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양산 원동 '가야진사'와 용신제
국가제례의식 치르던 곳 시민 화합 이끄는 명소로
▲ 김진규 가야진용신제 보존회 이사장(왼쪽)과 이 지역 박말태 시의원이 가야진사에 얽힌 삼룡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뒤쪽에는 용 조각과 용이 살았다는 용산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최근 열린 가양진용신제에서 용소에 돼지를 던지는 의식을 하고 있는 모습. 김태권 기자 |
"1천600여 년 전 신라 눌지왕 때 양주도독부의 한 [전령]이
공문서를 가지고 대구로 가던 길에 용당마을의 한 주막에 묵게 됐다.
전령은 꿈에 '황산강 용소에 살고 있는 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본처)용이 남편용이 첩용만 사랑하고 자신을 멀리하니 그 첩용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또 '소원을 들어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덧붙였다.
전령은 다음 날 본처용이 말했던 용소로 가보니 용 두마리가 즐기고 있었다.
[남편]용과 [첩]용이었다.
전령은 갖고 있던 장검으로 단숨에 용 한 마리를 죽였다.
그러나 첩용이 아닌 [남편용]을 죽이고 말았다.
이를 본 본처용은 화가 났고 '은혜를 갚는다'며 전령을 등에 태우고 강 속 용궁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후 마을에는 가뭄과 기근 등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용이 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을에 사당을 짓고 매년 봄·가을에 돼지를 통째로
용소에 던지는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재앙이 사라졌다."
-양산 고을 옛이야기에서-
3마리 용 전설 깃든 사당
전국서 유일하게 남아
가야진용신제 전수관 건립
국가문화재 승격 추진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마을 낙동강변에 3마리 용의 전설이 깃든 '가야진사'라는 사당이 있다.
현재의 가야진사는 조선 태종 6년(1406년)에 건립됐다.
가야진사 내에는 세 마리 용의 모습이 담긴 삼룡도가 그려져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가야진사에서 용신제를 지내고 있다.
용신제 제상에는 메(밥) 세 그릇과 잔 세 개, 탕 세 그릇이 올라간다.
용소에 돼지를 던지면서 '침하돈(돼지가 가라앉습니다)'을 세 번 외친다.
모두 3마리 용의 전설 때문이다.
가야진사 맞은편(김해 쪽)에는 용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한 용산이 있고
그 아래에 '용이 살았다'는 용소(용굴)가 있다.
문헌에는 눌지왕이 가야를 정벌하기 위해 나루터였던 용당마을에 사당을 건립하고
국가 차원의 제례의식(신라 사독 중 한 곳)을 치렀고, 고려와 조선시대 때에도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 용신제가 중단되기도 했다.
일제가 문화 말살 정책으로 가야진사를 옮기고 용신제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용신제에 풍악과 굿을 가미해 그 명맥을 이어왔다.
[신대구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용산의 목이 잘려나가는 일도 있었다.
이후 주민들이 용산의 목을 잇기 위해 신대구고속도로를 항의차 방문했다가
'고속도로 건설 책임자가 숨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주민들의 강력 반발 때문에 목은 다시 이어졌다.
가야진사는 1983년 경남도 민속문화재 제 7호로,
가야진용신제는 2004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로 각각 지정됐다.
양산시는 2005년 지역의 대표적인 정신문화인 가야진용신제 계승을 위해 전수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다.
시는 또 지난해부터 가야진용신제의 국가 문화재로의 승격을 위해 노력 중이다.
김진규 가야진용신제보존회 이사장은
"가야진사는 삼룡의 전설이 깃든 곳이자 국가의 제례의식과 기우제가 치러진 곳"이라며
"현재는 지역 시민들의 화합을 유도하는 양산의 대표적인 정신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시의회 박말태 의원도
"가야진사는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에 거쳐 국가의 제례의식이 치러진 곳으로,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야진사만 남아 있다. 보존 가치가 뛰어나 국가 차원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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