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무학산'

금산금산 2015. 10. 28. 20:43

창원 '무학산'

 

 

 

 

'내 고향 남쪽 바다' 마산만 섬들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 무학산 서마지기의 억새벌은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억새평원을 닮았다. 흙내 그윽한 너른 터를 지나 무학산 정상으로 올랐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칸마다 날짜가 새겨진 '365계단'을 오르면서 지난 세월을 잠시 돌이켜 본다. 만추의 흐린 하늘 아래 멀리 낙남정맥의 푸른 실루엣이 아련하게 보인다.

 

 

 

2010년 7월 1일 경상남도 창원시·마산시·진해시창원시로 통합됐습니다.

한 지붕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거죠.

이 세 지역으로 백두대간 지리산에서 불거진 낙남정맥이 지나갑니다.

낙남정맥의 최고봉인 무학산(舞鶴山·760m)은 정맥의 맹주 격인 산이자 옛 마산시의 진산이었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될 정도로 산세와 계곡이 수려하고 조망미가 뛰어납니다.

원래 산 이름은 풍장산.

신라의 고운 최치원이 가야산으로 칩거하기 전에 이 산을 보고 '춤추는 학 같다'고 말하면서 무학산이 됐습니다.
 


몇해 전부터 전국 지자체마다 둘레길을 만드는 데 열을 올렸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무학산에도 지난해 초 '무학산 둘레길'이 생겨났다.

부드러운 길과 넉넉한 숲, 거기에다 정겨운 물줄기까지. 둘레길로서 별 다섯 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는

소문이 났다.

기존의 12개 등산로는 산 정상을 향해 수직으로 달려가지만, 둘레길은 무학산 2~4푼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간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예곡동 밤밭고개부터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역까지 21㎞(약 6시간 소요)에 달한다.

 

 




지난해 둘레길 생겨 전국적 인기

예전보다 호젓해 가족 산행 제격


전체 구간을 다 걷진 못하고, '하이라이트' 구간만 걷고 무학산으로 올랐다.

산마루에 서니 가곡 '가고파'의 한 소절이 절로 나온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물새는 온데간데없었지만, 남쪽 바다의 파란 물은 여전히 넘실대고 있었다.



산행코스는 둘레길과 산행을 적절히 엮어 꾸몄다.

12개나 되는 등산 루트 탓에 주말이면 '몸살'을 겪는 산이지만, 둘레길이 생기면서 산길은

 예전보다 오히려 호젓해졌다는 평이다. 기점인 만날공원 주차장에서 자산동 너른마당까지는 둘레길(약 5㎞) 구간이다. 본격 산행은 서원곡을 지나면서부터다.

무학약수터부터 고도가 조금씩 오르고, 데크 쉼터~걱정바위가 약간 된비알이다.

서마지기로 연결된 365사랑계단을 걸을 때 발목에 힘이 간다.

무학산을 지나 557봉~499봉을 지나 대곡산에 닿는다.

대곡산에서 소나무 쉼터까지가 급한 내리막이고, 이후부터는 순한 내리막을 밟고 만날공원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둘레길 구간은 이정표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편. 반면에 산행로는 정상을 지나면서부터 이정표가 부실해

산행 안내리본과 개념도를 잘 참고해야 한다.

약수터와 암자가 많아 식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산행 거리 약 12.1㎞, 식사와 휴식 시간을 합쳐 4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가족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들머리인 만날공원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른다.

등산안내도를 보면서 산행의 전체 윤곽을 그려본다.

만날공원은 만남·놀이·축제, 만날제단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시간이 있다면 둘러보자.



시인 천상병의 시비를 보면서 둘레길 입구까지 걷는다.

여기저기 진입로 안내 푯말이 붙어 있다.

나무 데크 계단 오른쪽에 '희망장승'이 서 있다.

3개 장승의 가슴에 '아빠 힘 내세요', '아빠',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각각 새겨져 있다.

장승 바로 뒤 왼쪽에 탐방기념 산행리본 설치대가 있다.

무분별한 산행리본 부착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잠시 뒤 편백 숲이 마중을 나온다.

흐린 날씨라 숲 그늘이 더 짙다.



이정표를 지나 2푼 능선의 곡선을 따라 쉼터까지 5분 정도 걸린다.

3분 정도 가면 전망대가 있다.

먹구름이 낮게 깔려 멀리 남해의 섬들이 주눅이 든 듯 바다에 잠겨 있다.

산 그리메처럼 섬들도 푸른 실루엣을 이루었다.


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왼쪽으로 휘기 시작한다.

이정표 두 곳을 지나면 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바닥이 미끄럽다.

멀리 학봉(392m)이 보인다.

학봉은 학의 머리 부분이다.



정자 쉼터에서 잠시 쉰다.

쉼터 옆에 무학대장군, 두척여장군이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새신랑, 신부를 닮았다.


정자 쉼터에서 우회전하면 시멘트길이다.

이곳부터 짧은 구간에 갈림길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산행리본과 이정표를 잘 살피자.

이 길로 8분 정도 내려오다 왼쪽으로 꺾어 이정표를 따라가 광명사 앞까지 15분가량 걷는다.

광명사 앞 이정표에서 너른마당(서원곡 입구) 방향으로 10분쯤 가면 나무 계단과 데크 길이 번갈아 나온다.

길바닥이 낙엽으로 덮였다.

여기저기가 울긋불긋하다.


나무 계단이 끝나면 너른마당이다.

벤치와 체육시설이 있다.

서원곡으로 가려면 너른마당 '스마일상' 장승을 오른쪽에 두고 스쳐간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웃고 살자'는 메시지를 새긴, 하회탈을 쓴 장승 7개가 웃고 있다.


너른마당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왼쪽 샛길로 붙으면 4분 정도에 서원곡 입구에 닿는다.

서원곡은 조선 중기 학자인 한강 정구(鄭逑) 선생을 배향한 회원서원이 있었던 곳이다.

길이 2㎞가량 되는 골짜기로 무학산이 품은 물이 흐른다.

서원곡부터 둘레길을 버리고 산으로 간다.

백운사와 팔각정을 지나면 체육관 앞길에서 비스듬히 오른다.

3분 정도면 무학약수터에 이르는데, 약수가 나오는 거북 모양의 화강암 꼭지가 훼손돼 있다.


약수터 바로 왼쪽 뒷길로 오르자마자 오른쪽으로 꺾는다.

조금씩 경사가 느껴진다.

골짜기 물소리를 들으며 10분 정도 가면 데크 쉼터다.

나무계단을 밟고 너덜구간을 통과한다. 길은 지그재그형으로 약간 가풀막이다.

15분 정도 오르면 걱정바위가 나온다.

길이 8m가량의 암릉이다.

'여기에 서서 마산만을 바라보면 걱정이 싹 가신다'는 뜻에서 바위 이름이 생겼다.

유래치곤 싱겁다.

바위 위에 전망대와 망원경이 있다.

전망대에서 10여 분 오르면 365사랑계단이 나온다.

나무계단에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를 표기했다.

그냥 올랐으면 무료했을 계단이지만, 날짜가 박히니까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인다.

365개 계단을 5분 만에 밟고 올랐다.


서마지기 평원은 억새가 둘러쌌다.

'마지기'는 논·밭의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다.

그만큼 터가 너르다.

식사 장소로 적합하다.

 서마지기~정상 구간에는 365건강계단이 깔렸다.

계단 주변은 진달래 군락지다.



정상은 자잘한 암릉이 있지만 민둥산이다.

360도의 조망을 선사한다.

동쪽으로 낙동정맥과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보이고, 북서쪽으로 낙남정맥의 산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다. 날이 좋으면 지리산과 가야산이 보인다는데, 이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쪽을 대하면 무학산을 통과해 천주산, 정병산을 밟은 낙남정맥이 바다로 향한다.

마산만 가운데 돝섬이 볼록하다.


등산 안내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된 춤추는 학 한 마리가 날고 있다.

학봉이 머리, 대곡산이 오른쪽 날개, 시루봉이 오른쪽 다리에 해당한다.

정상 표석 뒷면에 '마산 삼월 정신의 발원지'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표석 뒤로 태극기가 펄럭인다.


정상에서 200여m 내려오면 갈림길이다.

왼쪽 길로 진행한다.

674봉 못 가 안개약수터로 가는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이후 557봉~전망대~499봉을 지나 대곡산(517m)까지는 30분 정도. 대곡산 조망은 막힌 편이다.

정상에서 하산로 방향에 '대곡청송(소나무)'이 서 있다.


대곡산에서 소나무 쉼터와 묘 1기를 지나 '만날고개'라고 쓰인 이정표까지는 20분 정도.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3분 정도 내려가면 '만날제단'이다.

제단 비문에 '출가한 딸과 친정어머니가 이 고개에서 만나 한 많은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적혀 있다.

매년 추석 즈음에 '만날제'가 열린다.

제단에서 만날공원 주차장까지는 3분 정도.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창원 무학산 '산행지도'

 

 

 

 

                                 

 

 

 

 

창원 무학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산행지가 부산에서 가깝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운전이 낫다.

남해고속도로 서마산IC에서 나와 사거리에서 통영·시청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1.6㎞ 정도 주행하다 석전사거리에서 통영·밤밭고개 쪽으로 우회전한다.

무학로를 따라 5.4㎞가량 진행하면 만날공원 진입로가 나오고, 300m 남짓 더 가면 만날공원이 나온다.

공원 주차장 주차요금은 무료.

내비게이션에는 '만날공원', '만날근린공원'으로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도 수월한 편이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마산시외버스터미널(055-256-1623)로 가는

버스는 오전 5시 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소요시간 40분.

금정구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마산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 5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1시간 20분.

마산터미널에서는 262번 시내버스(배차 간격 35~40분)를 타서 만날고개 버스정류소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25분.

정류소에서 기점인 만날공원 주차장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11시 50분까지 있다.


음 식 점

산행 끝난 뒤에 간단히 요기를 하려면 만날공원 주차장 바로 아래에 있는 '둥구나무집'(010-2310-9737)

좋다.

국수, 파전과 도토리묵, 뼈 없는 닭발을 판다.

만날공원 진입로에 있는 '시월오리전문점'(055-248-3223)은 창원 시민이 자주 찾는 맛집이다.

각종 한약재와 영양찰밥, 17가지 견과류를 넣어 3시간 동안 가마에서 구운 오리황토구이가 유명하다.

직영농장에서 보성 녹차를 먹여 키운 오리를 쓴다.

별미인 추어탕과 열무국수도 맛있다.



전대식 기자

 

 

 

 

 

▲ 만날공원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무학산 둘레길 들머리가 나온다. 안내도를 살펴보자.

 

▲ 무학산 둘레길은 전체 구간이 21km쯤 된다. 둘레길에 이정표가 잘 설치됐지만 샛길이 많아 헷갈릴 염려가 있다.



▲ 무학산 둘레길 초입에 있는 희망장승. 아빠 힘내세요! 씨익 웃는다.



▲ 과도한 산행리본 부착을 막으려고 설치한 둘레길 리본 설치대.

 

▲ 편백, 솔이 우거진 숲길을 걷는다. 상쾌하다.

 

▲ 뒤에 보이는 돌탑은 지난해 희망근로사업 시에 세운 것이다.



▲ 둘레길 곳곳에서 만나는 산책로 이정표.

 

▲ 산을 빠져 나오니 훤하다. 나무 계단이 있다. 멀리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학봉이다.



▲ 벧엘기도원 앞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가면 완월동으로 내려간다. 우리는 왼쪽이다.



▲ 이후부터는 자산동 너른마당(서원곡 입구) 방면으로 걸어간다.

 

▲ 자산동 너른마당에서는 서원곡입구 쪽으로 간다.



▲ 너른마당에서 좌회전해서 나오자마자 갈림길을 만난다. 윗길로 간다.



▲ 회원서원이 있던 골이라 해서 붙은 서원곡의 모습이다. 여름 유원지로 인기가 많다.

 

 

▲ 무학약수터에서 산꾼 김석태 씨가 물을 받고 있다. 돌머리 물 꼭지가 깨졌다.



▲ 걱정바위 전망대다. 마산합포구에 문의했더니 '여기 서면 걱정이 사라진다'고 걱정바위란다.

 

▲ 이제부터는 서마지기 방향으로 올라간다. 된비알이 나온다.



▲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계단 한칸 한칸 새긴 365사랑계단. 자칫 힘들 뻔한 계단이 날짜 때문에 쉽게 극복된다.



▲ 서마지기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억새 벌이다. 봄엔 진달래 천지다.

 

▲ 무학산 정상에 섰다. 정상은 넓었다. 감시초소가 있다. 학 모양을 새긴 안내도도 있다. 태극기도 펄럭였다. 하지만 민둥산이었다.



▲ 정상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데크 길. 오른쪽으로 가면 탑봉이 나온다.

 

▲ 나무 데크에서 바라본 옛 마산 시내와 마산만이다. 마산만 건너로 낙남정맥의 끝자락 산들이 보인다.



▲ 정상에서 내려오면 만날고개 방향으로 하산한다.



▲ 대곡산 정상에 있는 '청송'. 정상 조망은 빈약했다.

 

▲ 이 소방구조목에서 왼쪽으로 내려온다. 이제 거의 다왔다.



▲ 만날고개의 유래가 적힌 기념비석. 빽빽한 글씨가 부담스럽지만 한 번 읽어 볼 만하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고개에서 기어이 만났다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한다.



▲ 만날고개 전설에 등장하는 모녀 기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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