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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밑 유적' 주민이 책임지라는 동래구

금산금산 2015. 11. 28. 20:31

'아파트 밑 유적' 주민이 책임지라는 동래구

 

 

 

 

 

1446년 동래현령이 쌓은 석축, 2002년 건물 기초공사 중 발견

 

 

 

 

 

 

24일 부산 동래읍성 터에 세워진 아파트 주차장의 관람용 유리가 파손돼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

 

 

 

- 내부 볼 수 있게 유리 덮고 방치
- 습기 가득 차고 강화유리 금 가
- 구 "사유재산, 관리주체 불명확"

조선 시대 유적이 주민과 행정기관의 무관심 탓에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24일 본지 취재진이 찾아간 부산 동래구 복천동의 A 아파트 지하에는

조선 전기 축성된 동래읍성 터가 지나고 있다.

유적을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도록 지상 주차장 바닥에 1㎡ 면적의 강화 유리면 16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유적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조명등이 작동되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내부가 습기로 가득 차 있어 시야를 가리고 있다.

또 모든 유리면에 목욕탕 천장처럼 물방울이 맺혀 있고, 심지어 2개 유리면에는 금이 가 있기도 했다.


이곳이 발견된 것은 A 아파트의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던 2002년.

유적이 발견되자 동래구는 곧바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조사단을 구성해 발굴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곳은 1446년(세종 28년) 동래현령 김시로가 쌓은 석축인 것으로 추정됐다.

성벽과 아래층 성벽으로 추정되는 유구(옛날 토목건축의 출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가

확인됐고, 조선 후기 건물지 1동과 토기·분청사기·백자 등 각종 유물도 출토됐다.

조선 전기 동래읍성 관련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된 것은 당시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사단은 불가피하게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면

성벽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와 공법으로 공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동래구는 문화재 전문가의 입회 아래 공사를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문제는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임에도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동래구는 이곳이 사유 재산이어서 관리에 직접 나서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 당시 건축주의 관리·보존을 전제로 허가가 났으므로 현재 건물주인 입주민들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입주민이, 그것도 사비를 털어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8년 전 내부 백열등이 나가서 구청에 문의했더니 '동래구는 권한이 없다'고 하더니, 4년 전에는 유리면에 금이 가서 고치는 방법을 물어봐도 '함부로 손대면 안 되니 그대로 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 스스로 고치지도 못하게 하면서 책임은 입주민에게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이곳은 지대가 낮아 쉽게 습기가 차서 서둘러 환기 구멍을 통해 습기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와 예산 문제로 행정기관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동래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주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