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인'스토리]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

금산금산 2015. 4. 1. 20:19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

 

 

 

 

 

마이스 잠재력에 올인 '무모한 변신'…'미친 열정'으로 넘버원 겨냥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가 사무실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자석 로고는 지구촌 국제회의 행사를 부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백한기 선임기자

 

 

 

 

- 번역가·홍보전문가 이력
- 꿈을 위해 과감히 포기
- 벡스코 문 열자마자
- 컨벤션 사업 투신

- 서울업체에 밀려 초반 실패
- 포기 없는 당찬 도전 끝에
- "강렬한 눈빛에 반했소"
- 세계적 국제회의기획사
- 부회장 마음 붙잡아

- 국제적 명성 '여성 정주영'
- 향토기업 자존심 지키며
- 도시 브랜드 가치 높여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왕회장' 고(故) 정주영의 젊은 시절 일화 한 토막.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 미국대통령 당선자 아이젠하워가 극비리에 방한해 전선 시찰을 마치고

부산 유엔묘지를 참배했다.

황량하게 방치돼 있는 묘지를 차마 보여줄 수 없었던 미군측은 정 회장에게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5일 내 묘역 전체에 푸른 잔디를 입혀달라는 황당한 조건.

엄동설한에 잔디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곰곰 생각하던 그는 무릎을 탁 치며 미소를 지었다.

미군에게서 공사비의 3배를 받아내 지갑을 두둑이 채운 건 물론이다.



정 회장의 해법은 간단했다.

푸르게만 보이면 된다는 점.

그의 시선은 구할 수 없는 잔디 대신 낙동강변 보리밭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트럭 수십 대를 동원해서 통째로 옮겨 버렸다.

미션 끝.

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을 저지르고 보는, 그리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듯 하나, 더 큰 무엇이 있다.

바로 역발상이자 수평적 사고. '앞으로 나란히'식의 수직적 사고로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수월하게 풀어낸 비결이다.

하나의 방법론이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를 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에 가능했다.


부산에 그런 당찬 여성 기업인이 있다.

이봉순 리컨벤션 대표.

 50대 초반의 이 대표에게 불가능은 없다.

업계 넘버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벡스코가 문을 열자마자 컨벤션(국제회의 진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참으로 절묘한 선택이 아닌가.

강점을 살리면서 블루오션을 차지하겠다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2000년 3명이던 직원이 지금 40명 넘는 대식구로 늘어났다.

엄청난 수에 이르는 임시직 행사진행요원은 계산에도 넣지 않았다.


알다시피 부산은 미래 핵심성장동력으로 마이스(MICE)를 꼽고 있다.

컨벤션과 기업 미팅 및 인센티브 투어, 전시를 아우르는 마이스 산업 성장세는 경이적이다.

지난해 국제회의 개최 실적이 세계 10위권에 들었고, 아시아에서는 대도시를 통틀어 당당히 4위에 올랐다.

 8년 후에는 세계 10대 마이스 도시에 진입할 태세다.

이런 트렌드를 이 대표는 수평적 사고로 내다봤다.

그리고 올인한 결과 놀라운 성공을 이뤘다.



이 대표는 4번이나 직업을 바꾸며 변신을 거듭했다.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후 작가 꿈을 키우며 프리랜서 번역을 하다 대인관계가 소원해지자 미련없이 접었다.

이후 부산 하얏트호텔을 거쳐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홍보 및 해외마케팅 팀장이 됐다.

고액 연봉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항만 관련 업무, 그리고 드문 여성 고위간부의 꿈은

그의 인생에 신바람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대표는 '2% 부족'을 느끼게 된다.

뜨거운 갈증이 다시금 내면에서 샘솟았다.

계기는 잦은 항만 국제회의 출장.

주로 영국을 찾았는데 낮에는 비즈니스 트렌드를 습득하고, 밤에는 문화를 마음껏 향유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참가 등록비만 수백만 원을 내고, 경비도 부담해야 하는 희한한 경험을 한 것이다.

새로운 사실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아, 이거였구나. 돈을 쓰면서 세뇌당해야 하는 게'.

역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 돈을 마음껏 벌면서도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체험한 것이다.


그는 새 희망을 꿈꾸기로 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그에게 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마케팅 기획안이 결제가 안됐다.

임원에게도 올려봤지만 묵묵부답.

다짜고짜 사장실로 직행했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사장이 결국 사인을 해줬다.

후일 주위에 "이 여자가 미쳤거나, 아니면 제대로 한 몫 할 것"이라는 평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큰 꿈을 위해 사표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벡스코 개장 1년 전이라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손이 잡히지 않는 것도 양심에 찔렸다.

사장이 조만간 명예퇴직을 시켜줄 테니 참으라고 만류했지만 사의를 거두지 않았다.


"당시 처음으로 명예퇴직이라는 게 생겨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었지만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손해본 건 반드시 되돌아오리라는 확신도 섰고요.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서 이봉순의 리컨벤션은 닻을 올렸다.

하지만 초기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부산의 작은 컨벤션 업체로서는 명함도 들이밀지 못했다.

굵직한 국제 회의는 전부 서울 업체들의 차지였다.

행사를 직접 해봤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사업의 생사가 오락가락하던 순간 '오뚝이' 이 대표는 국외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누가 봐도 항만 경험 하나만 믿고 덤벼든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여성 정주영'의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500원 지폐에 새겨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거액을 빌렸던 '왕회장'의 전설에 비할 순 없겠으나

그는 여기서 극적인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세계적인 국제회의기획사 여성 부회장이 싱가포르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 대표는

한걸음에 달려가 어렵사리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손짓 발짓 다한 그의 열정에 부회장은 녹아내렸다.

 "당신의 강렬한 눈빛과 태도에 반했다. 결혼(협업)하기 전에 약혼(양해각서)부터 하자"는 말에

이 대표의 인생은 확 달라졌다.

진정한 도전과 성취의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그는 예전의 이봉순이 아니다.

해외 실적을 쌓으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부산을 기반으로 한 향토업체임에 변함이 없다.

2년 전 지역에서 열린 라이온스 세계총회가 대표적.

행사 대행을 리컨벤션이 맡아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07개 나라, 5만 명이 부산을 찾아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뿌렸다.

 참가자 90%가 부산을 처음 찾아 원더풀을 연호했으니 그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능히 짐작할 만하다.


그는 다시 시선을 돌린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행사를 많이 개발하고, 기존 주관 행사를 세계적인 규모로 키우는 게 타깃.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대박'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여성포럼, 환경 업사이클링박람회, 세계해양포럼, 국제물포럼 등등.

 

이 대표의 뇌리를 휘감도는 주제들이 하나 하나 현실로 드러나는 중이다



# 과감히 버려라, 변화를 즐겨라, 꿈은 이뤄진다, 주인공이 돼라

■ 이 대표가 말하는 경영 팁

2012 라이온스 부산세계대회에서 각국 참가자들이 마린시티 일대에서 벌인 거리퍼레이드.

주인공, 다시 말해 넘버원이 되어야 한다.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 역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주위 상황을 잘 살피는 한편, 만나는 사람에 충실하고 집중하라.

그러면 꿈은 이뤄지게 마련이다.

같은 도시를 다니더라도 늘 다른 영감을 느끼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나의 창작 놀이터는 회사나 집이 아니라 비행기 객실이다.

여행하는 시간 만큼은 자유롭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피곤하면 마음대로 쉴 수 있기에.


넘버원이 되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 첫걸음이 되는 비결을 소개한다.

하얏트호텔에 근무할 때 상사인 총괄 마케팅디렉터가 말했다.

인생이 재미있는 건 변화 때문이다.

의미있고 가치를 지닌 변화가 있어야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

 5년을 기점으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라.

그래서 자신의 요구가 실현됐다면 그냥 나아가고, 아니면 과감하게 바꿔라.

그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게 인생 신조가 되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은 넘버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