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다시 나타난 재송동 '수만이 방구돌'
성인 키 배 넘는 마을 옛 명물, 무허가 건물 철거로 모습 드러내
부산 해운대구 재송1동 '수만이 방구돌'. 이 바위는 성인 남성 키의 배가 넘어 옆의 소형 굴착기가 작아 보인다. 김화영 기자 |
세간의 기억에서 잊혔던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수십 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역사적 가치가 이곳에 숨어 있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1동 동부교회 앞.
성인 남성 키의 배를 넘는 진회색 둥근 바위가 마을 어귀에 버티고 서 있었다.
둘레도 두 아름이 넘었다.
이 바위는 오랫동안 한 주민이 부산시 소유의 도랑 부지(인공수로 위의 땅)인 이곳에
1980년대 초부터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담장이 높고 키 큰 나무가 많아 밖에서는 바위를 보는 게 불가능했다.
최근 해운대구는 도로가 좁다는 민원을 해결하려고 이 건물을 철거하면서 바위가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이곳의 가치에 대해 아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구도 정확한 내력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통행을 방해한다고 해서 철거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일단은 보전하고 추후 활용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바위는 오래전부터 '수만이 방구돌'로 불렸다.
이는 2010년 재송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발행한 '우리 고장 숨은 이야기'에 나와 있다.
당시 강말숙(여·82) 씨는 "많은 주민이 불길한 꿈을 꾸거나 우환이 있을 때 음식을 장만해서 빌던 곳"이라며 책에 증언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람들의 절을 받아먹는 바위라고, 여기에 잘못하면 큰 벌을 받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방구돌은 '바위'나 '구들'의 사투리로 추측되지만, 수만이라는 이름은 왜 붙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주영택 원장은 "이 바위는 여느 마을의 당산나무나 서낭당처럼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과거 해운대사를 알 수 있는 자산"이라며
"노인을 상대로 증언 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는 전수조사를 벌이고 내년에 이 바위 근처에 벽화와 표지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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