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30>
'만덕고개'와 '빼빼'영감
피골상접한 삿자리 장수, 알고보니 장사
1만 명이 무리를 지어 올라가야 도적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포장되기 전의 만덕고개 전경. |
- 장소: 북구 만덕동
- 장꾼들과 만덕고개 넘다가
- 도적떼 나타나 위협하자
- 비상한 완력으로 때려 눕혀
- 술접대하고는 자취 감춰
옛날 동래읍성 남문 밖 동래와 구포장을 번갈아 다니면서
삿자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홀아비가 살았다.
체구는 컸지만 여위어 피골(皮骨)이 상접한 이 삿자리 장수를 성 안 사람들은 빼빼영감이라 불렀다.
이 영감이 하루는 구포장에 갔다가 여러 장꾼들과 함께 험한 만덕고개를 넘게 되었다.
동래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아주 험한 산길이었던 이 고개는
옛날부터 동래부 관하(管下)의 최대의 도적 소굴로 악명이 높았다.
해서, 1만명이 무리를 지어 올라가야 도적을 피할 수 있다는 뜻에서 만덕고개라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이 만덕고개를 빼빼영감과 장꾼들이 구포장을 보고 동래로 넘어오면서
고갯마루에 위치한 주막에 앉아 잠시 쉬게 되었다.
이때 별안간 10여 명의 도적떼가 나타나 "꼼짝 마라! 움직이면 죽인다"고 하면서 장꾼들을
한 사람씩 묶어놓고는 두목되는 놈이 나서 물건을 판 돈과 가진 것들을 모두 내어놓으라고 위협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빼빼영감이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 도적들을 향해
"여기 있는 장꾼들은 이 험한 고개를 넘나들며 끼니를 이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도적질을 하고 산다고 하지만 사람을 보고 물건을 털어야 될 것이 아닙니까"라고
애걸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도적들은 빼빼영감에게 "이놈! 묶인 녀석이 무슨 잔소리냐"고 하면서
매로 때리고 발길로 차더니 땅바닥으로 쓰러뜨렸다.
영감은 봉변을 당하고도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
"이놈들! 이 끈을 풀지 못할까!" 하고 외쳤다.
빼빼영감의 눈에 살기가 등등했다.
도적들의 시선이 빼빼영감에게 쏠리었을 땐 벌써 몸을 묶은 밧줄은 모두 끊어진 뒤였다.
영감은 일순간 비호같이 날쌔게 도적들을 때리고 넘어뜨렸다.
이 비상한 완력에 감당할 수 없었던 도적들은 도망쳐 달아났다.
이때 영감은 묶인 장꾼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힘을 얻은 장꾼들은 다쳐서 달아나지 못한 도적들을 잡아 동래부 관아로 끌고 가자고 했다.
그러나 영감은 "우리에게 소득이 없는 일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소.
그 자들은 앞으로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 술이나 한잔 합시다"라고 하면서
술과 안주를 있는 대로 가져오라고 주모(酒母)에게 청했다.
"여러분! 이 술은 모두 제가 사겠습니다. 마음껏 잡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마을에 내려가거든 오늘 일어난 이야기만은
절대 하지 말도록 부탁드립니다"고 장꾼들에게 부탁하였다.
술대접까지 잘 받은 장꾼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만덕고개를 내려와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흘 후 한 장꾼이 빼빼영감의 집을 찾아갔더니 그 집은 텅 빈집이 되어 있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동래부 관아에서는 빼빼영감이 비상한 힘을 가진 장사(壯士)인 것을 알고 찾았으나,
그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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