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볼일 보고 돈 벌고…" 이색 화장실 등장

금산금산 2016. 5. 31. 22:34

"볼일 보고 돈 벌고…" 이색 화장실 등장




▲ 인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울산과학기술원의 연구시설인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Science Walden Pavillion)'과 내부에 있는 실험 화장실(원 내 사진). 울산과기원 제공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는 것도 이제 돈으로 돌려 드립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조재원(53) 교수 연구진이 25일 인분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Science Walden Pavillion)을 공개했다. 


 
UNIST 조재원 교수 연구진
인분을 분말 가루로 만들어
에너지원 생산 실험실 공개
양에 따라 돈 지급 앱도 개발

 


사이언스 월드 파빌리온은 총 122.25㎡ 부지에 2층 규모로 건립한 육각형 형태의 야외 실험실이다.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 내·외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주요 연구시설은 '윤동주 화장실'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로 구분된다.

'윤동주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과 달리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한 건조기와 분쇄 장치 등을 이용해

인분을 가루로 바꾼다.

인분 분말은 다시 미생물 반응조를 거쳐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메탄가스는 실험실 난방과 온수 공급에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는 미세조류 배양에 쓰인다.

미세조류는 다시 바이오디젤로 전환해 차량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인분을 이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7~8일 정도가 걸린다.

버려지는 인분을 사용하는 까닭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의미에서 시인 윤동주의 이름을 화장실에 붙였다.



조 교수의 최종 목표는 '똥본위 화폐'를 사용하는 과학기술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인분 분말의 분량에 따라 가상 화폐인 '똥본위 화폐'를 지급해 실제 돈처럼 쓴다는 내용이다.

화장실에서 많이 볼일을 볼수록 그 대가로 돈을 번다는 기상천외한 방식이다.  

이미 인분 가루 무게에 따라 화폐를 지급하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사람 1명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인분 200g을 가상 화폐로 환산하면 3천 원어치나 된다.

울산과기원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윤동주 화장실'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의자처럼 편리하게 디자인한

미래 변기도 제시했다.

또 이 화장실에서 만든 퇴비로 보리를 길러내는 '황금보리'라는 조형물도 전시했다.

이 보리 새순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똥본위 화폐'로만 살 수 있다.

조 교수는 "파빌리온은 단순히 수세식 화장실의 물을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장 건설비와 운영비를 절감하고 에너지까지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기원은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험실을 일반에 개방하기로 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