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매물도'
해무에 가려진 모습마저 아름다운 비경
2일 대매물도 언덕배기에서 바라 본 당금마을 전경. 마을 앞에 있는 섬 어유도가 해무에 가려 고깔모양의 섬 정상 부분만 보인다. |
- 소매물도에 비해 덜 알려졌을 뿐
-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 개성
- 파란 선따라 탐방로 '해품길' 일품
경남 통영항을 떠난 여객선은 비진도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을 거친 뒤 매물도 군도로 향했다.
뱃길 오른쪽으로는 오곡도가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도가 눈에 들어 온다.
배우 엄태웅이 모델로 나온 모 음료회사의 광고를 촬영한 무인도다.
배가 더 속력을 내자 매물도 군도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매물도 군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 3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여객선이 소매물도에 들른 후 종착지인 대매물도에 도착하기 까지는 뱃길로 1시간 40분 거리.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러 섬을 구경할 수 있어 지루하지가 않다.
■ 머물고 싶은 보석같은 섬
대매물도는 소매물도에 가려진 섬이다.
이를 반영하듯 여객선에 승선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매물도에서 하선했다.
하지만 대매물도는 소매물도에 비해 조금 덜 알려졌을 뿐
비경이나 탐방로 등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뱃전에서 바라 본 대매물도는 펜션과 옛 섬마을 촌 집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마을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들이 들어 와
펜션을 짓기 시작했다.
섬에 도착하면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거대한 여인상 등
여러 조형물이 먼저 눈에 띤다.
섬 마을에 웬 조형물인가 싶어 다소 생뚱맞지만 그마저 정겹다.
대매물도는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대상지는 전국에서 4곳 뿐이었다.
이후 마을 주민과 문화예술단체가 합심해 마을 곳곳에 예술 작품을 설치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섬은 '예술'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섬마을 주민들의 삶을 표현해 놓은 조형물은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찾아 보는 것도 대매물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섬마을 옛집' '어부의 집' '무지개 노는 집' 등 소박하지만 이야기가 담긴 민박집 앞 문패들도 볼거리다.
선착장 앞 공동어장에서는 해녀들이 성게, 소라,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하느라 물질이 한창이다.
이 섬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동시에 민박과 바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때묻지 않은 곳이다.
■ 어머니 품같은 해품길
해무가 깔린 대매물도의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진 가운데 대항마을이 보인다. |
대매물도는 2007년부터 탐방로를 조성했다.
여기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최근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을 새로
개설하면서 이 길을 말끔히 정비했다.
'바다 백리길'은 통영의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연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
6개 섬에 개설한 명품 길이다.
이중 대매물도의 탐방로는 어머니의 품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해품길'이라 명명했다.
길은 대매물도의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등 두 마을 어디에서나 출발해도
서로 연결된다.
찾기도 쉽다.
선착장부터 바닥에 그어놓은 파란 선을 따라가면 탐방로다.
곳곳에 이정표와 안내판도 잘 정비돼 있다.
대매물도의 풍광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탐방로는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쉽게 지나치기가
아쉬울 정도다.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동백터널은 물론 숲길과 초지도 번갈아 길동무가 되어 준다.
그 길에는 어김없이 해안 절경이 다가선다.
바다 위에 보석처럼 떠 있는 많은 섬들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유도와 가익도, 멀리 거제도가 한폭의 수채화 같다.
섬 정상 장군봉(210m)이 선사하는 최고의 풍광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탐방로 전체 구간은 5.2㎞로, 천천히 둘러보면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배 시간에 쫓기는 탐방객을 위해 1시간 탐방로도 마련되어 있다.
■ 해무와 어우러진 천하 비경
당금마을 입구에 입는 여인상. 이 같이 섬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은 다른 볼거리다. |
대매물도는 먼 바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섬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일기예보 확인이 필수다.
간혹 바다에 짙은 해무가 깔려 배가 출항하지 않을 때가 있어서다.
하지만 섬을 방문하면 해무와 섬들이 어우러진
천하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여객선은 통영항에서 하루 3차례(오전 7시, 11시, 오후 2시30분)
거제 저구항에서 4차례(오전 8시30분, 11시, 오후 1시30분, 3시 30분)
운항한다.
배 시간마다 소매물도와 대매물도를 번갈아 먼저 도착하기 때문에
하선할 때 유의해야 한다.
섬에는 당금마을 30가구, 대항마을 20가구 등
총 50가구에 8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섬 주민들은 이전에는 대부분 어선어업에 종사하면서 생업을 이어갔지만
최근 들어 탐방객이 늘면서 민박과 펜션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두 마을은 1㎞ 떨어져 있어 걸어서 약 30분 거리다.
마을을 연결하는 언덕길 또한 빼어난 비경에 절로 감탄이 날 정도다.
대항마을의 마을회관은 최근 새로 지어진 데다 바다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전국 최고의 마을회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동백꽃이 지천에 늘려 있는 지금이 섬을 찾기에 적기다.
소매물도에 비해 방문객이 적은 반면 비경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힐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섬의 가장 큰 자랑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섬 곳곳이 낚시 포인트라 낚시꾼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 5대가 살아온 터줏대감, 살기좋은 섬 자부심
■ 당금마을 박몽식 이장
"대매물도 해품길을 다녀가 본 사람은 소매물도보다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천하 비경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박몽식(70) 당금마을 이장의 대매물도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이 섬의 터줏대감이다.
이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 섬에서 줄곧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도 이 섬에서 살았다.
그의 아들도 최근 섬에 펜션을 짓고 정착하면서
5대가 같은 곳에 터를 잡았다.
그는 "물 좋고 인심 좋아 섬을 떠나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섬의 바다 색깔은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고 맑았다.
앞바다에는 각종 어류 등 수산물도 풍부하다.
자신은 어선어업을 하고 부인은 해녀를 하면서 2남 2녀를 남부럽지 않게 성장시켰다.
다른 자식들은 섬을 떠났지만 장남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섬을 지켜가고 있다.
대매물도는 2007년 '가보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면서 생활이 한결 나아졌다.
지하수를 파고 마을 발전소도 건립하면서 물과 전기도 공급됐다.
그는 "섬에서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물과 전기가 해결되니 이제는 여유마저 생겼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매물도를 한마디로 '불편한 점이 없는 살기 좋은 섬'이라고 단언했다.
섬 생활이 실제 그럴까마는 그만큼 대매물도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다만 그는 "섬을 찾는 탐방객과 낚시꾼들의 안전을 위해 선착장에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말했다.
현재 섬 주민들은 대매물도 앞에 떠있는 어유도에 대해 생태보전지역 지정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유달리 고기떼들이 많이 몰려드는 무인도이지만 입도가 금지되면서
관광 활성화와 낚시꾼 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어서다.
'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섬사람] 통영 '연화도' (0) | 2014.12.17 |
---|---|
[섬…섬사람] 통영 '곤리도' (0) | 2014.12.10 |
[섬…섬사람] '추도' (0) | 2014.11.26 |
[섬…섬사람] '연대도' (0) | 2014.11.19 |
[섬…섬사람] '사량도' (0) | 201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