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약'은 왜 항상 남을까?
"약사 양반! 2년째 줄곧 이 약국만 이용하고 있는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거요?"
한 어르신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
평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병원 처방약을 자주 사 드시는 분이었다.
사정은 이랬다!
그 어르신은 한 달 전 30일 분의 약을 조제받아 가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복용했단다.
그런데 한 달 쯤 지났다 싶어 약 봉투를 보니, 저녁 약이 7일 분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매일 꾸준히 약을 먹었으니 아침 약과 저녁 약이 같이 남았어야 하는데, 저녁 약만 남았으니
약국에서 아침 약을 부족하게 지어준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약국들은 조제 시 기계를 이용한다.
약봉지 겉에 아침, 저녁 표시와 함께 일련번호까지 인쇄되어 나온다.
또 전자동 포장기(ATC)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 이름, 조제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확인해 보니, 아침 약이 적게 지어진 것이 아니라 그 어르신이 저녁 약을 빼먹었던 것이다.
약국을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저녁 약이 남았으니, 이번엔 저녁 약을 빼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복약순응도(처방대로 복용하는지 여부) 조사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들 중 처방전대로 정확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20%에 그친다.
그 중에서 아침 약에 비해 저녁 약의 순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또 식전·식간 복용약은 식후 복용약보다 순응도가 현저히 낮았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저녁 회식 등으로 복용 시기를 놓치는 수가 많고,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저녁 식사 후 약 복용을 잊고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치게 된다.
약을 처방대로 빼먹지 않고 복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할 때에는 의사에게 솔직하게 얘기해 중복 처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고,
1일 3회나 2회 복용이 힘든 경우에는 1일 1회 요법의 약물 처방이 가능한지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
환자의 정확한 약물 복용 실태를 알아야 더 효과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약값 부담도 줄일 수 있으니….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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