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상운산'
아기자기한 암릉, 달콤한 산내음
장마철이 되면 산은 한층 깊어진다.
한껏 물기를 머금은 대지는 숲을 더욱 짙푸르게 하고 계곡 물도 넉넉히 쏟아낸다.
이맘때 산은 바야흐로 절정기를 맞는다.
그러나 산꾼들이 가장 안달을 내는 때도 역시 이맘때이다.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기어이 산에 오르는 어지간한 산꾼들도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비는 산행을 가로막기 일쑤다.
이맘때가 되면 장거리 산행이나 단체 산행은 애당초 꺼려진다.
그래서 가깝거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다가 날씨 사정에 맞춰 다녀오는 산행이 적합하다.
경북 청도 상운산(1114m)을 추천한다.
상운산은 화려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산이다.
영남 알프스의 준봉들 틈바구니에 서 있지만 사실 상운산이라는 이름은 지형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
지역 산악회에서 부른 이름이 그대로 자리잡은 경우다.
그리 멀지도 않고 비교적 오르기도 쉬워서 이맘때 산행지로서는 안성맞춤이다.
산을 오를수록 시시각각 달라지는 영남알프스를 조망하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아기자기한 암릉은 산행을 더욱 흥겹게 한다. 시원한 계곡도 딸려 있다.
운문재를 들머리로 삼았다.
구체적인 경로는 운문재~임도~전망대~귀바위~상운봉~헬기장~쌍두봉 좌봉~쌍두봉 우봉~670봉(무덤)~천문사.
산행시간은 4시간~4시간30분인데 휴식시간을 감안해도 5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들머리인 운문재는 경남 언양과 청도를 넘나드는 길목이다.
등로가 여러 곳이지만 덥고 습한 때이다 보니 가급적 정상 접근이 쉬운 이곳이 적합하다.
산행 길에는 샘터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물을 넉넉히 채우는 게 바람직하다.
임도와 산길이 서로 엇갈린다.
편한 길을 따르면 된다.
하지만 길을 잘못드는 상황이 염려된다면 산길을 택하는 게 안전하다.
잘못하면 가지산으로 갈 수도 있다.
5분여를 오르다 보면 등로 왼쪽에 헬기장이 있다.
이내 벤치 3개가 놓인 쉼터를 만난다.
7분여를 더 가면 석남사에서 오르는 길과 가지산 온천에서 올라오는 길이 합류한다.
이 두 코스 다 괜찮지만 산행 시간이 길어진다.
여기서부터는 된비알이 제법이다.
넉넉히 쉰 다음 편히 오르기를 권한다.
된비알이 20여분 정도 이어진다.
헉헉대고 있는데 비 소식을 미리 알려주려는 듯 두꺼비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따라야 하는 지점이다.
벤치 3개가 있을 뿐,이정표나 별다른 표시는 없다.
119구조지점 푯말과 산행띠를 참고해 등로를 이어간다.
산길로 올라서면 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막 봄 축제를 끝낸 철쭉나무가 길을 호위하고 섰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 사이로 영남 알프스의 준봉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 전망대를 만난다.
마지막 임도에서 전망대까지는 35분.
북동쪽으로 고현산과 문복산이,북쪽으로 옹강산이 조망된다.
발 아래로 운문산자연휴양림도 눈에 들어온다.
귀바위까지는 5분 거리다.
부처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이다.
푸른 잎들 사이로 시원스러운 암벽이 나타나면 한 걸음에 오르게 된다.
가지산을 필두로 사자산과 재약산이 당차게 서 있다.
간월산과 신불산 영취산이 한 줄기로 이어진다.
조망이 장쾌하다.
채 10분을 못 걸어 정상인 상운산에 닿는다.
정상에서는 가지산 북릉 쪽이 조망된다.
시계방향으로 지룡산 억산 옹강산 문복산이 말 그대로 병풍처럼 둘러 쳐져 있다.
정상을 지나면 평탄한 능선길이다. 자연스레 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다 등로가 어지러워진다.
가지산으로 오르는 산꾼들이 길을 잘못 들어 발걸음을 여기저기로 돌린 탓이라고 한다.
요즘은 운문사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잘 구비돼 있다.
갈림길이 여러 곳이지만 지금은 뚜렷한 두 곳에서만 주의하면 된다.
두 갈림길 모두 운문사 방면으로 향한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첫번째 갈림길은 2분,두번째 갈림길은 10분 정도 더 가면 나온다.
평탄한 능선길이 30여분 정도 이어지는 동안 헬기장 세 곳을 차례로 지난다.
수풀이 우거진 그늘길이어서 다행스럽다.
정상에서 제 1헬기장까지는 20분.
다시 제 2헬기장과 제 3헬기장을 15분,7분 간격으로 만난다.
마지막 헬기장에서 등로가 갈린다.
쌍두봉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왼쪽은 배너미재로 내려서는 길인데,지룡산과 운문사,삼계계곡으로 통한다.
계곡을 따르기 때문에 산행이 시원하다.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20여 분을 걸으면 쌍두봉 정상이다.
두 개의 바위봉우리가 쌍을 이룬 쌍두봉은 아찔한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시원한 조망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정상에서는 20m 남짓의 직벽을 로프를 타고 내려선다.
갑자기 팔에 힘이 풀려 로프를 놓칠 듯싶기도 하고 디디고 선 바위가 무너져 내릴 것 같기도 하다.
무섭다.
내려 와서 올려다 보니 어떻게 내려왔나 싶다.
로프에 익숙치 않다면 봉우리 옆으로 트래버스하는 길도 있다.
쌍두봉 2봉까지는 암릉길이다.
20여분.
이어지는 하산길에는 등로에 자갈이 많아서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디딤발을 확실히 해 주는 게 좋다.
길이 한두 곳에서 흐려지지만 낙옆 사이로 난 길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25분여를 걸으면 무덤이 있는 마지막 봉우리에 닿는다.
15분 정도 내려 서면 나선폭포가 바라보이는 전망대에 닿는다.
날머리인 천문사까지는 다시 40여분이 걸린다.
글·사진=김영한기자 kim01@
경북 청도 상운산 '개념도'
경북 청도 상운산 '산행수첩'
산행 기·종점이 서로 달라서 차량 2대를 운행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부산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언양 터미널에서는 청도행 버스가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오전 11시,낮 12시 50분,오후 6시 30분 출발.
40분을 가다보면 운문재에 닿는다.
하산길에는 천문사에서 도로를 따라 오다 69번 국도변 물레방아집 앞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오전 9시 10분,오전 11시 20분,오후 5시 10분에 운행한다.
10~20분 여유를 두고 차를 기다려야 한다.
차 시간 문의는 경산버스(053-743-4219)로 하면 된다.
자가 승용차는 서 울산(삼남)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온다.
언양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10여분을 가다 밀양(석남사)을 향해 24번 국도를 탄다.
언양을 지나 굴다리 아래에서 24번 국도로 오른다.
표지판을 참고해 24번 국도로 쭉 가도 되고 지름길인 921번 도로를 타도 좋다.
장마철 '산행 요령'
장마철 산행은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현지 날씨를 챙기고 지형을 확인하는 일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필수 절차다.
물기 젖은 암벽이나 경사가 급한 곳은 실족 사고의 위험이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산행 복장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수시로 날씨가 바뀌고 땀도 많이 나기 때문에 여벌 옷은 반드시 준비한다.
우중 산행시에는 저체온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방수와 습기 배출이 동시에 가능한 기능성 의류가 가장 좋다.
여의치 않다면 모직 의류가 보온성이 좋아 도움이 된다.
능선만 넘어 서도 날씨가 바뀌는 것이 장마철의 산이다.
특히 안개는 산행을 어렵게 만든다.
지도는 필수. 가급적 나침반도 챙기자.
산행은 계곡을,야영은 능선을 피한다.
비가 내리면 적은 양에도 계곡 물살의 흐름이 빨라지고 물도 금방 불어난다.
능선 야영시에는 벼락을 맞을 위험이 있다.
야영지는 계곡 상단이나 능선 아래가 좋다.
고온다습해서 음식도 쉽게 부패된다.
마른 음식 위주로 마련하되 김밥은 피하는 게 좋다.
김영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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