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32>
일산배기마을의 '장사'바위
처녀 잡아가는 괴물과 사투 벌인 거인
영도의 진산 봉래산 기슭에 위치한 장사바위의 전경. |
- 장소: 영도구 청학2동
- 키 9척·대식가인 천하장사
- 아랫마을 내려와 밥 얻어먹어
- 은혜 보답코자 이무기와 싸워
- 이후 그의 무덤이 큰 바위로
일산배기는 뒷산이 편평하고 야트막한 등성이를 말한다.
장사바위는 영도 봉래산(394.6m)의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성채와 같은 너럭바위로서,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는 곳(영도구 청학2동)에 위치해 있다.
이 바위는 바위 위에 마치 거인의 신발과 같은 모양의 돌이 얹혀 있는데서
장사바위로 명명됐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 영도 봉래산의 일산봉(日傘峰·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 아래에
키가 9척이나 되고 힘이 천하장사인 거인이 살고 있었다.
이 거인은 매일 아랫마을로 내려와 밥을 얻어먹고 갔다.
이 거인이 산을 오르내릴 때의 발자국 소리는 얼마나 컸던지 아이들이 경기(驚氣)를 할 정도였고,
한 끼의 식량이 쌀 한 말이 될 정도로 대식가였지만 마을사람들은
그가 사나운 산짐승의 피해를 막아주니 귀찮은 내색도 없이 기꺼이 밥을 해 주었다.
어느 날 그가 마을로 내려와 저녁밥을 얻어먹고 있을 때 별안간 저 멀리서
'으르르르 으흐흥 쉿쉿'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구 사람 살려"라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급히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처녀의 어미가 "형체가 보이지 않고 커다란 그림자만 보이는 괴물이 내 딸을 채어갔다"고 말하며
망연자실했다.
그로부터 이 마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처녀가 잡혀가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밤이 되기를 무서워할 뿐만 아니라 처녀가 있는 집에서는
해가 지면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공포로 밤을 지새웠다.
어느 날 거인이 바다에 있는 무인도 쪽을 바라보니
시커먼 그림자가 영도의 반대쪽에서 뻗치더니 한 줄기의 연기가 영도로 올라왔다.
그러자 괴이한 바람소리와 더불어 바다의 물결이 높아지더니 처녀 하나가 잡혀갔다.
산봉우리로 돌아온 거인은 그날부터 목욕재계하고 천신에게 기도하며
무인도의 그림자가 일산배기마을이 있는 영도에 닿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괴상한 그림자가 영도 쪽을 향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뛰어내린 거인은 온 힘을 다해 그 커다란 그림자를 끌어안고 사투를 벌였다.
그러자 바다의 물결은 노도와 같았고 천둥과 번개 속에 폭우가 쏟아졌다.
얼마 후 성난 파도가 잔잔해지고 먹장구름도 깨끗이 사라지자 예의 고요함이 다시 찾아왔다.
마을사람들이 바다를 보니 바다에는 거인과 이무기의 시체가 떠 있었다.
촌장은 마을사람들을 모아놓고 "거인은 지금까지 자기를 보살펴 준 마을 사람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이무기와 싸우다 죽었소. 후하게 장례를 치러줍시다"고 말했다.
이에 동의한 마을사람들은 영도의 양지바른 곳에 거인의 시신을 묻어주었다.
이후 거인의 무덤이 큰 바위로 변했다.
마을사람들은 바위의 모양이 마치 거인의 신발과 흡사해 이 바위를 그때부터 장사바위라고 불렀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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