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유효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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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약국에 들어오더니 약을 카운터 위로 내던지며 "무슨, 이런 약을 팔아!"라며 소리쳤다.
알아 보니, 며칠 전에 판 변비약이다.
"왜 그러냐?"고 하니
그는 "도대체 약사라는 사람이 유효기한이 지나도 엄청나게 경과된 이런 약을 팔 수가 있냐"며 화를 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그 약의 유효기한을 찾아 보니 문제가 없었다.
"별 이상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니, 그는 약 설명서를 꺼내 그 아래쪽에 있는 연도 표시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켰다.
아! 그제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웃으며 "손님, 그건 설명서 작성 연월일이구요, 약의 유효기한은 여기에 따로 있네요"라며
약 유효기한 표시 부분을 형광펜으로 칠해 잘 볼 수 있게 했다.
약의 유효기한은 어떻게 정할까?
약효가 9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유효기한으로 정한다.
그런데 이는 그 시점이면 약효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지 꼭 변한다는 건 아니다.
포장을 뜯었을 때와 뜯지 않았을 때 약의 유효기한이 갖는 의미는 또
달라진다.
정말로 유효기한이 경과한 약들은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좋은 사례가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에 대해 변질 여부를 검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90% 이상의 제품이 15년이 지난 후에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신종 플루가 창궐해 그 치료제인 타미플루 공급이 어려워지자
유럽의약청은 타미플루 유효기한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도록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시 타미플루의 유효기한을 2년 더 연장한 일이
있다.
그렇다면 먹다 남은 시럽의 유효기한은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엄마들이 약을 지어 가면서 "아이가 낫고 나면 이 약을 얼마까지 두었다가 먹여도 되냐"고 물어본다.
개봉한 뒤의 유효기한에 대해선 참 말하기 어렵다.
보통 개봉 후 한 달 정도로 말하고 있지만, 바로 지은 밥과 먹다 남은 밥의 변질 시간이 다른 것처럼,
먹다 만 약은 되도록 버리는 걸 원칙으로 한다.
알약, 가루약, 시럽제, 안약, 좌약 등 약의 종류에 따라, 또 약의 보관 방법에
따라 실제 유효기한은 다 다르다.
약은 유효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약을 살 때마다 꼼꼼히 체크해보자.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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