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부산 도심 여행] '물만골'에서 '마하사'까지

금산금산 2015. 4. 22. 21:18

물만골에서 마하사까지

 

 

 

 

 

금이 간 낡은 벽에서도 굳게 뿌리 내리는 너와 이곳 사람들이 꼭 닮아있구나

 

 

 

 

마하사 아랫동네 슈퍼마켓의 평상은 할머니들 사랑방이다.

 

 

 

 

 

- 나뭇가지처럼 뻗은 물만골 골목 따라
- 작은 집들이 나뭇잎 같이 다닥다닥
- 옥상에 널린 빨래감들도 바람에 춤

- 아랫마을 마하사 40년 된 슈퍼마켓
- 진열상품 보면 이곳 삶 엿볼 수 있어
- 골목 맨 위 오르면 동래·금정 한눈에


 

물만골 어느 집의 금 간 벽틈에서 풀이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도심의 섬과 같은 곳이 몇 곳 있다.

금련산 줄기를 타고 연산동 방향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물만골과 마하사 아래쪽 마을이 그런 곳이다.

이곳은 주로 도심에서 강제 철거를 당해 이주했거나 70, 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입된 사람들이 터를 잡은 곳이다.


먼저 물만골로 들어서 보자.

연산동 이마트 맞은편 금련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가면 마을 초입이다.

좁은 길이지만 금련산 정상 봉수대를 넘어 남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외로 차가 많이 다닌다.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뭇가지처럼 좁은 골목들이 이어진다.

그 골목을 끼고 작은 집들이 나뭇잎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낡은 집이 대부분이지만, 나름 깨끗하게 단장한 집도 많다.

옹기종기 들어앉은 물만골의 집들.

마당을, 집 대문 앞을 조그만 화단으로 조성했다.

아기자기하게 단장한 풍경이 참 정겹다.

달동네라는 인식만 갖지 않는다면 공기 맑고 조용한 산중 별장과 다름없다. 옥상 빨랫줄에 걸린 빨랫감들이 깊은 가을바람에 춤춘다.

그 위로 오후의 빛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금이 간 낡은 벽에 끈질긴 생명력의 잡초가 붙어 있다. 한 점 수묵화 같다. 올라갈수록 연산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좋다.

마을사람을 태운 작은 마을버스가 저만치 모퉁이를 돌아 들어선다.

고양이야! 장독대를 돌아서 어디로 가니. (마하사아랫동네) (위쪽), 마하사 아랫동네, 언덕 위의 집. 경치가 좋다.

마을버스를 뒤로 올려보내고 발길을 마하사 아랫마을로 옮긴다.

마을 어귀부터 위쪽으로는 좁은 골목이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신라 고찰 마하사다.

초등학교 때 단골 소풍지였다.

골목 끝에 오래된 슈퍼마켓이 나타난다.

40년쯤 됐다고 한다.

근대화 시절 생긴 가게다.

대형마트에 밀려 골목 구멍가게들이 사라지는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이다.

가게 안 물건에서 여기 사람들 삶의 단면이 보인다.



가게 앞 평상에서 할머니 네 분이 담소를 나누신다.

한 분은 여기로 들어온 지 50년 째란다.

첨엔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 자리 잡고 별 불편 없이 산다.

그러나 머지않아 재개발된다는 소문에 어디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동네 초입부터 오르는 길 왼쪽으로 경사가 가파른 골목들이 횡으로 나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니 빈집도 제법 많다.

집안에 남은 흔적으로 보아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산 듯하다.

다시 골목을 오른다. 벽돌담 위에 화분 몇 개 아슬아슬 얹혀있다.

손질은 안 된 듯하지만 좁은 골목과 적당히 잘 어울린다.

파란 하늘색이 그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대문 열린 집으로 슬쩍 들어서자 따뜻한 양지녘에서 졸던 길고양이가 이방인 기척에 놀라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이렇게 골목을 오르고 내리기 여러 차례,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골목 맨위에는 이 마을 산복도로와 같은 길이 나온다.

전망이 좋다.

동래구부터 저 멀리 금정구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시야와 가슴이 동시에 확 트인다.

등줄기 땀도 금세 식어버린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적당히 운동할 수 있는 덤이 있어서 더 좋다.

포토스페이스 중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