 초 시민 갤러리로 개관했다. 일종의 호리천 하천센터이자 문화관 역할을 하고 있다."
(요코이 계장)
나야교 바로 위쪽에는 강변 이벤트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그 옆엔 '모아체'라는 산뜻한 카페 겸 예식장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요코이 계장이 상황판을 펴놓고 다시 설명했다.
"모아체가 들어선 곳은 원래 하천부지인데 민간 업자가 임대해 자기 건물을 지어 친수공간을 만들었다.
연간 임대료가 240만 엔 정도 될 거다. 위치가 좋아 인기가 좋다. 바로 옆에 선착장이 들어서고
오픈 카페가 늘어나면서 주말엔 야시장까지 열린다."(요코이 계장)
모아체는, 말하자면 시민들을 강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나고야시의 전략이었다.
# "선상축제 재현 큰 보람…수질변화 과학적 측정, 하천에 갈대심기 전개"
■ 호리천 네트워크 가와구치 대표
호리천이 되살아난 데에는 나고야 시의 하천정책과 함께
시민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6개 크고 작은 환경단체들이 '그린 호리가와(호리천)'를 꾸려
호리천 살리기에 힘을 더하고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호리천 복원이 현실화된 것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호리천 네트워크'는 호리천의 대표적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였다.
이들은 호리천의 생태복원 및 문화 재창조를 목표로 축제를 주도하고, 수변정화 활동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25년째 호리천 환경운동을 해 왔다는 호리천 네트워크 가와구치 마사히데(60·사진) 대표는 "호리천의 잠자는 문화를 깨워 주민들과 공유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어릴 땐 호리천에서 선상 축제가 열렸으며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면서
"기억의 창고를 열어 호리천에 선상 축제를 재현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호리천 네트워크에는 기업인, 교사, 주부, 건축가 등 20여 명이 적극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3000엔씩을 내면서 수질변화 측정, 갈대 정화 실험, 탐조활동 등을 해오고 있다.
수질 측정 활동을 해온 나가시마 요시로우(63) 씨는 "강변에 갈대를 심어 주변 수질 측정을 해보니
1년새 오염도가 62% 저감된 결과가 나왔다"면서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당국에 갈대를 심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펴내는 정보지 '마쯔다(熱田)의 아들'은 인기 간행물이다.
1985년부터 매번 3000부씩 발간하며 통권 130호를 기록했다.
가와구치 대표는 "도심 하천을 살리는 것은 관이나 돈이 아닌 시민들의 사심없는 참여라고 본다"면서
"부산의 동천도 멀게 보고 길게 가는 시민운동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고야=박창희 선임기자 chpark@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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