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금오산'

금산금산 2015. 10. 21. 11:17

경북 구미 '금오산'

 

 

 

 

옹골 찬기암 절벽비경일세!~

 

 

 

 

 

▲ 암산인 금오산에는 등산로 곳곳에 전망바위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틈틈이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금오산 저수지 뒤로 멀리 구미시가 보인다.

 

 

 

 

 

 

 

같은 산,같은 길을 오르더라도
 철마다 그 모습과 특색이 달라진다는 점이
산의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봄 산은 그런 변화의 절정기다.
 
평지에는 이미 봄 향기가 가득하지만
 산중에서는 여름 가을 겨울이
 서로 제 철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경북 구미의 금오산을 찾았을 때는
 강풍까지 불어서인지 그런 현상이 더욱 확연했다.
 우리는 사계절을 다 만났다.
 

구미시와 김천시,칠곡군의 경계에 우뚝 솟은
암산인 금오산의 높이는 해발 976m.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암절벽이 옹골차게 도드라져 있고,
숲이 울창해서 '경북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상은 분지인데,그 주위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서 산세가 매우 독특하다.
지역에서는 금오산 자락에서 큰 인물이 나온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산세와 어우러지며 곧게 뻗은 성곽은
이 산 일대가 예로부터 군사요충지였고
번성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금오산성은 내성과 외성 이중구조로 돼 있는데
조선 영조때는 수천 명의 병사들이 머물렀다고 한다.

금오산이란 이름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이

놀 속으로 까마귀떼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붙인 것이라고 한다.

금오산은 등산로가 잘 발달돼 있다.

도립공원 매표소에서 해운사,명금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주 등산로로 유명한데

산을 오르는 재미와 역사·유적 답사를 겸하는 코스를 택했다.

주 능선을 따르는 길이어서 등산로는 대체로 뚜렷하다.

두서너 지점에서만 주의를 하면 된다.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30분 정도로 좀 길지만 그만큼 금오산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산행은 금오산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백운교를 건넌 다음 자연학습원 쪽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한다.

자연학습원~취영정~585봉~안부~암릉우회로~칼다봉~성안~금오산 정상~약사암~마애보살입상~할딱고개~명금폭포~도선굴~해운사~매표소 순이다.

실질적인 들머리는 자연학습원 바로 위의 취영정이다.

자연학습원 입구를 지나 첫 번째 길로 접어든 뒤 곤충생태관 앞에서 오른쪽 길로 오르면 취영정이다.

백운교에서 자연학습원까지는 15분,다시 취영정까지는 5분.

곧바로 산쪽으로 난 능선길을 탄다.

초입에는 철쭉이 만개해 있다.

봄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묘지터를 지나 10분쯤 가면 쉼터가 나온다.

다시 5분쯤 더 가면 폐쇄된 갈림길에 다다른다. 


여기에서부터 30여분 정도 된비알이 이어진다.

바위들이 간간이 머리를 삐죽 내민다.

가파른 암릉길이 나타날 것 같아 슬쩍 겁이 난다.

곳곳에 산재한 전망바위들 위에서 땀을 식히며 오르다 보면 585봉에 이른다.

전망바위마다 조망이 시원해 북동으로 구미시가,북서로는 김천시가,

그 너머로 구미공단과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취영정에서 585봉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린다.  


해발 600m지점에서 산성 터를 만나면서부터는 등로가 순탄해진다.

금오산 전경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진다.

하지만 산이 아량을 베푸는 건 잠시뿐이다.

바람이 세진다 싶더니 사람 몸통 굵기의 나무들을 제 맘대로 갖고 논다.

마른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꺾여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북쪽으로 올라가던 겨울이 금오산 정상에 아예 걸터앉아버린 듯하다.  


등로의 고도는 안부에서만 잠시 내려설 뿐,봉우리를 지날 때마다 계속 높아진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안부를 지나 10분쯤 더 가면 만나게 되는 암릉우회로는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길이 젖어 있는 날에는 조심 또 조심할 것.  


능선길을 계속 따르다 보면 칼다봉을 지나 성안 전위봉을 만난다.

암릉과 흙길이 번갈아 나타나고 좌우로 수십m 절벽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끼가 잔뜩 끼어 있는 산성 터와 암릉을 조망하는 즐거움이 제법이지만

서북쪽 방향에서 몰아쳐 오는 바람은 맨살을 아예 얼려버릴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

봉우리를 넘어서면 성안이다.

성안에서는 금오산성 중수송공비만 남아 옛 번성을 짐작케 할 뿐이다.

지금은 대피소 2동과 장승만 서 있다.

금오정이란 이름의 우물은 여름철에는 자주 마른다고 하는데 요즘은 한가득이다.

우물을 지나 안내판을 참고하면서 좌측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따른다.

나무다리를 건넌 뒤 중수송공비를 지나면 통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 일대는 멀리서 보았을 때 희뿌연 색깔을 띠고 있어서 궁금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덜 녹은 눈이다.

다시 갈림길을 두 차례 만나는데 우측길로 들어서서 땀을 한 차례 쏟고나면 마침내 금오산 정상이다.

성안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상에 올라보니 송수신 시설에다 군부대 막사까지 들어서 있다.

인간의 흔적들로 인해 다소 실망스럽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은 정면 오른쪽으로 나 있다.

씨티폰 송신탑 앞으로 내려서면 약사암 가는 길이다.

바위벼랑 사이로 난 계단을 통해 약사암으로 들어서니 입이 쩍 벌어진다.

'금오산을 대표하는 천혜의 비경'이란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압권이다.

바위벼랑 위에 구름다리로 연결된 종각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약사암은 중창불사를 심하게 해서 옛 자취는 사라졌다.

약사암의 요사채를 지나 왼쪽 길로 내려서서 20여 분을 가면 마애보살입상이 나온다.

중간에 기도터에 들러 거대한 바위 사이에서 떨어지는 약수로 목을 축일 수 있다.

금오산 마애불은 고려 때 만들어진 것이라는데,암벽의 모서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새겨져 있다.

입체감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하산길에는 단풍잎들이 숲을 가득 메운 가을을 만나게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다.

돌탑 무더기와 갈림길 등을 지나서 곧장 내려오면 할딱고개다.

마애불에서 갈림길까지는 15분,다시 할딱고개까지는 30분.

할딱고개는 금오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숨이 차는 지점이라고 하는데,이번에는 하산길로 택한 탓에

금오산의 매력 하나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하산길에는 27m 높이의 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만날 수도 있다.

명금폭포다. 대혜폭포라는 원래의 이름이 있는데,폭포소리가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세차다고 해서

명금폭포로도 불린다.

할딱고개에서 명금폭포까지는 15분.

명금폭포에서 북쪽으로 쇠사슬 난간에 의지해서 바위를 따라 올라가 보면 굴이 하나 나온다.

신라말에 도선대사가 수도한 곳이라고 해서 도선굴이라 불린다.

임진왜란 때는 양민들이 피란처로 이용하기도 했다.

다시 10분 정도를 내려오니 해운암이 나온다.

암자 구경을 하고 나오니 약수터가 보인다.

지하 168 m 암반층에서 솟아난 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물 맛이 색다르다.

산행의 마지막 구간인 해운암에서 금오산성 대혜문을 지나 매표소에 이르는 데는 20여 분이 걸린다.

등산로 주변으로 생강나무 박달나무 느릅나무가 새 잎들을 가득 달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다시 봄 속으로 들아온 것 같아 다행스럽다.

매표소를 지나서 더 내려오면 고려 충신 야은 길재를 기리는 시비가 나온다.

오른편에 그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 채미정이 있다.

채미라는 이름은 새 정권에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중국의 '백이,숙제'이야기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글=김영한기자 kim01@

 

사진=김경현기자 view@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원 '무학산'  (0) 2015.10.28
밀양 '보두~낙화~중산'  (0) 2015.10.26
하동 '깃대봉'  (0) 2015.10.18
함양 '월봉산'  (0) 2015.09.12
산청 '웅석봉'(곰바우산)  (0) 201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