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27>
'암행어사 이도재'와 어사암
관아 가혹행위 시달린 백성 구한 어사
![]() | |
지금도 '이도재'와'기월매'의 글자가 남아 있는 매바위. |
- 장소: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 양곡 실은 선박 매바위에 난파
- 굶주림 지친 주민 곡식 훔치자
- 관리들 온갖 고문 서슴지 않아
- 조정서 진상조사 이도재 파견
- 기생 월매 통해 사정 전해듣고
- 어민들은 극적으로 처벌 면해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두호마을의 북쪽에는 [학처럼 생긴 큰 바위]가, 남쪽에는 [매처럼 생긴 큰 바위]가,
죽성천 해변에는 [용머리처럼 생긴 큰 바위산]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각각
학바위(황학대·黃鶴臺), 매바위(어사암), 용머리(용두대·龍頭臺)라고 불렀다.
어느 날 시주를 다니는 스님은 사방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하고는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용머리는 매를 노리고, 매는 학을 노리는 형국이니 학이 꼼짝 못하고 기가 죽어 있다.
이 때문에 학바위가 누렇게 터실거리고 미역이 잘 붙지 않게 되었으니
매바위의 매 두 눈을 찍어 부숴버리면 학바위에도 미역이 많이 붙게 될 것이다."
학바위에도 미역이 많이 붙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 | |
기장초등학교 앞 비석군에 위치한 '수사이공도재생사단'(繡史李公道宰生祀壇)비. |
[매바위]에 관한 전설이 또 있다.
조선 고종 20년인 1883년 기장현 독이방(禿伊坊·지금의 문동리)에
있는 조창에서 양곡을 가득 실은 조운선이 부산포로 가다가
이곳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매바위에 부딪쳐 바위 위에 반쯤 얹혀 있었다.
조운선의 곡식을 본 어민들은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관아에 신고도
하지 않고 저마다 곡식을 훔쳐 집집마다 숨겼다.
이 일이 화근이 돼 어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기장 관아에
끌려가 구금됐고 훔친 곡식은 모두 압수됐다.
뇌옥에 갇힌 어민들은 형틀에 매달려 매질을 당하고, 피가 튀고
살이 떨어져 그 자리에서 죽은 사람도 생겨났다.
다리가 부러진 자도 있었고, 장형을 심하게 당해 장독에 고통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조정에서는 이 도난과 가혹한 고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1883년 이도재(李道宰·1848~1909년)를
[암행어사]로 기장현에 파견했다.
어사가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어촌 주민들은 기장 관기로 있는 월매를 시켜 어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고
관아의 가혹행위가 심했고, 도난량도 보고된 것처럼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정하게 하였다.
월매는 어민편을 들어 애교로써 어사 이도재가 어민 편을 들도록 간청했다.
현장조사를 하러 이곳 매바위에 온 어사에게 월매는 미색으로 온갖 아양을 부리면서
춤과 노래로 어사를 즐겁게 하였다.
이곳 매바위의 절경과 월매의 아양에 흥겨워진 어사는 그 자리에서
"하늘이 텅 비었으니 보이는 것이 없고, 사나운 바다는 시객을 위해 춤을 추는데,
저 멀리 돛단배는 언제 무사히 돌아오려나"라는 오언절구시를 짓고
'어사암'(御史岩)이라는 글자를 매바위에 새겼다.
이로 인해 매바위는 '어사암'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그 덕택으로 어민들은 관아로부터
형벌과 조사를 면하게 되었다.
두호마을 어민들은 어사 이도재의 후덕한 인품과 공덕을 잊지 못해
1883년 '수사이공도재생사단'(繡史李公道宰生祀壇) 비석과 사당을 지어 그의 생일 때마다 제사를 지냈다.
지금 선정의 상징인 생사단비는 동부리 기장초등학교 앞 비석군에 이전됐다.
이 비석은 36기의 비석 중 세 번째 열 왼쪽에서 네 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세월이 흘러 '어사암'이라 새겨진 글자가 마모되자 이곳 어민들은 어사 이도재의 은공과 월매의 공로를 못 잊어
매바위에 '이도재'와 '기월매'라는 글자를 새겼다.
그 글자는 지금도 남아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의 전설 보따리] <29> 용천산과 '사기점 골' (0) | 2014.09.20 |
---|---|
[부산의 전설 보따리] <28> 용당 '학사대'의 윤씨묘 (0) | 2014.09.14 |
[내 고장 숨은 '이바구'…]' 가야시대 자유무역' 지대 양산 물금 (0) | 2014.09.03 |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김해 '진례' 벼락등 '외톨바위' (0) | 2014.08.27 |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양산 원동 '가야진사'와 용신제 (0) | 201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