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수도산'
눈꽃 칼바람 헤치면 영호남 영봉 솟구쳐
경남·경북의 경계… 1317m 산길 험난
종주 아닌 '홀로서기 코스' 5시간 걸려
백두대간 주능선·가야산, 조망의 진수
수도산 정상. 돌탑 오른쪽 펑퍼짐한 봉우리가 단지봉이고 왼쪽 약간 보이는 봉우리는 가야산 정상. |
겨울산행은 고통의 연속이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엔 당최 속수무책이다.
눈만 빼고 모두 가려보지만 눈동자마저 시려울 땐 처참하기까지 하다.
이쯤되면 아무리 취재산행이라지만 시쳇말로 정말 뭐하는 짓인지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워진다.
여기에 산길마저 헷갈릴 땐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이라도 지었는가 하는 신세타령까지 나온다.
겨울산행의 험난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산행팀은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조우한 산꾼들에게 묻는다.
"이 엄동설한에 산엘 왜 오십니까."
최근 연세 지긋한 한 산꾼이 시골 훈장마냥 여유있는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답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무수한 산들이 솟구쳐 일궈내는 아름다운 마루금의 물결은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나에겐 각별하지. 여기에 구름바다가 봉우리 아래로 그윽하게 깔려 있다면 처음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산에 올랐든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 셈이지."
그야말로 뒤통수를 때리는 정문일침과도 같은 우문현답에 다름 아니다.
1000m 이상의 고봉준령은 아직도 찬바람이 매서운 한겨울이다. 신선봉에서 수도산 정상 가는 길의 은빛 세계. |
겨울산행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조망의 기쁨이다.
겨울이면 시계(視界)가 훨씬 넓어지는 이땅에선 적어도 그렇다.
경남 거창과 인접한 경북 김천 수도산.
이 수도산에 오르면 조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우선 해발고도가 1317m로 비교적 높은 데다
경북 내륙 한가운데 위치해 영호남권의 이름깨나 있는 봉우리들을
아우를 수 있다.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덕택에
추풍령에서 숨을 고른 후 다시 솟구친 황악산에서 민주지산을 거쳐
덕유산에 이르는 수 십㎞의 웅장한 백두대간 주능선과 석화성(石火星)
가야산, 민족의 명산 지리산, 이웃 구미의 금오산, 그리고
거창의 1000m급 고봉준령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영호남권에서 조망으론 단연 으뜸이라 할 만하다.
산행은 김천 대덕청소년야영장~주능선~신선봉~수도산 정상~단지봉(가야산) 갈림길~헬기장~잇딴 수도암 갈림길~청암사 갈림길~사방댐~청암사~증산면 평촌리 버스정류장 순.
순수 걷는 시간만 5시간 안팎.
들머리에서 주능선까지 길찾기가 약간 까다롭지만 일단 주능선에만 오르면
그림같은 조망이 펼쳐진 가운데 일사천리로 내달릴 수 있다.
전형적 육산인 수도산은 오래전부터 종주능선의 출발점으로 인식돼 왔다.
즉 수도암(혹은 청암사)~수도산~단지봉~좌일곡령~가야산~해인사로 이어지는 수도·가야 종주능선(1박2일 소요)이 그것이요, 최근에는 수도암~수도산~양각산~흰대미산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종주코스(6시간)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새로이 수도산만을 오르내리는 '수도산 홀로서기' 코스를 시도해 봤다.
출발점은 대덕청소년야영장.
매표소를 통과해 임도따라 50분정도 발품을 팔아야 들머리에 닿는다.
들머리는 커브길 왼쪽.
노란 리본을 많이 달아놔 찾기는 어렵지 않다.
좁다란 눈길로 시작된다.
10여분 뒤 지계곡과 만난다.
물은 없고 눈덮인 크고 작은 돌이 널부러진 어수선한 계곡이다.
가급적 산길로 가려 하지만 길이 끊겨 있어 계곡과 산길을 번갈아가며 오른다.
때론 눈덮인 아름다운 산죽길도 지난다.
이렇게 35분, 정면에 시야가 트이면서 비탈진 사면이 보인다.
하나 눈앞엔 길이 없다.
해서 취재팀은 그리 멀지 않은 눈앞의 송림이 능선으로 보여 바로 직진한다.
겉보기보다 경사가 심하고 길이 험해 왼쪽으로 방향을 옮기면서 비스듬히 오른다.
아뿔싸, 거의 다 올라가서 능선가는 길과 만나지 않는가. 애초에 왼쪽으로 가서 길을 찾으면
고생을 좀 덜하지 않았나 싶다.
들머리에서 50분.
주능선에 서면 차디찬 칼바람이 거세다.
서둘러 우측으로 치고 오른다.
눈길에다 일부는 언 힘겨운 급경사 길이라 여간 힘들지 않다.
10여분 고행길이다.
한굽이 올라서면 왼쪽 앙상한 가지 사이로 눈덮인
가야산의 웅장한 자태가 확인된다.
이후엔 단조로운 능선길이지만 의외로 기복이 심하다.
눈덮인 미답의 산길에는 짐승 발자국만이 즐비할 뿐 인적은 아예 없다.
15분정도 악전고투해 오름길을 힘겹게 돌파하면 바위전망대.
수도산 상봉 못잖게 주변 조망이 빼어나다.
한 일자로 펼쳐진 하얀 백두대간 주능선이 시선을 붙잡는다.
오른쪽 맨끝 황악산에서 왼쪽으로 삼성산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덕산재 대덕산 초점산(삼도봉) 소사재 삼봉산 빼재
무주리조트 덕유산이 펼쳐진다.
장엄하고 거룩하기까지 하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돌불꽃 가야산을 축으로 좌로 형제봉 독용산 그리고 저멀리 구미 금오산까지 확인된다. 돌탑이 서 있는 수도산은 바로 곁에 있다.
20분 뒤 신선봉.
큰 구덩이가 있는 이곳은 일반 개념도에는 없다.
갈래길이 열려있다.
우측은 양각산~흰대미산~보해산~금귀봉 가는 길. 취재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얼음꽃 사이로 수도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이내 갈림길.
수도산과 양각산을 잇는 우회길로, 종주자 대부분은 신선봉을 거치지 않고 이 길을 이용한다.
수도산 정상은 신선봉에서 9분 거리.
조그만 대리석 정상석 뒤로 커다란 화강암 돌탑이 서 있다.
백두대간 주능선은 멀어졌지만 대신 주변 조망은 더 넓어졌다.
앞선 바위전망대에서 보이던 덕유산 왼쪽으로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금원산 기백산이 확인되고, 신선봉에서 왼쪽으로 뻗어나가는 양각산 흰대미산 보해산 금귀봉이 보인다.
그 뒤 지리산 주능선은 구름에 가려 희미할 뿐이다.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제일 뒤에서부터 오도산 미녀봉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등
거창의 1000m급 봉우리가 다가온다.
바로 앞 가야산과 우측 앞쪽의 단지봉도 이제 턱밑에 와 있다.
산행팀은 직진하다 왼쪽으로 꺾어지는 능선을 타고 하산한다.
곧 갈림길.
리본이 많이 걸려있다.
오른쪽길은 단지봉을 거쳐 가야산 가는 길이다.
왼쪽 하산길은 내달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쉽다.
완경사 눈길로 전혀 힘들지 않다.
헬기장을 지나 우측 수도암으로 내려서는 길이 잇따라 우측에 열려있다.
동시에 수도암도 보인다.
계속 직진하면 갈림길.
왼쪽 철조망으로 막은 길은 청암사 경내로 바로 가는 길이라 사찰측에서 막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 뒤 능선에서 물마른 계곡으로 내려선다.
고로쇠 파이프가 보일 즈음 계곡 왼쪽으로 건넌다.
잇단 산죽길과 낙엽송숲을 지나면 끈으로 경계를 둘러친 밭을 돌아간다.
사실상 산을 벗어난 셈. 전나무숲 갈대군락지 그리고 사방댐을 잇따라 지나면
청암사와 백련암 입구길로 내려선다.
수도산 정상에서 1시간40분.
천왕문과 일주문을 지나 청암사 입구 평촌리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청암사, 비구니 승가대학
- 지례 흑돼지 임금님 진상
불령산(佛靈山) 또는 선령산(仙靈山)이라 불리는 수도산 기슭의
청암사(사진 위)는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비구니 도량.
신라 헌안왕 3년(859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쭉쭉 뻗은 거목들과 신비스런 불령동천의 명성이 자자했지만 4년 전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뒤 옛 맛이 사라졌다.
장희빈에 의해 폐위된 숙종의 정비 인현왕후는 극락전에서
한많은 세월을 보냈으며, 42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이 주불로 모셔진
보광전은 왕실의 명복을 빌던 원당(願堂)으로 건립됐다.
수도산과 인근 양각산 흰대미산 가야산에는 유독 소(牛)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거창서 김천으로 넘어오는 고개는 우두령(牛頭嶺), 이어 만나는 1237봉은 일명 시(소)코봉, 흰대미산 아래 마을은 쇠불알을 의미하는 우랑동(牛郞洞), 쇠뿔 두 개가 솟아있는 양각산(兩角山), 쇠머리처럼 생겨 명명된 가야산의
또 다른 이름 우두산(牛頭山), 가야산 정상 인근의 샘 이름 우비정 등.
맛집 하나 소개한다.
장영선 지례원조 삼거리식당(054-435-0067).
김천 지례면 흑돼지(사진 아래)는 지리산이나 제주도 흑돼지 못잖은
특산물로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진상품으로 유명하다.
철분이 많은 지하수를 먹고 자라 고기 맛이 담백하다.
특히 고추장으로 버무린 양념 고추장 불고기는 이 집만의 자랑이다.
청암사에서 김천IC 방향, 15분 거리, 지례 흑돼지 타운 안동네에
위치해 있다.
◇ 교통편
- 부산 ~ 김천 열차 20 ~ 30분 간격
- 시외버스터미널서 대덕행 버스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김천행 열차는 무궁화 새마을 열차가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오전 6시5분(새마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8시35분, 9시5분(이상 무궁화).
무궁화 2시간15분 소요.
새마을 1시간55분 걸린다.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덕행 버스를 타고 대덕청소년야영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10시20분.
50분 걸린다.
날머리 청암사 입구 평촌리 버스정류장에서 김천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1시35분, 5시10분, 6시10분(막차)에 있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오후 5시57분(새마을), 6시22분, 7시20분, 7시52분(새마을), 8시23분, 밤 9시56분(새마을), 10시55분에 있다.
김천터미널에서 김천역은 걸어서 5, 6분 거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나와 3번 국도 거창 방면으로 가면 된다.
거창 대덕~대방이재~송강휴게소~구성면~지례면~거창 대덕~청암사 증산 903번 좌회전~무주 대덕~청암사 입구~대덕청소년야영장 순.
청암사 입구 평촌리 버스정류장에서 대덕청소년야영장까지는 4.7㎞.
걷기에는 꽤 멀어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5시10분 한 차례 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청암사에서 택시(054-437-1028)를 불러도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김천 '수도산'
발밑엔 낙엽이 푹푹… 숲길엔 아름다운 노을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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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가야산, 황악산. 날 좋은 날에 지리산, 팔공산까지. 사방 어딜 봐도 고산준령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산군의 파노라마'에 산꾼의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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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까지 급하게 내려온 백두대간은 추풍령에서 한숨을 돌린다.
이윽고 황악산과 삼도봉을 지나 덕유산에 다다를 무렵 대덕산에서
가야산 국립공원 방향으로 웅장한 곁가지를 친다.
바로 이곳이 '수도지맥'이다.
흰대미산(1,018m), 단지봉(1,327m), 좌일곡령(1,258m), 두리봉(1,133m) 등
고산이 웅장한 줄기를 이루면서 가야산까지 달린다.
수도산(修道山·1,317m)은 이 지맥의 중심에 있는 맏형이다.
수도산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경계에 있다.
신라의 도선 국사가 즐겨 찾았을 만큼 불가와 가까운 산이다.
부처의 영기가 있다 해서 원래는 불령산(佛靈山)이었다가
수도암이란 암자가 들어서면서 수도산으로 고쳐 불렀다.
정상에 서면 경남, 경북, 전북 일대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수도지맥의 대표 산
산행초입엔 시원한 계곡 물소리
하산 땐 아름다운 숲길 이어져
덕유산 가야산 일대 조망 웅장
수도산은 1,000m가 넘는 육산이다.
한데 높이와는 달리 산행은 어렵지 않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중반 지점에서 잠시 숨이 가팔라진다.
수도산을 밟고 나서 돌아오는 길은 때 묻지 않은 숲길의 향연이 기다린다.
5월 중순이면 철쭉이 만개한다.
계곡이 깊어 여름 계곡 산행도 무난하겠다.
기점은 청암사 일주문이다.
이후 암자 뒷길을 따라 오르다 신선대와 정상 앞 삼거리, 수도산에 닿는다.
수도산에서 다시 나와 구곡령에서 본격 하산길로 접어든다.
수도리 마을 뒷길에서 산허리를 가로질러 기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당초 산행팀은 수도리를 종점으로 계획했지만 교통편이 생각보다 불편해 결국 원점회귀 코스로 마무리했다.
산행 거리는 15㎞(소요시간 5시간 30분)쯤이다.
토산의 진득한 맛을 보려거나 산정에서 펼쳐진 산자락의 파노라마 경관을 즐기려는 산꾼에게 딱 맞겠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청암사 일주문에서 출발한다.
편액에 '불령산'이라고 적혀 있다.
5월이지만 산벚나무에 꽃이 아직 달렸다.
아름드리 밤나무가 그늘을 만들었다.
백목련이 절까지 가는 길을 안내한다.
5분 정도 걷자 천왕문과 청암교가 나온다.
천왕문 앞에 청암사의 내력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
도선 국사가 859년 이 절을 창건했다.
조선 인조 때 화재로 절이 전소했다.
여러 스님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절을 중건했다.
지난 1987년 승가대학을 열고, 100여 명의 비구니가 청정도량으로 쓰고 있다.
청암교를 건너 절을 둘러봤다.
아침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경내를 거닐고 있다.
절을 빠져나와 백련암을 지나자 수도산 등산 안내간판이 서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사방댐이 나온다.
태풍 때마다 계곡물이 범람해 지난 2004년 만든 것이다.
사방댐을 스쳐 300여m를 오르자 작은 개울을 만났다.
촬촬촬 물소리가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
개울을 건너 오른쪽 길로 걸었다.
청암사 스님이 가꾸는 텃밭을 따라가면 능선을 만난다.
산죽과 새순이 가득한 참나무 숲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가다 얕은 계곡을 건넌다.
집중호우 때 쓸려 내려온 잡목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물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에서 능선 쪽으로 붙어야 한다.
이 갈림길은 하산할 때도 만나게 되니 눈여겨봐야 한다.
아까만 해도 우렁찼던 물소리가 지금은 호젓한 소리를 낸다.
본격적인 능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갈림길에서 70여m 떨어진 곳에 첫 번째 소방구조푯말이 있다.
수도산 등산로에 이런 푯말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 푯말에서 5분쯤 지난 지점부터 경사가 느껴진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살펴보니 표고가 벌써 700m를 넘었다.
철쭉과 생강나무가 양쪽으로 빽빽한 길을 지나 느슨한 비탈을 따라 30분쯤 올랐다.
청암사 경계석이 나타났다.
여기서 30m 떨어진 곳에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수도암, 오른쪽은 수도산 방향이다.
수도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470m가량 전진하자.
또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에 가려 안 보이던 경관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철쭉 가지 끝에 개화를 준비하는 봉오리가 수줍게 달렸다.
잠시 뒤 확 트인 헬기장을 만난다.
멀리 왼쪽에 가야산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성화처럼 불끈 서 있다.
헬기장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신선대를 만난다.
신선대에 말안장을 닮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조망이 썩 괜찮다.
신선대에서 15분 정도 철쭉 군락을 지나면 수도산, 단지봉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가 있으니 참고하자.
삼거리에서 수도산 정상까지는 한달음에 간다.
정상은 육산답지 않게 평평한 암석으로 덮여 있다.
서너 명만 서 있어도 비좁을 것 같다.
정상 표석과 돌탑, 삼각점 안내판이 있어 더 좁게 느껴진다.
수도산에서 어느 쪽을 둘러봐도 산뿐이다.
동쪽은 가야산 줄기가 푸른빛을 띠고 출렁이다.
서남쪽은 백두대간의 덕유산의 마루금들이 웅장하게 넘실댄다.
북쪽은 백두대간의 황악산과 삼도봉의 등날이 뚜렷하게 금을 긋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과 대구 팔공산까지도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이 날은 볼 수 없었다.
실컷 산들을 쳐다봤다.
그래도 물리지 않았다.
정상에서 삼거리 방향으로 다시 돌아 나온다.
이제는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
경사가 다소 급하니 주의하자.
삼거리에서 구곡령 갈림길까지는 1.2㎞ 정도.
별다른 조망미가 없다.
무난하게 내려온다.
구곡령에서 왼쪽으로 길을 연다.
20분 정도 가면 임도를 만난다.
이 길은 남부지방산림청이 정한 아름다운 숲길, 일명 '김천모티길'이다.
낙엽송과 잣나무,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임도에서 좌회전해 10분 정도 더 간 거리에 산불감시초소와 화장실이 있다.
여기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수도암과 수도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수도암인데 1㎞쯤 떨어져 있다.
오른쪽은 수도리인데 대중교통이 아예 닿지 않는 오지마을이다.
산행팀은 갈림길에서 조금 더 전진해 산허리로 접어들었다.
이 길은 수도산 7푼 능선을 따라 수도리와 청암사~평촌리로 연결되는 길이다.
예전 청암사, 수도암 스님들이 다니던 길이었다.
7푼 능선이지만 비탈이 거의 없다.
평탄하고 순한 길이라 보폭이 절로 날래진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서인지 겨울 낙엽이 발밑으로 푹푹 밟힌다.
나무가 빚은 그늘도 푸근하다.
한 발씩 움직일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전혀 성가시지 않다.
길도 외길이라 방향을 놓칠 염려도 없다.
중천에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운다.
숲 속으로 저녁노을의 고운 빛깔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무던히 걸었다.
1시간 정도 진행하자 산행 초입에서 만났던 갈림길이 다시 나타났다.
이 갈림길에서 청암사 방향으로 걷는다.
30분쯤 걷자 기점인 일주문에 도착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김천 '수도산' 산행지도
김천 '수도산' 가는길 먹을곳
부산에서 기점인 청암사까지의 대중교통은 상당히 불편하다.
원점회귀 산행이기에 이번 산행은 자가운전을 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겠다.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성주IC에서 빠져 합천·고령 방면으로 우회전해 33번 국도로 접어든다.
대가면사무소 사거리에서 벽진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5㎞쯤 달려 이천교삼거리에서 무주·대덕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광산삼거리에서 또다시 무주·대덕 쪽으로 우회전해 23㎞ 정도 직진한다.
증산면사무소를 지나 2분 정도 달리면 청암사 안내표지판을 만난다.
소요시간 2시간 30분. 청암사 일주문 주변에 차를 세우면 된다.
자가운전이 부담스럽다면 KTX 편도 참고하자.
부산역에서 오전 5시부터 운행하는 경부선 상행선을 타고 김천·구미역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1시간 10분 정도.
김천·구미역에서는 15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김천공용버스터미널(054-432-7600)로 가
평촌리 장뜰마을행 시내버스를 탄다.
오전에는 7시 30분, 8시 40분, 11시, 11시 30분 네 편뿐이다.
소요시간 50~60분.
장뜰마을에서 청암사까지 40~50분 정도 걸어야 한다.
KTX 편으로 돌아오려면 종점인 청암사에서 다시 평촌리 장뜰마을로 걸어와
시외버스를 타고 김천공용버스터미널까지 간다.
오후 1시 15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5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 50~60분.
김천·구미역에서 출발하는 KTX 하행선은 오후 11시 15분까지 있다.
증산면 평촌리 일대는 두부로 유명하다.
청암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할매식당(054-437-0017)'이 유명하다.
이 식당은 50년째 이곳에서 촌두부를 팔고 있다.
주인 신난이(77) 할머니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빚고, 동동주를 만든다.
묵은지와 잘 삭힌 파김치는 기본이고 철따라 제철 채소가 찬으로 나온다.
촌두부, 동동주는 미리 주문하면 산행 뒤에 갓 삶아낸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평촌리 장뜰마을에 지난 2003년 조성한 김천옛날솜씨마을이 있다.
청암사에서 차로 10분, 도보로 40분쯤 걸린다.
두부 만들기, 농가 체험시설과 옛날 농기구 전시관이 있다.
계절에 맞춰 비료 포대 썰매 타기, 메뚜기 잡기 등 체험행사도 연다.
문의 증산면사무소(054-420-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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