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제일제당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제조업에 첫 발을 내디딘 회사다.
6·25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전 국민이 생필품 구득난에 허덕이던 1953년 8월,
이 전 회장은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터를 잡고 설탕공장을 지었다. 국내 최초의 설탕공장이었다.
이 전 회장이 제일제당을 설립한 종잣돈은 1951년 대구에서 출범한 삼성물산이 탄피를 수출해 번 돈에서 나왔다. 당시 삼성물산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까지 접근해 모은 탄피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대신
생필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초기자본을 축적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미국이 원조해 준 원자재를 가공하는 삼백(三白·설탕 밀가루 면방직)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버텨 나가던 흐름을 타고 제일제당을 설립한 것이다.
당시 제일제당은 미국이 원조해 준 원당을 배분 받아 설탕으로 가공하는 선순환 구조로 거칠 것이 없었다.
"제일제당은 설탕이 아니라 돈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산서 시작한 삼성그룹 첫 제조업체
CJ그룹 지주회사로 내실있는 새 출발
그런 제일제당에 변신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5·16 쿠데타였다.
군사정권에 의해 부정축재 1호 기업인으로 지목됐던 이 전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나
"경제 개발 계획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던 것이다.
제일제당이 밀가루 조미료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한 데 이어 전혀 생소한 분야인
전자, 금융, 중공업 등에 집중 투자를 하는 등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삼성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그 과정에서 제일제당은 본사를 서울로 옮겨갔고 영등포, 인천 등에 공장을 증설하면서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후 2세 상속이 마무리되던 1993년,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어
CJ그룹의 지주회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던 제일제당의 위상은 그렇게 축소되었고
부산기업이라는 이미지 또한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빛이 바래졌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모태 제조업체라는 자부심은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 이어져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 가고 있다.
논설위원 정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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