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인'스토리]> '삼진어묵' 박종수 대표

금산금산 2015. 4. 8. 07:42

'삼진어묵' 박종수 대표

 

 

 

 

어묵고로케 탄생시켜 당당히 백화점 입성…'오뎅'을 명품 반열에

 

 

 

 

 

오로지 한길만 고집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삼진어묵 박종수 대표와 아들 용준씨가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부자의 모습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전민철 프리랜서

 

 

 

 

 

- 6·25 전쟁통에 선친이 공장 차려
- 서민 즐기면서 한때 호황 누려
- 어묵 인기 잦아들며 경영 어려움

- 맛·원료·모양 차별화 연구 몰두
- '어묵고로케'로 대박행진 구가
- 명실상부 '어묵종가' 자리매김

- 회계사 출신 아들 3代 가업 이어
- 이번엔 튀기지 않은 신제품 준비
- 전국 최초 어묵역사관도 문 열어



발명왕 에디슨의 명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보다 불굴의 노력을 강조하다보니 와전됐다.

에디슨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99%의 노력을 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곰곰 생각해보면 100% 다른 뜻이 된다.

범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따를 수 없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에디슨이 자신의 천재성을 은연중 과시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리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요즘 나도는 우스갯소리를 보자.

네가지 간부 유형이 있다고 한다.

  머리 좋고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

  머리는 좋지만 나태한 사람,

  머리가 돌아가지 않지만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머리 나쁘면서 일도 하지 않는 사람.

 

이 중 최악의 상사는 누구일까? 정답은 세번째 유형이란다.

사원이면 그 피해를 혼자 지면 되지만,

간부일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요즘 같이 정신없이 진화해가는 세상에서 노력만으로는 절대 이겨낼 수 없다.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끊임없는 변신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가업을 대대로 이어가면서 성공한다는 건 더욱 힘들다.

고정관념의 틀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 되기에.

아니면 퇴출되거나 그저 그런 업체에 머물 게 뻔하다.


부산의 삼진어묵은 이 점에서 훌륭한 사례라 하겠다.

어묵의 종가, 어묵1번가라는 화려한 별칭은 창조적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선친으로부터 이어받은 오뎅공장을 키워놓은 2세대 박종수(62) 대표와

신개념 어묵 신화 창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3세대 용준(32) 관리실장.

멋진 부자 조합이 이뤄졌다.

아버지의 노력에 아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비록 땀에 의존했던 아버지였지만 새로운 발상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 대표가 태어난 1953년은 한국전쟁 난리통이었던 시기.

그때 선친 박재덕이 봉래동 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오뎅은 서민 먹거리로 인기를 얻었고, 호황을 누렸다.

손이 모자라 어릴 적부터 가내공장에 함께 살면서 일을 도왔다.

명절때면 사나흘 잠도 못자면서 온 가족이 달라붙어 수제어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1986년 그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박 대표의 성실성 덕택에 사업은 일취월장은 아닐지언정 몸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어묵사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기껏 반찬용과 겨울철 오뎅꼬치 정도로 취급받았다.

한여름은 어묵의 보릿고개다.

업체들은 어떻게든 시련을 넘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어묵을 만들어내면 뭣하나. 팔려야 살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삼진어묵에서 신병기(?)를 개발해 냈다.

종래의 어묵제품과는 비교조차 되지않는 수준급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어묵고로케였다.

3년 전 영도공장을 접고 장림으로 옮겨간 뒤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숱한 시식품들을 만들었다.

오징어와 섞어보기도 하고, 만두도 만드는 등 사계절 어묵제품 개발에 전념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 선택된 게 어묵고로케였다.

어묵튀김에 빵가루를 묻혔더니 기막힌 맛이 완성됐다.

케이크 맛에다 고소함이 더해진 그야말로 '피시케이크(고기떡)'이었다.

비결은 고로케 피두께.

조금만 물러도 식감이 확 떨어진다.

 탱글탱글함을 유지하도록 생선살을 듬뿍 넣어야 한다.

여기서 아들 박 실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밀가루를 쓰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어육을 적게 쓰기위해 밀가루를 넣은 어묵제품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과감하게 밀가루를 배제했다.


"밀가루에는 웰빙의 적,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을 탄력있게 하고, 빵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성분.

이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아 '밀가루 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신경계와 면역계, 관절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설사나 복통, 소화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밀가루 대신 물과 소금을 썼다.

어육에 적정량의 소금이 들어가면 쫀득해지는 성질에 착안한 것이다.

여기에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지면서 어묵고로케가 완성됐다.



대박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전 초대전에서 어묵이 제빵을 누르는 믿기힘든 성과를 얻었다.

하루 평균 1800명이 어묵고로케를 사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부산 롯데백화점에 진출한 건 물론이다.

빅히트를 치자 어묵업계가 벤치마킹을 하는 등 난리가 났다.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시장을 노리고 있단다.

언뜻 보면 삼진어묵으로선 위기일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뜻밖에도 박 실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너도나도 어묵시장에 진입하면 경쟁관계는 심해지겠지만

파이(규모)가 커지는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

젊은 경영자의 당찬 발상이 이채롭다.

사실 박 실장은 미국 명문 뉴욕주립대를 나와 회계사를 했던 유학 인텔리다.

아버지 박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자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귀국했다.

그리고 삼진어묵의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시선은 어묵고로케 너머를 주시하고 있다.

유통시스템 개선 작업과 고로케 2탄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활성화된 택배 판매를 위해 보온·보냉 기능이 다 되는 포장용기를 만들었다.

디자인을 곁들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우드락'이라는 것으로 미래를 내다 본 전략이다.

시장 파이가 커진다면 소비자들이 포장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고,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감천항 선진화단지에 들어설 3공장에는 튀김통을 아예 없앴다.

어묵을 굽고, 찌는 방향으로 틀겠다는 의도다.

찐어묵 제품 판매에 우드락이 큰 역할을 해줄거라는 기대가 크다.

박 실장의 사업 컨셉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묵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도 중요한 요소.

5개월 전 전국 최초로 어묵역사체험관을 연 게 대표적이다.

어묵의 산 증인들이 70대를 훌쩍 넘긴 지금, 그들의 지혜를 후세에 물려줘야겠다는 결심을 실천한 결과다.

연극 등 소공연을 위해 사무실을 텅 비워둔 것도 인상적이다.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가 정신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36년 후 창업 100년을 맞게 될 삼진식품의 미래상이 궁금해진다.


#  박 대표가 말하는 경영 팁

- "뭐니뭐니해도 좋은 맛 내는데는 좋은 재료가 가장 중요"

박 대표의 어묵 철학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서 장사해야 한다는 정신을 잊는 순간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회계사인 아들 박 실장도 한 때 수많은 케이스를 분석해서 원가 계산을 했지만

지금은 아버지 뜻을 좇아 셈을 버렸다고 했다.

어묵에 밀가루를 쓰지 않고, 제조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는 것도

 진정성을 알리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박 실장은 포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비자에 '매독환주(買還珠)'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멋지게 포장해서 구슬을 팔려고 했더니 정작 상자만 산다는 얘기다.

 본질은 무시하고 지엽적인 측면을 따르는 취사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풍자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대 경제에서 상품의 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게 포장이다.

'듀퐁 법칙'이란 게 있다.

세계적 명품 업체 듀퐁이 1950년대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도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긴급 분석에 나섰다. 결과는 포장 불량이 원인이었다.

단순한 디자인과 자주 파손되는 포장에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이후 포장이 소비자에게 주는 제품의 첫 인상이라는 경제 이론이 나왔다.

삼진식품이 대박을 터뜨린 어묵고로케도 사실 포장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묵을 맛있는 빵으로 착각하게끔 포장을 달리한 것,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뜨린 발상의 전환이 성공의 밑바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