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창원 '팔용산'과 '돌탑'
8마리 용이 꿈틀대는 산세 '통일기원' 972개 돌탑 화제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봉암동 팔용산의 돌탑 군락지. . 이성훈 기자 |
팔용산은 옛 창원시와 마산시 사이에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는 반룡산(盤龍山)이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한다.
[반룡산]이 창원도호부에서 남쪽으로 7리에 있다고 기록돼 있다.
'반'(盤)은 동쪽을 뜻하는데, 용마산(龍馬山)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점차 [반룡]이 판룡→팔룡→팔용으로 변한 것이다.
산의 저수지에서 용 여덟 마리가 살다가 승천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마산시사 및 한국지명유래집(경상편)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소재한 [팔용산]은 의창구와 경계를 이루는 도심 속의 야트막한 산이다.
해발 328m의 산 정상에 서면 옛 창원·마산·진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통합 창원시의 한복판이다.
산 형세가 여덟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는 것과 같다고 해서 유래된 [팔용산]에 새로운 전설이 쌓여가고 있다.
1993년부터 쌓기 시작
1천 개 목표 지금도 축조 중
정성 감복 역고드름 생겨
탑마다 다양한 역할 부여
팔용산의 '돌탑'이 신(新)전설의 중심이다.
[돌탑]은 팔용산에 내려앉은 여덟 마리의 용을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팔용산에 [돌탑이 세워지기 시작]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산가족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낀 인근 주민이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극정성을 담아 돌탑을 쌓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삼용(63) 씨가 돌탑쌓기의 주인공이다.
1993년 3월 23일은 이 씨가 '팔용산 돌탑 도사'로 불리게 된 출발점이다.
당시 마산시보건소에 근무했던 그는 매일 새벽 3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산에 올라 정화수를 떠놓고 남북통일을 기원했다고 한다.
이 씨는 "임진각에서 고향(북쪽)을 바라보고 망향제를 지내던 80~9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성통곡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고 이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통일이 빨리 이뤄지길 기원하면서 1천 개의 돌탑을 쌓기로 작심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08년 1월 15㎝ 크기의 역고드름이 생겨 화제가 됐던 자리.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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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16년째 통일기원 돌탑을 쌓아 오던 중 2008년 1월 1일 새벽 정화수에서 [얼음 기둥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 듯한 형태의 신비한 역고드름(15㎝)이 생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를 두고 "이 씨의 지극정성에 하늘이 감복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팔용산을 찾는 사람들은 돌탑을 [통일기원탑]으로 부른다.
돌탑이 수난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1년 5월 누군가가 고의로 300여 기의 돌탑을 훼손하는 사태가 빚어졌던 것.
누가, 왜 돌탑을 망가뜨렸는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돌탑 군락지 주변에는 4대의 CCTV가 설치됐다.
팔용산에는 지금까지 972기의 돌탑이 들어섰다.
이 씨가 당초 목표했던 1천 기에는 28기가 모자라는 것이다.
이 씨는 "공직에서 물러난 2009년 돌을 나르다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이후 돌탑을 쌓지 못했다"며
"요즘에는 주말에 조심스레 산에 올라 조금씩 돌탑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돌탑을 쌓는 데에는 대형의 경우 3~4개월이, 중형은 1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돌탑이 갖는 의미는 갖가지다.
돌탑의 영지(靈地)임을 알려 탐방객들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성황당 돌탑',
어디서 누가 왔다고 돌탑 군락지에 소식을 전하는 연락병인 '애기 돌탑' 등이 있다.
돌탑 군락지에는 경남도의 지형을 닮은 '모형돌'도 있다.
봉암수원지와 돌탑.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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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용산 동쪽 자락의 봉암수원지 주변 곳곳에도 '달집' 만한 크기의 돌탑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등록문화재 제199호(2005년 7월)인 봉암수원지는 일제강점기 때 마산에 거주하던 일본인과 일제 부역자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30년에 축조됐다.
이성훈 기자 le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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