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바구

[약 되는 약 이야기] 멀미약, 머릿속의 지우개?

금산금산 2015. 3. 21. 20:18

멀미약, 머릿속의 지우개?

 

 

 

 

                                                           

 

 

 

 

40대 여성이 상기된 얼굴로 약국을 찾아왔다.

"수학여행 다녀온 딸이 멍청해진 것 같다" "아무래도 멀미약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 딸에게 멀미약을 귀 뒤에 붙여줬단다.

그런데 딸이 다행히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2박 3일 간의 여행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황당해 하고 걱정했지만, 붙이는 멀미약이 실제로 그런 증상을 가끔 일으키기도 한다. 


예전에는 마시는 멀미약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약에는 졸음이라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멀미약은 독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고,

부득불 사용해야 할 때에는 잠들지 않으려 신경을 잔뜩 곤두세워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붙이는 멀미약이다.

피부를 통해 멀미 방지용 약물을 전달하는 의약품이다.

약효를 일으키는 약물층 주위를 폴리에틸렌 필름이 감싸고 있다.

이 필름이 72시간 동안 서서히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하게 된다.

금연 패치나 진통제 패치 등의 약물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주로 귀 뒤에 붙이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단지 눈에 잘 띄지 않고, 붙이기 쉽고, 물도 덜 닿는 부위라서 귀 뒤에 붙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느 부위에 붙이든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

붙이는 멀미약은 피부를 통해서 서서히 흡수가 되면서 혈류를 타고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최소한 4시간 전에 붙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붙이는 멀미약도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약들의 부작용 접수 요인 중 1위가 환각이다.

주 성분인 스코폴라민이 혼돈과 일시적 기억 장애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눈부심, 일시적 시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멀미약을 붙인 상태에서는 운전이나 정밀한 기계를 조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드물게 위장관과 방광의 운동을 억제해 변비가 오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성인용 붙이는 멀미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약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녹내장, 서맥환자, 천식발작, 전립선비대증, 7세 미만 영유아, 임산부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