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업 스토리]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쇠못과 철사를 생산하는 소규모 공장에서 글로벌 철강업체로 성장하는 성공신화를 쓴 회사다.
창업주 장경호 회장이 1949년 부산 동구 초량동 남선창고 화재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던 재일동포로부터 중고기계를 인수해 차린 대한선재가 그 효시다.
당시 장 회장은 자석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 버려진 쇳조각까지 수집해
공정에 보탤 정도로 강한 집념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듬해 터진 6·25 전쟁이 1차 도약의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전후 복구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쇠못과 철사가 불티나게 팔려 나간 것이다.
쇠못 공장에서 글로벌 철강회사로
용호동 매립지에서 이룬 성공신화
그렇게 모은 돈으로 1954년, 적산기업이었던 한국특수제강을 불하받으면서
회사 간판을 동국제강으로 바꾸어 달았다.
그런 동국제강이 비약적인 성장을 시작한 것은
1962년 부산 남구 용호동 갯벌(현 LG메트로시티 자리) 12만여 평을 매립한 부지에
초대형 제강소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이후 3년 만인 1965년에는 국내 최초로 용광로를 설치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전기를 이용해 철을 녹이고 합금까지 가능한 기술을 도입하는 등
민간 철강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 나갔다.
당시 동국제강이 처음 사용했던 '전기로(電氣爐)'는
1999년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어 충북 음성 '철 박물관'에 보관될 만큼 획기적인 시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동국제강은 서울제강, 부산제철, 한국강업 등 국내 유수의 제강업체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인수·합병 작업을 진행했다.
그 절정기인 1985년, 연합철강(현 유니언 스틸)을 인수하는 과정에선 정치적 특혜 시비가 야기되기도 했었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국내 최고 민간 철강업체 자리를 고수해 오던 동국제강이
부산 용호동 시대를 마감하는 계기는 1997년 IMF 사태와 함께 찾아왔다.
용호동 공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핵심 라인이 포항공장으로 이전해 간 것이다.
그 탄력으로 동국제강은 인천과 당진은 물론 지구촌 반대편 브라질 세아라주까지 진출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거듭했지만 부산과 맺은 인연의 고리가 점차 약해져가는 숙명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다.
정순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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