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바구

[약 되는 약 이야기] '위장약'과 손발 떨림

금산금산 2015. 1. 10. 10:36

[약 되는 약 이야기] 위장약과 손발 떨림

 

 

 

                                                          

 

 

 

 

좀 이르다 싶은 아침, 중년의 한 여성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약사를 찾더니 곧바로 약 봉투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약사 선생, 여기 이 약 중에서 같이 먹으면 안되는 것이 있는지 봐 줘요."
 


그는 얼마 전 이 칼럼에 실린 필자의 글을 보고

자기가 먹는 약에도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있는지 걱정이 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같은 효능의 두 약제가 보였다.

흔하게 중복될 수 있는 약제, 즉 효과는 같지만 성분은 다른 것들이다.

그가 보여준 것은 그중에서도 위장관 조절제였다. 


소화제는 건강보험상 비급여 대상이다.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는 환자 입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을 리 없다.

이 때문에 병원에선 소화제 대신 위장관 운동을 항진시키는, 즉 보험 처리가 되는 약제를 처방한다.

멕소롱, 레보프라이드정, 가나톤정, 크레보릴정, 모티리움정, 돔페리돈정, 가스모틴정 등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약들이 그렇다.


그렇다 보니 이 병원 저 병원, 또는 한 종합병원이라도 소화기내과, 신경과 등

여러 진료과에 다니는 이들에게서 중복 처방이 흔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위장관 운동 항진 약제들의 부작용이다.

이 약물은 추체외로증후군이라 해서, 손발이 떨리는 파킨슨 질환과 같은 증세를 유발한다.

물론 약이 중복된다면 그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요컨대 소화 불량으로 속이 불편해 위장 운동을 항진시키는 약을 먹었는데

손발이 떨리는 경험을 했다면 부작용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위장관 조절제를 오랫동안 먹은 사람이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 파킨슨 병인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대뇌에는 이상이 없어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의사가 환자를 추적한 결과,

두 가지 이상의 위장관 조절제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약은 손발이 떨리는 것 외에 유즙 분비, 남성의 여성형 유방, 성욕 감퇴, 졸음, 불안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여러 병원, 여러 진료과를 다니는 사람은 위장약이나 소화제가 무슨 큰 부작용이 있겠느냐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각 처방전끼리 중복되는 약제가 없는지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