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때문'에 멍든다
50대 후반의 남성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약국에 들어왔다.
처방전대로 환자에게 투약하고 복용법을 설명하는데, 함께 온 그 여성이
"(약국에) 온 김에 사야겠다"며 "멍든 데 잘 듣는 연고 하나 달라"고 했다.
가만히 보니 꽤 통통한 체형이었다.
"혹시 심장내과 약을 드시고 계시진 않나요?
"그런데요!"
"부딪히지 않았는데 멍이 드는 건 아니고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래요. 어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요즘 부쩍 멍이 자주 드네요."
역시, 그랬다.
문제는 그 여성이 먹고 있는 심장내과 약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심장내과 약에는 혈액 응고 또는
혈전 생성을 막아 혈액 순환을 원활히 만드는 성분이 들어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이 여기에 해당되며,
이런 약들은 흔히 작용기전이 다른 두 가지, 세 가지 다른 약물들과 함께 처방된다.
그런데 이런 약들이 우리 몸에 멍을 일으킬 수 있다.
멍은 보통 외부의 충격으로 피부의 세포조직이 파괴돼 안으로 출혈이 일어나면서 검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충격이 없는데도 저절로 멍이 생길 수 있다.
노화로 인해 혈관을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섬유소가 약해지면
혈관의 손상이 쉽게 일어나 출혈이 발생하고 멍이 드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심장내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손상된 혈관에 지혈이 안돼 멍이 더 쉽게 발생하고
잘 낫지도 않게 된다.
혈액응고 또는 혈전 생성을 막는 약 성분이 지혈작용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멍이 그런 이유로 생긴 것이라면 멍에 바르는 연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연고가 아니라 심장내과 약을 처방한 의사와 상담 후 약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요컨대 몸에 나타나는 이런저런 증상들이 잘 낫지 않는다면 평소 자신이 먹는 약을 의심해 보라는 이야기다.
그걸 무시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것은 자칫 공연한 짓이 될 수도 있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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