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보두~낙화~중산'
명산에 가려 빛바랬지만
탁 트인 풍광은 으뜸일세
엄광사서 원점회귀 5시간10분 소요
가파르게 오르면 능선 모두가 전망대
발아래는 미리벌의 속살이 훤히 비쳐
임진왜란때 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사실 이곳은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사진을 위해 낙엽길을 헤쳐 잠시 포즈를 잡았다. 낙화암 아래 일자능선이 산행팀의 진행방향. 낙화암 바로 옆 봉우리가 중산이고 사진 우측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석이바위(봉)이다. |
밀양 청도쪽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를 다녀온 산꾼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도상으로 사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왜 이렇게 빙 둘러둘러 들머리를 찾아가야 되는지를.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지름길인 밀양 대신 천년고도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진입하다보니
오랫동안 밀양 청도쪽은 소외지역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24번 국도~석남사~얼음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양산IC~신불산공원묘지~밀양댐~표충사 입구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25번 국도~수산대교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물금~원동~삼랑진을 거쳐 밀양으로 가든지, 하여튼 목적지에 따라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기름값은 물론 오가는 시간, 여기에 초행자의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매야만 했던 고통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타 지역 우리 산하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통돼 밀양 청도가 본의 아니게 점차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해버렸다.
시간이 흘러흘러 2006년 설을 앞둔 오는 25일 밀양 청도를 경유하는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앞서 개통된 텅 빈 고속도로보다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훨씬 먼저 뚫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밀양이 고향인 부산의 한 산꾼은 "내고장만 먼저 생각하는 일로 치부될까 한편으로 꺼림칙하지만 무엇보다 통행량 물류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과연 고속도로의 우선 순위가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됐는지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주 산행지는 밀양의 보두산~낙화산~중산. 밀양시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의외로 숨은 산이다.
들머리인 산외면 금천리 엄광사 인근은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다.
통상 산행은 긴늪유원지 인근 송림휴게소에 출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을 거쳐 꾀꼬리봉으로 내려오지만 이럴 경우 원점회귀가 불가능한데다
산행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소요돼 전망이 좋은 몸통 부분만 발췌했다.
산행은 엄광사~산신각~너럭바위 전망대~보두산(562m)~낙화산(597m)~안당골 갈림길~중산(643m)~삼각점
봉우리(석이바위봉)~벌목지대~안당골마을 입구 지나~엄광사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만 잘 찾으면 이후 산행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엄광사에서 50m쯤 오르면 갈림길.
왼쪽 산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을 건너면 곧장 산길이 시작된다.
입구에 가건물이 하나 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호랑이 위에 앉아있는 산신령이 보인다.
산신각 또는 마을제당으로 추정된다.
초장부터 오르막길의 연속.
10분 뒤 너럭바위 전망대.
발아래 저수지가 꽁꽁 얼었다.
어릴 적 썰매타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앞으로 오를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오른쪽엔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비학산과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한 눈에 펼쳐진다.
비학산 뒤로는 종암산과 옥교산 화악산도 확인된다.
오름길이지만 전망이 좋아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왼쪽으로 에돌면 갈림길.
왼쪽은 비학산에서 올라오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얼마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카키색 낙엽길이다.
한굽이 올라서자 더 큰 바위.
오른쪽으로 에도는가 싶더니 길이 막혀 바위 사이 틈새길로 타고 오른다.
경사진 전망대를 지나면 오른쪽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건너편 봉우리가 중산, 그 오른쪽이 꾀꼬리봉이다.
또 한굽이 오르면 양지바른 무덤 둘.
이때부터 능선길 모두가 전망대.
가만히 보니 비학산으로 터널이 지나간다.
아! 정기 빠지는 소리.
이어지는 암릉길.
제법 만만찮다.
잠시 좁은 바위 전망대.
남으로 산외면 들판에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짝이고 울퉁불퉁한 금오산과 안테나가 서있는 만어산이 확인된다. 숨고르기를 한 후 급경사길을 치고 오르면 보두산 정상.
옛 헬기장으로 잡풀만 무성하며 정상석은 없다.
참고하길.
보두산 전망대에서 본 전경. 발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비학산이고 그 뒤로 종남산 우령산이 확인된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보인다. |
낙화산 정상까지는 불과 20분.
내려섰다 한번 올라오면 된다.
대신 송림 사이로 부는 칼바람이 아주 매섭다.
낙화산에도 정상석이 없다.
대신 어른 무릎 높이의 돌탑이 서 있으며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으로 '597m'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정면엔 향후 도달할 능선이 보이고, 그 능선 왼쪽에 비로소 영남알프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 왼쪽 백암봉, 그 뒤 누런색 봉우리가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그 앞으로 구천산,
그 오른쪽으로 영축산 함박등 죽밧등 향로산이 펼쳐져 있다.
하산길은 반듯하다.
15분 뒤 안당골로 빠지는 갈림길.
이 길로 하산해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직진한다.
낙엽길이다.
왼쪽 소천봉과 오례산성, 그 아래 동창천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15분이면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
자세히 보니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만만찮은 능선길이다.
뒤로는 방금 지나온 보두산과 낙화산.
밧줄을 붙잡고 내려오고, 이어 크고 작은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솔가리와 낙엽길도 잠시 이어진다.
아직 붉은 빛이 선명하게 남은 낙엽길에선 잠시 발걸음이 멈칫한다.
이때부터 10여분 숨이 턱에 찰 만큼 급경사길을 오르면 한순간 리본이 지천인 지점을 만난다.
중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석이 없다.
여기서 20분 능선길로 내달리면 발 아래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일명 석이바위봉(685m)이다.
석이버섯이 많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된다.
삼각점에서 곧바로 갈림길.
직진하면 꾀꼬리봉, 산행팀은 오른쪽 능선길로 본격 하산한다.
애초엔 산길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쯤 길이 사라져 고생한다.
노란 리본을 보며 크게 우측 안당골 방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50분쯤 뒤 옛 무덤을 지나면서 오른쪽 저멀리 마을이 보인다.
10분 뒤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안당골마을 입구를 지나 20분쯤 포장로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엄광사에 닿는다.
삼각점 갈림길에서 대략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임란때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 간직한 낙화산
산행팀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의 본사격인 고속도로 유지
관리사무소의 협조로 미리 새 고속도로를 달려 밀양IC로 나왔다.
출발전 밀양관광안내도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홈페이지(dbway.co.kr)
어느 곳에도 아직 고속도로 나들목(IC) 위치와 산이 함께 표기돼
있지 않아 보두산 들머리와 밀양IC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막상 나들목을 나와 보니 차로 5분 거리였다.
향후 새 고속도로 나들목과 주변 산이 함께 그려진 지도가 발행될 경우
접근성의 편리함에 따라 산꾼들이 찾는 봉우리 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고속도로를 탈 경우 남밀양IC를 지나 가곡터널을 통과하면 이정표 뒤로 왼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꾀꼬리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참고하길.
낙화산과 보두산의 이름이 명명된 사연이 재밌어 소개한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이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한 곳이 이곳이란다.
보담산이라고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오전 9시 엄광리행 버스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걸린다.
밀양터미널에서 산외면 엄광리 다촌(동)행(일명 중촌) 버스를 타고 엄광사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 단 한차례.
엄광사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밀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7시3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도 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금천리~굴다리 통과~T자 갈림길에서 금천리 방향~2급 지방하천 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참고로 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중간지점인 대동분기점(JCT)에서 진입한 후 상동 삼랑진 남밀양 밀양 청도 수성 동대구IC 순으로 열린다.
대동분기점에서 밀양IC까지는 35.5㎞, 25분 안팎 걸린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밀양 진영 14번 국도~부산 밀양~밀양 수산 25번 국도~수산대교~대구 밀양 시청 공설운동장 25번 우회전~얼음골 표충사 우회전~밀산교 건너 산외방면 우회전~울산 언양 금천리~굴다리~금천리 남기리 좌회전~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밀양 '보담산~낙화산'
암릉 타는 재미, 숲길엔 낙엽 바스락… "단풍 인파 없어 좋네요"
▲ 기점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망이 좋은 전망대에 올랐다. 건너편에 운문지맥 종주를 출발하는 비학산이 있다. 능선 생김새가 낙타의 등 같다. 그 너머로 밀양의 진산인 종남산의 마루금이 보인다. |
시절이 시절인지라 단풍과 억새가 만발한 산은 평일과 휴일 가리지 않고 만원이다.
단풍을 보러 갔다가 단풍 빛보다 더 화려한 '사람 단풍' 탓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고, 황금 억새밭에 올랐다가 '산중 체증'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단풍, 억새로 유명한 산들이 매년 이맘때면 통과의례처럼 겪는 몸살이다.
하여 눈썰미 있는 산꾼은 이럴 땐 호젓한 산행지로 눈을 돌린다.
사람에 떠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산행이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보폭과 숨을 조절하며
유유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밀양 보담산(562m)과 낙화산(626m)은 이런 산행에 딱 맞는 산이다.
밀양 땅의 진산인 종남산보다 유명세가 덜 해 사람의 발때를 덜 탔다.
육산의 아늑함과 걷는 재미는 물론이고 능선을 따라 연결된 암릉도 아기자기한 멋을 준다.
명산은 아니지만 언제 찾아도 넉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고향 뒷산 같은 산이다.
낙동정맥 운문지맥 꼬리에 위치
사람 발때 덜 타 언제 찾아도 푸근
중국서 귀양 온 장수의 전설에
왜적 피해 투신한 여인의 얘기도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에서 서쪽으로 뻗어 운문산과 억산을 지나 구만산으로 닿는 산줄기가 운문지맥이다. 산줄기가 뚜렷하고, 계곡과 산세가 좋아 사계절 내내 산꾼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보담산과 낙화산은 운문지맥의 꼬리에 있는 산이다.
비학산(317m)에서 출발한 운문지맥 종주꾼들이 보담산과 낙화산에서 힘을 보충했다가 다음 산을 노리곤 한다.
대개 이 구간 등로는 보담산에서 남서쪽으로 3㎞쯤 떨어진 비학산을 출발해 보담산~낙화산~중산~꾀꼬리봉(538m)으로 내려오는데, 산행시간만 8시간이 넘는다. 당일 산행지로는 무리이다.
대신, 비학산과 꾀꼬리봉 구간은 제쳐놓고 보담산~낙화산~중산을 연결하는 코스로 꾸며봤다.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 거리 8.5㎞, 넉넉잡아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행 중반까지 등로는 확실하고 깔딱 고개도 없는 편이다.
낙화산에서 내려와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서 석이바위까지가 약한 가풀막이다.
612봉을 내려와 다시 올라야 하는 중산 구간도 오름이 느껴진다.
삼각점(643.3m)을 지나면서부터는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 많다.
여기서부터는 산행 안내리본과 개념도를 잘 따져서 걸어야 한다.
기점은 관음사(밀양시 산외면 엄광리)다.
슬레이트로 만든 단층짜리 대웅전이 특이하다.
마당 한쪽에 관세음보살 탱화가 서 있다.
근래 만든 사찰이라 별다른 문화재나 유적은 없다.
관음사에서 왼쪽으로 조금 오르면 안당골과 중촌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안당골 쪽으로 등산로 입구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따라 250m가량 가면 보담산으로 붙는 산행로가 있다.
산행팀은 이 길 대신 곧장 산자락으로 들어서는 루트를 택했다.
들머리에 시멘트로 만든 사당이 있다.
사당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묘가 나오고, 5분 뒤에 묘가 또 나온다.
묘에서 다시 5분을 더 가면 무명바위가 나온다.
뒤를 돌아보니 중산 너머로 아침 해가 돋기 시작한다.
역광 때문에 산줄기 실루엣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아침 해가 서서히 오르면서 촌락도 하나둘씩 제 색깔을 띤다.
느슨한 오르막을 걷는다.
비학산에서 보담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낙타 봉우리처럼 산 금을 긋는다.
20분 정도면 안당골 접근 도로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붙는다.
보담산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한다.
10여 분 더 오르면 보담산 주능선에 닿는다.
이 길부터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따라야 한다.
능선에서 10분 남짓 가면 전망대다.
서남쪽 조망이 좋다.
남쪽부터 덕대산, 종남산이 북진한다.
이 줄기는 돛대산, 형제봉을 지나 화악산으로 간다.
화악산 건너편에 청도 남산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m 떨어진 곳에 바위가 능선을 덮은 곳이 있다.
바로 볼수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보담산의 '보담(寶潭)'은 옛날 중국에서 고관을 지낸 노장수의 이름.
보담은 죄를 짓고 이 산에서 귀양살이하면서 볼수바위를 밟고 마을을 오갔다.
그 과정에 바위에 큰 발자국이 남았고, 그 모양이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한다.
보담산의 다른 이름인 '보두산(步斗山)'이 여기서 유래했다.
전망대를 지나면 보담산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15분 정도 오르면 보담산이다.
조망은 별로다.
정상 안내 푯말에 보두산이라고 적혀 산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 때문에 국토지리정보원이 나서 지난 2002년 1월 5일 보두산을 보담산으로 변경 고시했다.
밀양시가 정비에 나서야 한다.
운문지맥 종주꾼들이 매단 산행 안내리본은 낙화산 방향으로 풍부하다.
잠시 뒤 보이는 소방서에서 설치한 '구조대 표지목'에도 보두산으로 오기했다.
표지목에서 20분 정도 가다 능선 길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가 낙화암이다.
낙화산이 이 바위 이름을 빌렸다.
바위에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밀양 사람 박희량의 부인 민 씨는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마을을 침범하자 산으로 도망쳤다.
결국 이 바위까지 쫓겨 온 민 씨는 정절을 지키려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민 씨의 추락지점이 이곳이 아니라 엄광리 옆 마을인 가곡리 뒷산에
진짜 낙화암이 있다고 주장한다.
낙화암에서 5분 거리에 낙화산이 있다.
정상 조망은 동쪽과 남쪽이 트였고 다른 쪽은 막혔다.
맞은편 중산 뒤로 승학산~정각산 줄기가 보이고, 천황산~재약산~향로산 마루금이 바치고 있다.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능선도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 표석엔 해발 597m로 표기했다.
산행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의 해발고도(626m)를 따랐다.
낙화산에서 약 20분이면 이정표 삼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은 안당골로 내려가는 하산로다.
예전에 석이버섯이 많이 났다는 석이바위는 이정표에서 7분 정도 걸어야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석이바위를 한참 뒤에 만나는 삼각점 아래 능선에 표시했는데, 지도가 틀렸다.
석이바위부터는 암릉 길이 쭉 이어진다.
밧줄을 이용해 통과하는 구간도 제법 있고, 나무 말뚝으로 만든 계단도 있다.
552봉과 612봉까지 무던히 간다.
바로 다음 나오는 전망대의 조망이 괜찮은 편이다.
산행팀이 지나온 보담산~낙화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에 꽤 큰 규모의 한옥이 보이는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생가다.
전망대에서 안부로 내려와 중산(649m)까지는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중산은 조망은 좋지 않지만, 산마루가 넓어 식사나 쉼터로 알맞겠다.
중산부터는 소나무, 참나무 숲길이다.
길바닥에서 솔가리와 낙엽이 깔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삼각점이 있는 곳까지 거의 오름이 느껴지지 않는 평길이라 15분이면 넉넉하다.
삼각점에 오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리석으로 만든 또 다른 중산 표석과 석이바위봉이라는 표시 탓이다.
산외면 민간단체가 세운 것인데, 실제 위치는 이곳이 아니다.
산행팀이 앞서 지나온 곳이 맞다.
삼각점에서 '보두-9' 표지목이 설치된 안부까지는 20분 정도.
이 지점부터는 묵은 길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꺾어 10분가량 내려가면 '보두-10' 표지목이 나온다.
여기서 약간 잡목이 우거진 길을 통과하면 갈림길이 나온다.
뽕나무밭과 노송이 보이는 쪽으로 우회전한다.
이제 마을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돌탑을 쌓은 민가를 지나 5분쯤 가면 다촌버스정류소다.
이 앞을 지나 3~4분 남짓 가면 기점인 관음사가 나온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밀양 보담산~낙화산 '산행지도'
밀양 보담산~낙화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대중교통이 불편한 편이라 자가승용차가 낫겠다.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울산·언양 방면으로 빠진다.
24번 국도를 타고 500m쯤 가다 금천리 이정표가 나오면 오른쪽 아랫길로 진입한다.
금천교 아래를 지나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50m가량 직진한 뒤 엄광리 쪽으로 다시 좌회전한다.
엄광중앙로를 따라 남기리~숲촌마을을 지나 3.65㎞쯤 가면 관음사가 나온다.
내비게이션에는 '산외면 엄광리 관음사'로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4-2320)로 가는
시외버스(직행)를 탄다.
오전 7시부터 매 정시에 출발한다.
소요시간 1시간.
밀양버스터미널에서는 엄광리로 가는 농촌버스는 오전엔 9시 1대뿐이다.
이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오천콜 055-355-5000, 그린콜 055-354-7575)를 이용하자.
산행 뒤에는 다촌마을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농촌버스를 탄다.
오후에는 3시 20분, 7시 40분 두 편밖에 없다.
밀양버스터미널에서 부산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오후 8시 40분까지 있다.
음 식 점
산행지 주변에 마땅히 먹을 만한 데가 없다.
산외면 금천리까지 나와야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외정 황토못메기'(055-355-6116)는 대표적인 보양식인 메기 요리 전문점이다.
황토물에서 기른 국산 메기는 육질이 쫄깃하고,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얼큰한 매운탕과 매콤한 메기구이가 괜찮다.
메기토종삼계탕도 있다.
전대식 기자
▲ 기점인 관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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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선으로 붙는 길에서 만난 전망대. 보이는 산은 중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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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릉 곳곳에 밧줄이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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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장 보담이 걸었다는 볼수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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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산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안부. 구름동네(안당골)로 가면 하산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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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담산 정상이다. 산 명칭이 여전히 혼재한다. 보두산은 다른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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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터널을 빠져 나오면 갈림길이다. 길이 헷갈리기 쉽다. 마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노송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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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부에 있는 소방구조 표지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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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억새를 피해서 온 산이다. 호젓한 숲이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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