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24>
일광산의 '쌍바위'
슬픈 바위가 돼서야 사랑 이룬 '수돌이 총각'
젊은 남녀가 얼싸안을 듯 애틋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돌실바위'가 일광산 7부 능선쯤에 나란히 서 있다. |
- 장소: 기장군 기장읍 만화리
- 사또 딸 영실 짝사랑한 노복
- 아씨 결혼 전 산신령께 빌자 꽃에 사흘 경 외는 법 알려줘
- 묵언 당부했지만 입 여니 회오리바람 휘감겨 돌로 변해
- 두 바위 다정하게 서 있어
- 지금도 빌면 짝 구한다 믿어
옛날 기장 땅 [만화리] 두화마을에 가난한 집의 유복자로 태어나
홀어미를 모시고 사는 수돌이라는 총각이 있었다.
그는 사또집의 노복(奴僕)이었고, 사또에게는 무남독녀인 아리따운 딸 영실이가 있었다.
수돌이는 영실을 짝사랑했고, 영실은 보름 뒤면 시집을 가게 되었다.
수돌이는 타는 가슴을 짓누르며 기장의 주산인 일광산(315m)에 올라 산신령께 빌었다.
"산신령님, 영험하신 산신령님! 미천한 이 놈이 몸 바쳐 비옵니다.
아씨가 시집가기 전 하루만이라도 같이 있게 해 주옵소서.
애당초 어울릴 사람이 못 되는 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아씨를 다시는 못 볼 것을 생각하니 저의 온몸에 피가 마르는 듯 하옵니다.
산신령님! 저의 평생 소원을 풀어주시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굽어 살펴주옵소서."
한 나절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기도하자 갑자기 하늘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은 "너의 정성이 하도 지극하기에 사또의 딸과 만날 수 있는 비방을 일러 주겠다.
너는 지금 당장 마을 뒷산의 저 높은 산꼭대기로 올라가 벼랑에 핀 이상한 꽃 한 송이를 꺾어
방 안에 꽂아두고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경을 외라.
주의할 점은 그 기간 동안 누구와 만나지도 말고 어떤 말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이 말을 어기면 너는 결코 살아남지를 못하리라. 알겠는가. 명심하거라"고 말한 후
일순간 사라졌다.
수돌이는 '영실 아씨를 만날 수만 있다면 산신령님의 지시를 반드시 이행하리라'고 마음먹고
그날부터 골방에서 경을 외었다.
마지막 날 저녁, 동료 노복이 찾아와 "사또가 너를 불러오라 하니 냉큼 일어나 가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사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별안간 사또가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수돌이는 엉겁결에 "네"하고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변괴가 일어났다.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수돌이는 회오리바람에 휘감겨 하늘 높이 둥실둥실 떠올라 갔다.
뿐만 아니라 안채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씨도 수돌이처럼 바람에 휩싸여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수돌이는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깨닫고 "아씨, 영실 아씨!"라고 불러 보았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다 새벽녘에 비바람이 멎고 하늘이 맑아졌다.
두 남녀는 마주 보는 산꼭대기 위에 선 채 다리부터 돌로 변해 결국 선돌이 되었다.
이후 수돌바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언제나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수년 뒤 새로 부임한 사또가 이 슬픈 사연을 듣고 두 바위에 각각 제사를 지냈다.
제사가 끝나자 수돌바위는 눈물을 그치고 뒤로 넘어지더니 산꼭대기에서 데굴데굴 굴러 산밑까지 오더니,
다시 영실바위 방향으로 올라가다 마침내 그 옆에 서는 것이 아닌가.
[두 바위]는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애타게 기다리던 임을 만나 그 품 안에 안겨 이제는 다시 떨어지지 않기로 작정한 듯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두 사람의 이름 끝자를 따 '돌실바위'라 불렀다.
후세 사람들은 그저 '쌍바위(일광산 7 부능선)'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도 일광산 아래 사람들은 짝이 없어 외로운 처녀 총각이 이 '돌실바위'에 와서
짝을 구해 달라고 빌면 사흘 후에는 반드시 짝을 구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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