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합천 '미녀봉'

금산금산 2015. 11. 11. 15:08

거창·합천 '미녀봉'

 

 

 

 

미녀의 코·입·가슴 위로 사뿐사뿐… 하산길엔 '쭉빵' 숲길

 

 

 

 

 

▲ 왼쪽이 천녀가 옥황상제의 벌을 받고 그대로 누워 산이 되었다는 미녀봉의 유방봉. 그 뒤로 수도지맥의 오도산이 보인다. 오도산 정상은 디카족의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아득한 옛날 경남 거창군 가조면합천군 묘산면 일대는 바다였다.

어느 날 한 장군이 탄 나룻배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었다.

하늘에 있던 옥황상제가 장군을 불쌍히 여겨 딸 중에서 가장 도력이 뛰어난 맏딸을 땅으로 내려 보냈다.

"가서 그를 구하라!"

아비의 명을 받은 딸은 무사히 난파 직전의 배에서 장군을 구했다. 


대개 이런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로 흐르는 법.

장군은 첫눈에 반한 천녀(天女)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둘 사이에 불같은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지만 옥황상제 가슴 속에는 노여움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대로한 옥황상제는 "괘씸하다.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두 사람한테 내리고 만다.

그때 돌산으로 된 장군이 누운 봉우리가 우두산 서쪽 능선에 있는 장군봉(956m·경남 거창군 가조면)이다.

천벌을 받은 장군이지만 산이 되어서도 미련을 못 버려서일까?

이 장군봉에서 동남쪽으로 7.7㎞쯤 떨어진 곳에 장군이 사랑한 천녀가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바로 미녀봉(문재산·931m)이다.

 



미녀가 누운 모습의 능선
높은 산에 밀려 주목 못 받아

금실 좋아진다는 유방샘
오도산 자연휴양림도 매력

 

 



아련한 전설이 서린 미녀봉이지만 산꾼들한테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산이었다.

1,000m 이상의 고산이 10여 개가 넘게 있는 '산의 고향'인 거창에 있다 보니 일단 산 높이에서 다른 산에 밀렸다. 거기에 백두대간에서 불거진 수도지맥에서 살짝 비켜 있다 보니 지맥 종주꾼들도 외면했다.

오도산(1,120m)과 연결한 등로가 있지만 오도재부터 시작한 호된 된비알 탓에 산행할 엄두를 쉬이 못 냈다.

이름만 미녀였지 산꾼들한테 주 산행지보다는 경유지, 혹은 멀리서 바라만 보는 산이었다.

다행히 최근에 일부 산악회가 미녀봉 서남쪽의 숙성산(900m)을 연결한 속칭 '숙성미녀' 코스를 엮어

산에 오르면서 조금씩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미녀봉 단독 코스와 오도산 자연휴양림을 연결한 단출한 코스를 꾸며봤다.

미녀의 눈썹·코·입·유방을 따져가며 산을 밟는 재미가 있다.

수도지맥의 우두산, 비계산과 가야산을 보는 탁월한 조망미도 있다.

산행 끝날 즈음에는 1㎞가량의 운치 있는 솔 휴양림도 만난다.


코스는 기점인 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출발, 등산로 입구 이정표~말목재~744봉을 지나 미녀의 눈썹·코·입술을

지나 유방봉을 지난다.

이후 안부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 미녀봉에 닿는다.

869봉에서 오도재에서 꺾어 휴양림을 지나면 사실상 산행이 끝난다.


산행 구간 약 8.5㎞로 식사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몇몇 봉우리가 날카롭지만 설치된 계단과 밧줄로 극복할 수 있어 가족산행도 무리가 없겠다.



기점은 오도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다.

7~8월 성수기에는 1인당 1천 원의 시설사용료를 받는다.

정문을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미녀봉 등산로 푯말이 보인다.

왼쪽으로 꺾는다.

등산로 부근에 식수를 보충할 취사장이 있다.


3분 정도 언덕을 오르면 금색 가로등에 등산로 푯말이 걸려 있다.

가로등 오른쪽 길로 진입한다.

참나무 낙엽들이 길바닥에 깔렸다.

발을 뗄 때마다 낙엽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귓불이 제법 얼얼하다.

가로등에서 10여 분 정도 느슨한 오르막을 걸으면 소방 구조 표지목이 나온다.

표지목에서 다시 10분 정도 가면 말목재가 나온다.

말을 키웠다는 설과 지형이 말목처럼 생긴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재에서 왼쪽으로 1.9㎞쯤 오르면 숙성산이 나온다.

말목재부터 미녀봉 주능선을 탄다.

거창군 가조면과 합천군 봉산면이 능선을 경계로 나뉜다.

바위 몇 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순한 오르막이다.

솔가리도 풍성해 길이 푹신하다.

말목재에서 20여 분 외길을 걸으면 744봉 전망대다.

잠시 서서 미녀봉을 바라본다.

오른쪽으로 하늘이 열린 곳에 오도산 줄기가 오롯하다.

산정의 민간 통신 시설이 멀리서 보니 철로 만든 '성곽' 같다.

전망대에서 안부로 내려섰다.

사실, 미녀봉은 합천 봉산면이나 묘산면보다 거창 가조면에서 제대로 된 조망을 선사한다.

가조면에서 보면 이 지점부터 미녀가 머리카락을 펼친 것처럼 보인다.

나무계단을 밟고 눈썹바위(780m)에 올랐다.

별 특징 없는 널따랗고 각이 있는 바위가 삼거리 한쪽에 앉아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600m가량 내려가면 유방샘이 나온다.

급한 내리막길이고 고도가 200m쯤 뚝 떨어지기에 대부분 산꾼이 입맛만 다시고 지나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산행지도에는 실제 답사가 아닌 추정으로 유방샘을 표시해 샘 위치를 헷갈리게 한다.

바로잡을 건 바로잡자.

산행팀은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을 유방샘(눈썹바위에서 30분 정도 소요)으로 내려 보냈다.

이정표가 있지만 방향이 애매해 산행리본을 충분히 달아놓았다.

참고로 유방샘은 미녀봉의 유방봉 줄기와 산자락이 만나는 틈에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남자가 샘물을 마시면 금실이 좋아지고, 아이 없는 여성이 마시면 아이가 생긴다고 한다.



눈썹바위에서 암릉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미녀의 코 부분이다.

여기에서 유방봉을 보면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 두 개가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 부분에서 입술 쪽으로 계단을 이용하고 암릉을 우회해야 한다.

가조면에서 이곳을 보면 입을 벌린 모습이다.

어찌 보면 놀란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탄성을 지르는 모양새다.

계단을 올라 유방봉에 도착했다.

'유방'이란 말에 에로틱한 상상을 했다면 헛물을 켜기 십상이다.

예리한 돌부리 더미가 앙칼지게 박혀 있다.

유방봉에서 서쪽을 보면 수도지맥 분맥인 양각지맥의 보해산~금귀산~박유산~일산봉이 뚜렷하게 보인다.


유방봉에서 안부로 내려선다.

일부 산꾼이 이 지점부터 미녀의 배꼽과 불두덩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거창군지와 합천군지를 살펴봐도 전혀 근거가 없는 '억측'과 '바람'일 뿐이다.

안부에서 893봉까지는 10분 정도 오르막길, 여기서 15분 정도 더 가면 미녀봉이다.

이 산의 예전 명칭인 문재산과 병기된 표석이 서 있다.

주변이 나무로 막혀 답답한 편이다.


조망은 차라리 미녀봉에서 20분 남짓 능선을 직진하면 나오는 869봉이 낫다.

가야산으로 달려가는 비계산~두무산 줄기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 뒤로 가야산 정상의 잿빛 성화석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869봉에서 100m쯤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독도에 주의해 오도재 방향으로 내려와야 한다.

갈림길에서 오도재까지는 15분 정도.

오도재에서 오도산을 올려다보니 아까 성곽처럼 멋있게 보이던 통신시설들이 흉측스럽다.

오도재부터는 휴양림 구간이다.

소나무 조림지역이라 '쭉쭉 빵빵' 소나무가 하산길을 열어준다.

그늘이 좋고, 숨을 들이쉬면 기분도 좋다.


15분가량 휴양림 속을 거닐면서 내려오면 소원탑이 있다.

돌 한 개를 올려놓고 귀갓길의 무사를 기원한다.

소원탑부터는 휴양림 시설들이 잇따라 나온다.

사방댐을 이용한 수영장과 나무 데크를 활용한 야영장, 숲속의 집들이 눈에 띈다.

소원탑부터 기점인 관리사무소까지는 넉넉잡아 2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거창·합천 미녀봉 '산행지도'

 

 

 

 

                                         

 

 

 

 

거창·합천 미녀봉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산행이고 미녀봉 주변에 있는 합천호합천영상테마파크도 가볼 만하다.

자가운전을 권한다.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고령분기점에서 광주·함양 방면으로 진입한다.

이후 88올림픽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해인사IC에서 빠져 합천·야로 쪽으로 좌회전한다.

24·26번 국도를 타고 분기삼거리~묘산교차로를 통과해 16㎞쯤 가면 권빈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3.7㎞쯤 가면 오도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요금 2천 원. 내비게이션에 '오도산자연휴양림'으로 검색하면 된다.

부산 사상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합천시외버스터미널(055-931-0142)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6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2시간.

 

합천터미널에서 묘산면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오전엔 6시 50분, 8시, 9시 20분, 10시, 10시 50분, 11시 30분에 있다.

소요시간 20분 정도.

묘산면에서는 택시(묘산택시 055-933-9922, 묘산합동개인택시 055-933-5700)를 타고

오도산자연휴양림까지 가야 한다.

소요시간 약 10분.

합천터미널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는 오후 7시까지 있다.



음 식 점

산행이 끝나면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묘산면에 있는 '합천토종돼지'(055-931-1131)는 직접 사육한 돼지로 요리한다.

얼큰한 돼지김치찌개와 뼈다귀국밥)이 맛있다.

일행이 서너 명 정도라면 쪽갈비찜도 괜찮겠다.

다 먹으면 남은 양념으로 밥을 볶아 준다.

 

전대식 기자

 

 

 

 

 

▲ 기점인 오도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앞. 7~8월 성수기엔 입장료를 받는다.



▲ 휴양림 시설 안으로 들어오면 미녀봉 등산로 푯말이 보인다.

 

▲ 미녀봉 등산로 푯말을 따라 1분 정도 오르면 곧바로 가로등이 보인다. 가로등 오른쪽으로 간다.



▲ 말목재 삼거리이다. 왼쪽으로 가면 숙성산으로 간다.

 

▲ 능선을 걷는 내내 솔 숲을 지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도산. 정상에 민간 통신시설이 들어서 있다.



▲ 전망대에서 본 미녀봉 상반신. 여기서 안부로 내려서면 미녀의 머리카락 부분이다.

 

▲ 미녀봉 눈썹바위 삼거리. 왼쪽으로 가면 유방샘이다.



▲ 유방봉 능선 기슭에 있는 유방샘.



▲ 코 부근에서 본 유방봉. 자잘한 암봉이 두 뭉치로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 봉우리에서 전준배 대장이 손짓하고 있다.

 

 

▲ 눈썹, 유방봉까지 걷기 힘든 곳에 친절하게 계단이 설치돼 있다.



▲ 유방봉에서 바라본 금귀산, 보해산 조망. 앞의 넓은 들이 거창 가조면이다.



▲ 유방봉에서 내려서면 능선 안부가 나온다. 이정표가 서 있다.

 

▲ 미녀봉 표석. 조망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계산과 그 뒤로 보이는 가야산.

 

▲ 하산길에서 바라본 오도산. 아까는 몰랐는데 1천m의 산 높이가 오롯이 느껴진다.



▲ 오도재 이정표. 마지막 갈림길이다. 이제부터 소나무 휴양림이 시작된다.



▲ 소나무 휴양림을 지나면 참나무 숲을 지나게 된다.

 

 

▲ 사방댐을 건너는 다리. 이제 휴양림 시설 안으로 진입했다.



▲ 휴양림 안에는 야영장과 야영데크(사진), 청소년수련관을 갖췄다. 이런 시설들을 보면서 관리사무소까지 내려온다.



▲ 거창군 가조면에서 바라본 미녀봉 상반신 부분(빨강 동그라미 안). 고개를 오른쪽으로 눕혀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의 얼굴이다.

 

 

 

미녀봉(935kM)경남 거창군 가조면에 있다.

88고속도로 가조
인터체인지를 내려가면 왼편에 마치 미녀가 머리칼을 풀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형상으로

솟은 산이 미녀봉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조들판은 우리나라 대표적 분지.

산행의 들머리는 석강국민학교.

가조면 소재지에서 30분이면 닿는다.

교문앞을 지나 초원길을 30여분 걸으면 당산나무에 이른다.

여기서 양물샘까지는 10분 정도.

바위틈 사이로 솟아나는 이 샘물은 여름에 차고 겨울엔 따뜻하다.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먹고 수통도 채운다.

양물샘에서 50여분 걸리는 유방봉까지의 길은 숲사이를 뚫고 잘 나있다.

능선서 봉우리까지는 아기자기한 바윗길.
유방봉은 두개의 흰 암봉으로 이뤄져 있고 봉우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전망이 시원하다.

 

 

가조들판 너머 의상봉비계산이 이어진다.

왼편으로는 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전설의 장군봉이 솟아 있다.

동쪽의 오도산두무산,남쪽으로는 숙성산이 솟아 이 산들이 미녀봉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유방봉에서 미녀의 머리부분까지는 암릉길이 이어지면서 20분 가량 걸린다.

미녀봉의 머리부분에서 하산을 하면 숙성산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학산쪽이나 서쪽의 음기마을로 내려서는 코스를 택하면 되겠다.

러나 여기서 하산하기보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처음 올랐던 동쪽 능선을 따라 30여분가면 893km봉에 닿는다.

이곳서 935km의 미녀봉까지는 길이 희미하다.

하산은 정상에서 10분정도 능선을 따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왼편의 생초마을로 내려서면 된다.

1시간30분정도 잡으면 된다.

생초에서는 석강국민학교를 거쳐 가조면소재지로 되돌아 오면 산행은 끝난다.

전체 산행시간은 5시간이면 충분하다.

미녀봉은 찔레덩굴과
가시나무가 많아 긴바지에 긴소매 상의를 반드시 입어야 한다.

교통편은 서부터미널에서 거창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거창서 가조까지는 수시로 운행되는 완행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거창 '미녀봉'

`裸身의 산`과 사랑에 빠진다

반듯이 누운 여인 형상

가조IC 부근 '실루엣' 또렷

능선산행 '묘한 기분' 자아내

하산길 계곡 '오아시스' 만난듯

 

 

88고속도로 대구 방향 가조IC 진입 직후 갓길에서 본 미녀봉.

오른쪽 머리카락을 길게 널어뜰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 또렷한 을 거쳐 볼록 솟은 젓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녀의 누운 자태 그대로다.

 

 

우선 그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거창 미녀봉(935m).

흔히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사연이 있게 마련.

하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뚝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 백미는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라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흔히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 눈에 들어온다.

 

미녀봉과 주변 봉우리가 앉은 터도 재미있다.

미녀봉의 미모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미녀봉이 뻗은 발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는

두무산(1038m), 미녀의 무릎 옆에 앉아 명상에 잠긴 오도산(1134m), 미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비계산(1126m), 전설 속에서 미녀봉과 사랑을 나눈 장군봉(935m), 그리고 의상봉 보해산 금귀산 숙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연심을 보내고 있다.

조물주의 짓궂은 장난인지 아니면 호사가들이 꾸며낸 스토리인지

하여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임엔 틀림없다.


[미녀봉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가조면 석강리 음기마을에서 출발, 유방샘 등을 거치는 [거창 코스]와

반대편인 합천쪽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번 산행은 일반적인 거창 코스 대신 [합천 코스]를 택했다.

무더운 여름인지라 하산때 계곡산행을 맛보기 위함이다.

[산행]은

오도산 자연휴양림~미녀봉 주능선(이마→코→입→턱)~유방봉~헬기장~미녀봉 정상(배 부분)~오도재(오도치)~계곡(지실골)~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오도산보다 미녀봉이 더 가깝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포장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들머리다.

주변엔 연보라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7~8분쯤 뒤 풍화된 암석길이 나올 무렵 우측 저 멀리 미녀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길은 약간 오르막이지만 비교적 잘 나 있다.

20여분 뒤 정면에 큰 소나무가 서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미녀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의 숙성산과 동쪽의 오도산이 연결된다.

숲 사이로 거창 가조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정면 금귀봉을 중심으로

왼쪽 박유산과 오른쪽 보해산이 포진해 있다.

5분 뒤 산모롱이를 돌면 첫 전망대.

날씨가 좋을 땐 뾰족한 박유산 뒤로 금원 기백 황석 거망산도 보인다.


이제는 오르막길.

쉽게 등정을 허용치 않으려는 미녀와 미녀 정복을 위해선

이쯤 고생은 감내해야지 하는 산꾼들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미녀봉 능선까지는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

지도상으론 미녀봉의 이마 부분.

지금부터는 여체를 밟고 지나가는 능선산행.

말이 능선산행이지 실제론 눈썹 코 입 턱 부분이 모두 굴곡이 심한 암릉코스로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집채만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암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뭇남성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미녀봉의 심술인가 보다.


다행히 밧줄이 매어져 있기도 하고 바위를 넘지 않고 에돌아 가는 길도 있으니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

이렇게 바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하면 오아시스같은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미녀봉 0.7㎞, 왼쪽방향 유방샘 0.8㎞'.

유방봉이 이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르막길.

패랭이와 도라지가 활짝 핀 무덤을 지나면 유방봉.

이어지는 숲길.

갈림길과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미녀봉 정상.

사방 모두 숲으로 가려 전망은 없다.

헬기장에서 20분 거리.

오도산 자연휴양림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한 중년 여성.

 

고백 한가지.

사실 산행팀도 멀리서 본 여인의 실루엣과 달리 막상 산속에 들어서니

어디가 눈썹바위인지 턱바위인지 유방봉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배 부분인 정상에 도착한 후 복기를 하면서 단지 유추할 뿐이었다.

해당 지자체가 이 좋은 관광상품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되는 능선길.

30분쯤 뒤 미녀봉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봉우리에 닿는다.

거창과 합천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우측 통신탑이 보이는 오도산, 정면에 두무산, 그 앞 비계산, 비계산 왼쪽으로

바위산인 장군봉보해산 금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미녀봉에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20분 뒤 오도재.

직진하면 오도산.

산행팀은 오른쪽 (휴양림)수련장 방향으로 간다.

앞서 왔던 길과 달리 숲길이 그늘지고 평온하다.

8분 뒤 '오도재 오도산'을 알리는 첫 팻말이 보일 무렵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후 계곡류를 만난다.

이 지점이 오도산 자연휴양림 계곡의 시점이다.

계곡류가 맑고 얼음처럼 차다.

계곡에는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옛 선비마냥 수박을 물에 담근 채 탁족을 즐기고 있다.

계곡에서 시멘트길로 올라선 후 15분 후면 들머리인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 교통편


- 거창행 버스타고 [합천 묘산터미널] 하차


 

 

여인의 나체를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①얼굴 ②가슴 ③배 ④다리).

 

부산서 미녀봉 산행들머리인 [오도산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선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버스]를 타고

합천군 묘산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묘산에서는 [거창행 군내버스]를 타고 오도산 자연휴양림 입구

권빈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20분, 9시40분, 10시20분, 11시20분.

권빈정류장에서 오도산 자연휴양림까지 3.7㎞.

걸어서 40~50분 걸리는 제법 먼 거리다.

권빈정류장 옆 천일상회에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부산가는 방법두 가지.

휴양림 입구 권빈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오후 1시, 2시50분, 6시15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현풍IC~5번 국도 이용(이정표는 광주 방향 또는 성산IC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서 진입~해인사IC~좌회전 합천 방향~고령 18㎞, 묘산 8㎞~분기삼거리서 거창 26번 국도~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 떠나기 전에

- 이름만큼 아름다운 전설 가득

미녀봉과 관련된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055-930-3733)을 추천한다.

거창군과 인접하고 합천댐과 해인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

가족과 함께 등산, 야외 물놀이, 삼림욕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참고 하나.

오도산 [자연휴양림]쪽에서는 미녀봉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미녀봉의 전체 윤곽을 보기 위해선

휴양림에서 나와 우회전, 거창 가조 방향~가조온천 방향 우회전~석강리~가조IC 순으로 가면 된다.

석강리에서 미녀봉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며, 가조IC 진입 직후 고속도로 갓길에서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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