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복천동 고분군(국가 사적 273호) 아파트숲에 갇힐 판...

금산금산 2016. 5. 21. 19:33

복천동 고분군(국가 사적 273호) 아파트숲에 갇힐 판





일대 65만9702㎡ 부지에 7~29층 6000세대 건립 추진







- 유적 밀집·발굴 가능성 커
- 문화재청, 허가 6차례 반려
- 지역 문화유산 훼손 우려


국가 사적인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6000세대에 이르는 초고층 대단지 아파트가 둘러싸는
재개발사업이 진행돼 문화유산에 대한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국가 사적 273호
복천동 고분군에서 불과
수십 m 떨어진 일대에
연면적 65만9702㎡ 지상 7~29층, 5914세대 규모의 복산1구역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시공사는 GS건설이며, 현재
부산에서 예정된 재개발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적 인근을 개발하려면 문화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합 측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문화재청에 6차례나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부결됐다.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높이 등이 과다한 아파트의 건축 규모 탓에 역사문화 환경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부결 이유를 달았다.
조합 측은 "조합원 16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문화재청의 지적 사항을 보완해 다시 허가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예정지인 동래로 일원은 복천동 고분군을 비롯해 동래읍성지, 동래부 동헌, 동래향교, 충렬사 등
부산시 지정문화재 13개 등 유적이 밀집된 곳이다.
복산1구역 재개발 건축계획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는 안쪽 복천동 고분군을 둘러싸는 형태에다 바깥 경계 역시
동래읍성, 동래사적공원, 충렬사, 법륜사 등 주요 문화재와 인접해 있다.
이 때문에 "서울로 치면 경복궁 옆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이곳은 부산 역사의 심장부이다. 만약 개발하더라도 10층 이하 중저밀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구역에 포함된 지역은 추가 유적이 발굴될 가능성이 크다.
복천박물관 측은 "1998년 동래로 확장공사 당시 법륜사 구릉 등지에서 삼국시대 분묘 등이 조사됨에 따라 원래 복천동 고분군이 현재의 법륜사 구릉까지 연결되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산대 신경철(고고학과) 교수는 "중국 삼국지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만 전해오던 삼한시대 부산의 소국인 독로국의 실체를 비롯해 1~3세기 한반도 남부 고대사를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가 묻혀 있는 것으로 보여 사적 경계 구역을 확대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야 고분군과 연계해 볼 때도 복천동 고분군의 문화재 가치는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가 유적 그 자체뿐만 아니라 유적의 경관도 문화재 개념으로 바라보는데, 이런 식으로 경관이 훼손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확대 지정될 가능성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