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올리면 '배스·블루길'뿐…외래어종에 점령당한 낙동강
토종어류 씨 말리고 왕성한 번식, 수매사업 예산 올려도 금새 동나
- 개방된 공간 단순포획 의미 없어
- 환경 고려한 근본 대책 수립해야
"그물을 올리면 80%가 블루길 같은 외래종입니다.
그나마 배스는 요새 좀 뜸한데, 이놈의 블루길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입니다."
박승만 서낙동강어촌계장이 27일 "예전에는 잉어, 붕어가 많이 올라왔는데, 요즘은 블루길과 배스 때문에 다 쫓겨났는지, 찾기가 어렵습니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서낙동강을 점령한 외래어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하지만 외래어종을 퇴치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어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낙동강에서 잡히는 외래어종 대부분은 블루길(파란볼우럭)과 배스(미국농어)다.
블루길과 배스는 집단으로 번식하는 습성이 있으며 번식력이 왕성하다.
이들은 곤충이나 토종 어류의 새끼를 무자비하게 먹어 치우는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으로 꼽힌다.
2013년 강서구가 외래어종 퇴치 사업으로 사들인 블루길과 배스는 총 4466㎏이었다.
다음 해인 2014년 4612㎏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475㎏으로 급증했다.
서낙동강 일대 어민은 강서구가 사들인 양은 지자체의 외래종 퇴치사업 예산 규모에 따라 달라질 뿐이며,
실제로는 서낙동강 일대가 이미 외래종에 점령당했다고 지적했다.
강서구는 올해 3~10월 외래종 퇴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3000만 원(시비 2400만 원, 구비 6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외래어종 퇴치 사업은 낙동강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외래종을 잡아오면 ㎏당 4000원을 주고 지자체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나마 2014년까지 1800만 원에 불과하던 외래종 수매 예산은 지난해부터 3000만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단순 포획으로 인한 퇴치 작업의 효과는 미지수다.
낙동강에서 잡히는 외래종의 양이 너무 많아 예산이 순식간에 동난다.
지난해 서낙동강어촌계 어민 20여 명이 40여 일간 작업을 진행하자 구가 배정한 3000만 원의 예산을 다 써버렸다.
예산이 소진되면 외래어종 수매를 진행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어민은 자기 비용으로 외래종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낙동강은 댐이나 저수지처럼 밀폐된 지역이 아니어서 단순 포획으로 외래어종을 퇴치하기는 힘들다.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 김수환 박사는 "낙동강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포획은 퇴치 효과가 작다"고 설명했다.
김준용 기자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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