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함유' 약들...
1주일에 두 번 정도 게보린을 4통씩 규칙적으로 사 가는 30대 여성이 있다. 매번 "공복에 드시지 말고, 늦은 밤에도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라는 복약지도를 빠뜨리지 않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러도 그런 일이 계속되자 걱정이 돼 물었다 .
"게보린을 본인이 드시나요?"
"아니요. 제가 먹는 게 아니라 시어머니께서 드시는 약인데,
머리가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감기 기운이 있어도 드셔요."
"이런 약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고, 장기 복용 시 간기능 손상 같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 약을 사다 드릴 때마다 그런 말씀을 드리지만, 다른 약은 듣지를 않는다며
수십 년째 이 약을 복용하고 계셔요."
게보린 등 복합 성분의 해열진통제들이 약국에는 많이 있다.
펜잘, 사리돈이 그렇고, 종합감기약으로 알려진 판피린, 판콜 등도 이런 류의 의약품들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마치 중독된 것처럼 꾸준하게 판매되고 복용되고 있는
약들의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성분이나 함량이 대부분 비슷한데도, 환자는 본인이 평소 복용하고 있는 제품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며 한 가지 제품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별로 카페인 함유량은 1정당 30㎎, 50㎎ 등 다양하지만, 적은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카페인에 중독되면 불면증, 방광염의 악화, 심장마비, 부정맥,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속 울렁거림, 구토증세, 무기력증, 수전증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류의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분들은 평소 식품을 통해서도
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한다는 것이다.
카페인은 흔히 알고 있는 커피뿐만 아니라 콜라나 초콜릿, 녹차 등 음식에 광범위하게 함유되어 있다.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양강장제 음료에도 다양한 형태로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그렇게 본다면 게보린, 펜잘, 사리돈, 판콜, 판피린,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으로
정부에서 판매를 허가한 제품이라서 판매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함부로 복용하는 건 삼가야 할 일이다.
중독은 어떤 원인으로든 위험하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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