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그날 밤 수영강 일대를 활개친 이 무리를 공개수배합니다
수영강에서 새끼수달들이 어미를 따라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
- 부산 대표 도심하천에
- 밤이면 물속에서 머리와 콧구멍을 내밀고
- 헤엄 친다는 제보를 접수
- 발자국·배설물 등 발견지점을 중심으로
- 수차례의 추적과 잠복을 했으나
- 예민한 눈과 귀를 가진 녀석들은
- 탐사팀의 레이더망에 겨우 두 차례만 포착됐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수영강에서 서너 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수달의 모습이
수차례 추적 끝에 카메라에 포착됐다.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인 수달은 매끈한 몸매에 능수능란한 수영 솜씨를 뽐냈다. 서로 뒤엉켜 물장난을 치고 잽싸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은 물속 포식자의 진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취재팀이 수달 추적에 들어간 계기는 오래전 직장 동료였던 최충식 씨의 제보를 받으면서.
"수영강과 그 지류인 온천천 하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밤이면 날쌘 동물 한 마리가 물속에서
머리와 콧구멍을 내밀고 헤임치고 다녔어요."
수달이 서식하는 부산 수영강 일대의 모습. |
지난해 10월 취재팀은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져 배설물을 확인한 결과
수달이 분명했다.
문제는 어떻게 카메라에 담느냐였다.
추적과 잠복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수달을 촬영하는 데 실패했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눈과 귀가 유달리 예민한 수달을 촬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이곳을 지나면서 오로지 '수달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지난 1월 또다시 수영강을 찾았다.
흔적은 있지만 목격된 적이 없는 수달.
'오늘은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온천천 하류와 만나는 목 좋은 지점에 자리를 잡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한편으론 도심의 가로등 불빛과 차량 소음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과연 수달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사실 들었다.
수달을 기다린 지 3시간 남짓.
목놓아 기다리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에서 올라와 맨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일.
그리고는 마치 할 일을 다 끝낸 듯 녀석은 물 위로 얼굴을 내놓은 채 잠시 머물다 하류로 사라져버렸다.
행여 다시 올까 싶어 1시간여를 더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래도 수영강에서 수달을 처음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제방 둑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달 |
천성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 남으로 흘러 법기·회동수원지를 이룬 뒤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가로질러 수영만과 만나는 이곳 수영강에는
지류인 온천천과 연결되는 특성상 각종 어류와 바다 생물이
공존하고 있어 먹잇감을 얻는 데 안성맞춤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족제빗과의 포유류인 수달은 몸길이 63~75㎝, 꼬리 길이 41~55㎝,
몸무게 5.8~10㎏ 정도이다.
몸매는 족제비와 비슷하지만 훨씬 크고
몸은 수중 생활을 하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먹이는 주로 어류.
특히 비늘이 있는 것보다 없거나 적은 어종들을 잡아먹는다.
개구리나 게도 잘 먹는다.
물속에 들어가 견딜 수 있는 잠수 능력은 5~8분 정도이다.
다리가 짧고 몸이 유선형이라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해서, 수달은 강바닥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물고기를 찾아낸다.
수달이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 추적 장치는 입 주변의 긴 수염이다.
코와 귀는 수중에서는 자동으로 닫혀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서로 뒤엉켜 장난치는 수달 새끼들 |
수달의 또 다른 수영 비결은 발바닥의 모양.
다른 육상동물과 달리 물갈퀴 구조로 되어 있다.
훌륭한 사냥 도구가 되는 것이다.
앞발을 손처럼 사용해 돌을 휘저어 물고기를 찾으면
빼어난 수영 실력으로 추격한다.
이리저리 급선회도 가능해 주둥이와 앞발을 이용해
단숨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지난 2월 중순.
앞서 수달을 봤던 지점에서 5㎞ 정도 떨어진 하류에 위치한 민락동 방파제를 찾았다.
역시 제보였다.
턱밑으로 파고드는 칼바람 속에서 두 시간쯤 지난 자정께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동물의 은밀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방파제 아래 돌 틈에서 3마리의 수달 가족이 어슬렁거리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추위가 싹 가시고 흥분이 됐지만 숨 죽이고 움직임을 관찰했다.
본격적인 먹이사냥이 시작됐다.
유연한 자맥질로 물고기를 낚아채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사냥에 나선 지 불과 20초 만이었다.
물고기 한 마리 정도는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수달이 하루에 먹는 양은 2~3kg 정도.
녀석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려면 조금 더 사냥을 해야 했다.
생각보다 아주 빨리 물고기를 사냥했다.
그들은 물고기의 머리만 남긴 채 뼈와 지느러미까지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사냥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수달 |
박용수 생태전문가는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영강에
아직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며
"수질이 개선되면서 물고기 등 먹이가 늘어 수달이 하류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자국과 배설물을 추적 조사한 결과 최소 6마리 이상의
수달이 이 일대에 사는 것으로 추정돼 수달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달은 1950, 60년대 무분별한 포획과 난개발 등으로 서식환경이 급격히 악화해 개체군이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국립공원종복원센터(전남 구례)와 수달복원증식센터(강원도 양구)가 개원해 전국에 걸쳐
수달 보호 활동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때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수달이
지금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취재 협조 = 박용수 생태전문가·송재정 생태전문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수영강 바지선 위에서 수달이 카메라 스트로보 광선에 놀라 쳐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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