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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년을 구출하라]-청년과 일자리- 실패의 공간에서 일 경험 나누자!

금산금산 2015. 6. 20. 14:44

-청년과 일자리-

실패의 공간에서 일 경험 나누자!

 

 

 

구직→취업→실업→구직 '일자리 요요'…일 경험 나눌 공간 없나요

 

 

부산경제진흥원 내 부산청년일자리센터는 구직자들의 적성 상담과 일자리 정보 제공이 주요 업무이다. 김화영 기자

 

 

 

 

 

 

- 첫 직장 그만둔 근로자 62%
- '열정페이' 강요당하는 현실에
- 계약직·비적성 분야 취업 뒤
- 더 좋은 조건 찾는 '반수생' 많아

- 청년 일자리허브 만든 서울
- 공익 관련 혁신활동가 키워
- 취업 경험 나누고 정보 공유

실업과 취업.

2015년 대한민국과 부산을 들여다 볼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청년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대한민국 취업전쟁보고서'(더퀘스트)는

"취업준비생은 새로운 계급"이라고 정의했다.



청년들에게 "부산은 취업 기회가 많은 곳인가"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응답자는 20%뿐이었다.

부산 청년 500명을 면접조사 한 결과다.



부산의 일자리 부족은 통계가 증명한다.

1989년 40만8000명이던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2013년 22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취업이 곧 '완생'도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첫 일자리를 그만둔

임금 근로자가 62.3%에 달했다.

그들은 다시 구직→취업→실업→구직을 되풀이하는 '반수생'으로 전락한다.

뺀 살이 다시 찌는 '요요(YOYO)'처럼 청년들도 취업 요요를 겪고 있는 셈이다.

 

 



■ 2030 일자리 우울한 쳇바퀴

지난달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청년일자리허브에서 청년활동가들이 서로의 일 경험을 공유하는 장면. 서울청년허브는 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모색하고 사회적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개발하는 공간이다. 김화영 기자

일자리 요요 현상은 부산대 김영(사회학과) 교수가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 20명을 인터뷰(2010년 3월~2013년 4월)한 결과를 분석한 논문에서

잘 드러난다.

디자인을 전공한 A 씨의 사례는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장이 택배비를 아끼려고 디자이너에게 직접 배달시킨다는 말을 듣고 사직했죠. 다시 취직한 의류 회사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입사 6개월 만에 도산했습니다. 지금은 텔레마케터를 하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준비 중이에요."



면접자 중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풀타임 근로자는 6명이었다.

구직활동(아르바이트 포함)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리랜서(2명)와

대학원생(1명)이 뒤를 이었다.

퇴사 경험이 있는 면접자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스스로 사직했다.

그러나 '눈높이가 높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막다른 선택'에 몰린

경우가 많았다.

방과후 교사로 일했던 B 씨의 경험담.

"학생들 집에 전화해서 왜 안 왔는지 매일 체크해요. 학생을 많이 등록시켜야 수익이 남으니까.

하루 전화 30통은 기본이에요.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일부 면접자는 스펙을 쌓기 위해 사이버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전문대 출신의 C 씨는 4년제 대학에 편입해 '스펙'을 늘렸으나 서류전형에서 계속 탈락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다른 4명은 국비지원 직업훈련 프로그램까지 이수했으나 취업에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외고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한 D 씨는 '3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1학년 때부터 취업캠프 다니고 학교 경력개발센터 가서 도장 찍고. 전공을 살려 복지관에 들어가려 했는데. (원서를 하도 많이 넣다보니) 이제는 더 지원해볼 복지관도 없어요."

 

 

김 교수는 "청년들의 구직 이행경로가 다양화·복수화되기 보다 '학력자본'을 강화하는 쪽으로 단순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희망하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들은 계약직, 비적성 분야, 더 작은 회사에 지원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불안정성, 곧 DIY(Do it yourself·너 스스로 하라)가 청년들의 특징이었다"고 진단했다.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지낸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과 '노동'의 의미 대신 '일자리'만 강조한다. 취업전쟁에서 승리해도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일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부산학센터장은 "취업만큼 일자리 유지가 중요한 시대다. 구직자들이 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일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

서울시의 청년일자리허브는 불안한 청년들이 '비빌 언덕'이다.

'하고 싶은 일'을 모색하는 2030세대가 타깃층이다.

 2013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터를 잡았다.

총 1782㎡(약 540평) 공간은 365일 개방된다.

내부에는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창문카페'와 4700권의 도서가

비치된 '공유책장'이 있다.

 '미닫이 사무실'은 청년 창업가들인 '워킹그룹'의 일터다.



청년허브의 주요 사업은 청년혁신활동가 양성.

공익과 연관된 사업을 청년들이 스스로 기획해 활동한다.

자신과 맞지 않으면 그만둘 수도 있다.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는 '실패의 장'이다.

2013년 117명이 협력사업장 20곳에서 일했다.

이 중 53.5%가 멘토인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분야로 취업 또는 창업을 했다.


청년허브 신윤정 기획실장은 "가치 지향적인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많다. 워킹그룹은 '사회적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창업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임대아파트 커뮤니티

기획자'나 '세대 간 커넥터'가 워킹그룹을 통해 탄생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19일 청년허브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엔딩'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채용파티 잡(JOB) 동산'은 딱딱한 '채용박람회' 형식을 버리고 청년이 기업에 궁금한 것을

묻는 '오픈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굿매칭'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오후 5시에는 혁신활동가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매듭의 자리'와 토크콘서트

'기대해도 좋은 내일을 위하여'가 이어졌다.

청년허브 김영경 일자리사업단장은 이날 "나만 잘산다고 해서 사회는 나아지지 않는다. 다함께 새로운

삶의 기술을 배우는 우리 활동이 그 딜레마에 관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청년 허브는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민간기관에서 실시하는 구직·창업·직업교육 정보를 이곳에서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다.

'청년참'은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3년에는 길에서 주운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길공방'이나 천안 청년의 동네 만들기 모임인

'호두와트마법학교'를 비롯해 112개 소모임(600여 명)이 활동했다.

 '심야식당'은 목요일 오후 7시마다 열린다.

'오늘의 셰프'가 청년들의 고민을 꺼내면 손님들은 요리를 즐기며 수다를 떤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뜻의 '세바시 청년'도 유명하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청년 연사가 매월 한 차례 15분간 강연을 한다.

CBS '세바시15분'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광주광역시와 충남도 청년허브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광주는 올해 청년 사랑방 역할을 해줄 '광주청년센터'(가칭)를 설립한다.

3억 원을 들여 토론실과 연구실·창업코너·휴식카페를 갖출 예정이다.

광주시 청년인재육성과 곽상희 주무관은 "전국 단위의 청년정책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청년 허브 설립 당시 디렉터였던 김병수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대표는 "부산은 서울을 한 단계 뛰어넘어

일본·중국 청년까지 모이는 아시아 청년허브를 지향해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 서울청년일자리허브 주요 프로그램

프로그램

주요 활동

청년참

청년 커뮤니티 육성. 철학 퀴즈쇼와 나눔부엌 등 '동아리 반상회'

국제교류

해외전문가 초청 강연. 청년이 기획하는 국제컨퍼런스

정책연구

청년이 실증연구를 통해 서울시에 청년정책 제안

청년주거

공유주택 지원. 살(buying)수 없는 집을 살(living) 수 있는 집으로 리모델링

일자리

일 경험을 통해 취업·창업으로 유도. '아픈 아이 돌봄 협동조합' 등 43개 공공사업장에서 119명 활동 중

워킹그룹

청년들이 사회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

세바시 청년

청년 연사 강연.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과 공동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