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만 '동원개발' 회장
신뢰로 쌓아올린 향토건설 名家…이젠 수도권 공략 '북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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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만 회장이 지난해 입주가 끝난 76차 구포 동원로얄듀크비스타 아파트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48층 건물로 부산업체가 지은 최고층 기록이다. 그는 부인과 세 며느리까지 모니터 요원으로 동원할 정도로 아파트의 실용적 측면을 중시한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 |
◇ 쓸 땐 쓸 줄 아는 구두쇠
- 메모지 한장도 허투루 사용 않고
- 외형보다 실속, 몸에 밴 근검절약
- 교육사업 등 사회환원엔 통 크게
◇ 첫째도 신용 둘째도 신용
- 오늘로 창립한 지 40주년 됐지만
- 대금연체·입주연기 한 번도 없어
- 50차례 이상 동업했지만 갈등 '0'
◇ '전국 브랜드' 새로운 도전
- 지금까지 아파트 5만여 호 공급
- 불황을 모르는 내실경영 바탕
- 전국 10위권 내 진입 당찬 포부
남극 탐험 하면 떠오르는 두 영웅이 있다.
아문센과 스콧.
극점 정복을 위해 자웅을 겨룬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 한계를 넘어선 신화로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최후의 승리는 아문센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원정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스콧은 날씨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했다.
기상이 좋을 때는 많이 가고, 나쁠 땐 거리를 줄였다.
반면 아문센은 날씨가 험해도 사투를 마다하며 하루 20마일을 전진했다.
그래서 '20마일의 법칙'으로 불린다.
여기서 핵심은 속도 조절. 많이 가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더구나 스콧 탐험대는 날씨가 나쁠 때를 대비해 최대한 많이 이동해야 했기에
극심한 불안과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마음의 기상도가 잔뜩 흐릴 밖에.
이에 비해 아문센 탐험대는 매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승부가 여기서 갈렸다.
아문센이 비결을 털어놨다.
필요한 절차를 등한시한 사람에겐 반드시 실패가 찾아오고, 모든 걸 제대로 갖춘 이에겐 성공이 기다린다고.
오늘(31일)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주)동원개발 장복만(73) 회장은 아문센형 기업인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동원이 숱한 비바람을 견디며 반세기 가까이 살아남은, 아니 성장을 계속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신이 가진 능력대로, 욕심내지 않고 걸어온 결과다.
1975년 동원개발이 태어난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내거나 직원 월급을 연체하지 않았고,
아파트 입주일을 미룬 적이 없는 건설 역사를 쓴 원동력이기도 하다.
심지어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석유 파동과 IMF 환란 때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피스텔 한 귀퉁이에 있는 장 회장의 집무실. 한마디로 삭막한 풍경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시설은커녕 새 가구나 고미술품 한 점 없다.
헌 책상과 손때 묻은 소파가 놓여 있을 뿐. 각종 도면과 서류들로 넘쳐난다.
볼 거라곤 난초 화분 몇 개가 전부다. 참으로 소박하다.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매출 7000억 원에 달하는
부산 굴지의 건설그룹 회장실이라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잘되는 기업은 남에게 자랑하는 겉멋보다 내실을 중시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물론 번듯한 사무실을 꾸며놔야 하는 업종도 있다.
금융기관이나 컨설팅 회사 등은 고객에게 전문성과 신뢰를 줘야하기에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사무실은 업무 공간이기에 일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된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장 회장이기에 솔선수범한 게 아닌가 싶다.
사무실 뿐만 아니다.
그는 메모지 한 장도 허투루 여긴 적이 없다.
무조건 이면지를 쓴다.
고급식당도 싫어해서 한끼에 1만 원이 안드는 뒷골목 맛집을 자주 찾는다.
신문 스크랩도 비서실에 맡기지 않고 손수한다.
기사 속에 담긴 소중한 정보들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란다.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일한다.
간부직원들이 죽을 맛이다.
심지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이 정도면 '스크루지 영감' 아닌가. 하지만 사회 환원을 위해 교육시설과 자선 단체 등에
수백억 뭉칫돈을 스스럼없이 내놓은 걸 보면 선한 스크루지로 여겨도 무방할 듯.
장 회장은 오로지 건설 한 길만 파왔다.
45년 전 철근회사을 시작한 건 당시 일기 시작한 건설 바람을 예리하게 판단한 타고난 기질때문이었다.
건자재 품귀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그는 돈버는 맛을 알게 된다.
그 밑천은 신용. "아침에 빌린 돈으로 자재를 사서 낮에 판 뒤 저녁에 되갚는 식이었어요. 어김없이 지키니까 '신용 하나는 끝내주는 장 사장'으로 통했습니다. 시장 신뢰의 중요성을 뇌리에 새겼더랬지요."
그리고 5년 후 본격적인 집장사에 뛰어들었다.
첫 작품이 33세대 전원주택 단지였는데 동향의 정원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 동원이었다.
사업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고리 사채에만 의존할 수 없었던 그가 택한 게 동업.
자본이든 노하우든 각자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는데 이만한 방식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금까지 50차례 이상 동업을 했지만 단 한번도 다툼이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
"49대 51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일은 더 많이 하고,
수익이 조금 모자라도 만족하자는 식으로 대하니 믿음이 생길 밖에요."
동업하다 부도나거나 깨진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장 회장은 흐뭇해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그에겐 남얘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동원개발은 전국에 5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한 굴지의 건설업체로 우뚝 섰다.
매년 1200세대에 달하는 아파트를 끊임없이 지은 것이다.
무리한 투자나 경영을 절대 피했다.
장 회장 스스로의 능력을 냉철히 분석하고 감당할 수준의 리스크 내에서 사업을 벌였다.
신용을 바탕으로 꾸준히 파고든 게 오늘날 탄탄한 동원개발이라는 결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장 회장은 또다른 야심찬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동원을 전국적인 파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재산권 1호인 아파트의 브랜드가 지닌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동원 로얄듀크 브랜드가 부산 경남에서는 막강하지만 수도권 비교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이걸 반드시 따라잡아야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좋은 위치에 잘 지으면 못 이룰 게 없단다.
특히 지하철 축(노선)을 잘 활용하는 게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실적으로 보면 동원개발이 전국 41위, 그룹 전체로는 28위인데
수도권 공략을 잘 해서 순위를 확 끌어올릴 겁니다".
현재 동원로얄듀크 브랜드로 짓고 있는 용인 죽전 아파트의 경우
가장 비싼 분양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동원개발은 전국 10위권에 들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안전하고 가치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브랜드가 주는 환상이 아니라 실질적 효용과 가치에 무게중심을 둔 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 장 회장의 경영철학
- 勤·者·治·人(근자치인·근면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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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만 회장의 사전에 게으름이나 두려움이란 단어는 없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쉼없이 전진한다.
그 밑바탕에 약속은 반드시 지켜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깔고 있다. 그러니 일벌레로 불리는 건 당연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움직여 동력을 얻는다.
자극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거나 설령 꿈틀거리더라도 타성에 젖어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일은 삶의 행복 척도라 하겠다.
좌우명으로 삼는 근자치인(勤者治人·근면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자'에 다름아니다.
무엇이든 집중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각오를 다질 것을 장 회장은 주문한다.
일에 젊음을 걸고 쉼없이 도전하라는 것이다.
편한 것, 쉬운 일만 추구하면 성공은 저만치 달아난다고 경고한다.
비록 더디더라도 내공을 오래도록 갈고 닦으면 찾아온 기회를 기적으로 바꿀 힘이 생긴다.
'천천히, 서둘러라(페스티나 렌테)'.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이렇게 해서 팍스 로마나를 활짝 열었다.
그는 '부자의 자격'을 묻는 질문에 사회에 필요하고, 함께 가며,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지금껏 84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사회에 환원했다.
교육 분야가 그 중 비중이 가장 크다.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단시간에 경이로운 성장을 할 수 없었다는 신념이 작용했다.
고향 통영에 명문 중고교를 세웠고, 부산에도 마찬가지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부산을 위한 일인데 장벽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학교가 안 된다면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라도 만들겠다는 장 회장에게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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