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양산 장제마을 '자라 바위'
자라바위 목 훼손 후 마을에 흉사 목 찾아 복원하자 좋은 일 잇따라
▲ 인륜에 어긋나는 과욕을 삼가라는 장자 며느리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양산천 자라바위 전경. 자세히 보면 목 부위를 시멘트로 붙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김태권 기자 |
"1천400여 년 전, 신라 선덕왕 때 삽량주의 한 작은 마을에 장자라는 사람이 살았다.
장자는 열심히 일한 덕분에 지역에서 제일가는 만석꾼이 되었다. 장자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을 정성으로 대접했다. 이 무렵 삽량주 천성산에 1천 명의 제자와 함께 원효대사가 수도를 하고 있었다. 원효대사는 수도 도중 식량이 떨어지자 장자에게 시자를 보냈다. 장자는 며느리를 불러 시자에게 '곡식을 내어주라'고 말했다. 이후 시자는 매일같이 장자를 찾아왔고 그때마다 많은 곡식을 가져갔다. 며느리는 재산이 축나는 것을 아까워했다. 그녀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 지관을 불렀고 지관은 '집 앞 냇가에 있는 자라바위의 목을 치면 된다'고 방도를 일러줬다. 며느리는 장수를 시켜 자라바위 목을 자르게 했다. 자라바위의 목이 잘리는 순간 새빨간 선홍빛이 솟구쳐 올랐고 장수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이를 본 며느리는 혼비백산했지만 재산을 지킬 수 있어 안도했다. 하지만 장자의 집안에는 많은 흉사가 발생했고 얼마 가지 않아 망하고 말았다."
-양산 고을 옛이야기에서-
경남 양산 상북면에는 '인륜에 어긋나는 과욕을 삼가'하라는 장자의 며느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내려오는 '장제마을'이 있다.
장제마을은 장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상북면지'에 기록돼 있다.
장제마을은 산과 양산천을 끼고 있어 농사는 물론 고기잡이, 산나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는 장자처럼 만석꾼은 아니지만 꽤 잘사는 주민이 많았단다.
그러나 장자 며느리가 자라바위 목을 자른 뒤 마을에 각종 흉사가 겹치면서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까지 생겨났다.
1930년대부터 제사
양계농·아파트·공장 입지
주민 생활 크게 향상
이런 일은 1930년까지 계속됐다.
1930년 중반, 이 마을의 한 주민이 지관에게 이를 알아봤고 '자라바위'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 주민은 마을 사람과 함께 양산천을 뒤져 높이 2m, 길이 7∼8m의 [자라바위]를 찾았다.
주민들은 자라바위에서 목이 잘려 나간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마을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다시 양산천을 뒤져 자라바위 목을 발견했다.
이들 주민들은 고민을 거듭하다 시멘트를 이용해 자라바위의 목을 제자리에 붙였고 해마다 제사도 지냈다.
이후 마을에는 좋은 일이 잇따랐다.
농사만 짓던 마을에 대규모 양계농가가 들어섰다.
부자도 생겨났다.
특히 1990년 초에는 마을 인근 소토마을에 [6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건립돼
수천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전입해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먹고 살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상당수였다.
최근에는 마을에 골프장이 조성되고 크고 작은 공장도 많이 들어서면서 주민 생활도 좋아졌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모든 일이 자라바위의 목을 제자리에 붙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제마을에서 수대째 살아온 정종삼(69) 씨는 "1930년 중반, 할아버지가 마을에 재수 없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양산천에 있는 자라바위의 목을 찾아 다시 붙이고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제2자라바위. 김태권 기자 |
실제로 장제마을 앞 양산천에는 자라가 북쪽으로 헤엄치는 모습의 자라바위가 있다.
그 자라바위의 목을 자세히 보면 '시멘트'로 붙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자라바위 인근에는 말의 형상을 한 [말바위]와 [제2의 자라바위]도 함께 볼 수 있다.
김태권 기자 ktg660@
'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김해 '진례' 벼락등 '외톨바위' (0) | 2014.08.27 |
---|---|
[내 고장 숨은 '이바구'… ] 양산 원동 '가야진사'와 용신제 (0) | 2014.07.23 |
[부산의 전설 보따리] <26> 괴정동의 '회화나무' (0) | 2014.07.13 |
[내 고장 숨은 '이바구'…] 창원 '팔용산'과 '돌탑' (0) | 2014.07.09 |
[부산의 전설 보따리] <25> '이정헌 공'의 혼령 (0) | 201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