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사용기한이 있어요!
할머니 한 분이 약국을 찾아왔다.
쇼핑백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이거 어떻게 먹는 약인지 알려 줘요"라고 했다.
미국에 있는 아들이 '몸에 좋은 거'라며 보내준 거라는데,
"아까워서 지금껏 못 먹고 있다가 지금부터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보니, 영양제였다.
겉에 온통 영어로 돼 있어, 할머니로서는 무슨 약인지, 어떻게 먹는 약인지 모를 만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안타깝게도 사용기한이 지난 제품이었다.
사용기한이 지나서 먹을 수 없다고 하자 할머니는 화를 벌컥 냈다.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는데, 또 약에 무슨 사용기한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어느 집이든 곳곳에 약이 가득하다.
각종 건강기능식품에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제까지 있다.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과연 먹어도 되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쌓아두는 경우도 많다.
음식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면 찜찜해 하면서도 약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약의 사용기한은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알약은 보통 2년이다.
사용기한은 안정성 실험 결과에 따라 정하는데, 약들마다 차이가 있어 어떤 약은 3, 4년인 것도 있다.
사용기한이 2년이라면 그 전까지는 무조건 안전할까?
아니다. 포장을 개봉해 공기와 접촉한 약의 사용기한은 포장에 표시된 사용기한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포장에 적힌 사용기한이 2년가량 남았더라도 개봉을 한 후 공기와 접촉했다면, 그 '2년'은 의미가 없어진다.
공기와 접촉 이후로는 약효를 100% 낼 수 있는 기간이 현저히 짧아진다.
따라서 일단 개봉했다면 되도록이면 빨리 복용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발매되는 각종 영양제들은 1개월 분, 2개월 분 단위로 포장되어 있다.
먹을 만큼만 포장을 뜯어 사용하라는 것이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을 아깝다고 계속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집안에 쌓여 있는 약들의 사용기한을 지금이라도 확인해 보자.
의문점이 있거나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는 가까운 약국을 찾으면 된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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