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갑장산’

금산금산 2016. 6. 3. 14:19

상주 '갑장산'





암릉의 미와 빼어난 조망 발은 피곤해도 눈은 호강

상주 '상산 삼악' 중 최고 봉우리

백두대간 마루금·낙동강 한눈에

상사·백길바위 아찔한 위용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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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지자체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산이 있다.

    부산의 금정산을 비롯해 마산 무학산, 의령 자굴산, 함안 여항산, 구미 금오산, 김천 황악산, 의성 금성산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이다.
    이들 산은 대개 그 지역의 북쪽에 떡하니 자리잡아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진산(鎭山)
    또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앞쪽의 안산(案山)이다.


    갑장산(甲長山)은 경상도의 큰 고을 상주의 안산이다.

    예부터 상주에는 '상산(商山) 삼악(三岳)'이라 하여
    연악(淵岳) 갑장산(806m), 노악(露岳) 노음산(726m), 석악(石岳) 천봉산(435m)이 있다.
    물론 으뜸은 최고봉인 갑장산.
    상산은 상낙(上洛)과 마찬가지로 상주의 옛 이름.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낙동은 상낙의 동쪽이라는 의미이다.


    본래 이름은 연악산이었다.
    갑장사로 변한 데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
    하나는 고려 충렬왕이 상주 승장사에서 쉬다가 바라본 연악산이 너무 아름다워 '영남의 으뜸산'이라 불러
    갑장산이라 명명됐고, 또 하나는 갑장사라는 절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상사(相思)바위에서 갑장사 주지 혜안 스님이 산행팀에게 주변 경관을 설명하고 있다. 스님의 손끝이 가리키는 산이 김천 황악산과 백두대간 능선이다. 발아래 왼쪽 능선이 이후 하산길이다. 상사바위는 갑장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다.



    '상주의 불교문화 유적'의 저자인 상주대학교 권태을 명예교수는 "실제로 승장사 터로 추정되는 갑장사의 동북쪽인 지금의 승장계곡(폭포)쪽에서 바라보는 갑장산의 자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갑장산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충북 영동의 천태산과 흡사하다.

    기껏 걸어봐야 3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독립봉우리인 단산(單山)인데다 암릉이나 암봉에서의 환상적인 조망이 무척 빼어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산행이라는 점도 그렇다.
    아직은 초록을 머금은 너른 평야와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마루금, 그리고 영남의 젖줄인 굽이치는
    낙동강의 물줄기는 이번 산행의 최고 볼거리이다.


       
    너무 높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백길바위.
    산행은 상주시 지천동 용흥사 주차장~잇단 전망대~문필봉~용지터 약수샘~갑장사~갑장산 정상~백길바위~나옹바위~시루봉~잇단 석문~전망대~용흥사~주차장 순의 시계방향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외길이라 아주 쉽다. 등산안내도 옆으로 난 갑장사행 포장로로 가지 말고 그 왼쪽 연악산 쉼터쪽 계단으로 오르면 왼쪽에 산길이 보인다.
    들머리다.
    '정상 3.7㎞'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30분 정도는 땀깨나 흘려야 되는 된비알의 연속.
    이후론 산허리를 돌거나 부담없이 오르내리는 오솔길이다.
    들머리에서 48분쯤 뒤 첫 전망대.
    7분 뒤 만나는 두 번째 전망대의 시야가 더 넓다.
    푸른 들녘 뒤로 11시 방향 팔공산 우측으로 구미 금오산,
    삼도봉과 민주지산, 김천 황악산(3시 방향)이 확인된다.
    발아래엔 용흥사.


    여기서 16분 뒤 갈림길.
    왼쪽으론 뾰족한 바위 세 개가 붓처럼 한데 모여 암봉을 이루고 있다.
    문필봉이다.
    문운(文運)을 응축한 영봉(靈峰)이다.
    이 봉우리의 정기로 상주에 큰 선비가 많이 배출돼 예부터 이 산 일대를 장원향(壯元鄕)이라 불렀다 한다.
    정면으로 상주 시내가, 채석장 뒤로 속리산이, 그리고 그 옆으로 '한 일(一)' 자로 펼쳐지는 마루금이
    백두대간이다.

    문필봉과 관련, 권 명예교수는 "주차장 입구 등산안내도를 비롯한 모든 등산지도에 문필봉이 상산이라 표기돼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상산은 문필봉 서쪽에 위치한 조그만 봉우리로 등산로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산길.
    발밑에는 마타리 며느리밥풀꽃 원추리 모싯대 잔대 등 야생화가 눈길을 붙잡는다.

    20분쯤 뒤 갈림길.
    '정상 0.6㎞'라고 적힌 지점 왼쪽 100m쯤 거리에 용지터 약수샘이 있다.
    물줄기가 약하다.
    주변은 물봉선 군락지.
    이곳에서 정상 가는 길이 있지만 갑장사를 둘러보기 위해 되돌아간다.
    곧 0.4㎞ 남았다는 지점에서 오른쪽 갑장사로 간다.


    5분이면 닿는다.
    절로 가기 전 우측 간이운동시설이 놓인 송림으로 간다.
    맨 끝 지점이 상사(相思)바위.
    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가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실제로 발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
    갑장산 일대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다.

    또 한가지.
    상사바위 약간 못미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목 사이로 문필봉이 보이니 꼭 확인하자.


       
      갑장사 본전에서 정면으론 갑장산 정상과 시루봉 등
      향후 올라야 할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지 혜안 스님은 "갑장산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형상"이라며  "상사바위를 포함한 절터가 여의주, 정면의 주능선이 등줄, 산행 날머리인 용흥사가 꼬리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안테나가 서 있는 정상 바로 우측을 자세히 보면 거북형상이 있는데 머리부분이 시루봉"이라고 덧붙였다.
      갑장사 우측의 샘물(지금은 간이 건물 안에 있음)
                                                            또한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절에서 다시 출발, 이제 정상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닿는다.
    15분쯤 걸린다.
    산불초소와 중계시설이 있어 약간 어수선하지만 조망은 빼어나다.
    동쪽으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내달리고 그 뒤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방향으로 월악산이 확인된다.
    용흥사(3.2㎞) 방향으로 직진한다.
    낙동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등로 왼쪽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


    10분 뒤 갑장산이 자랑하는 암릉구간이 본격 시작된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갑장산 5번 119구조요청' 팻말이 보이는 지점의 정면이 백길바위.
    너무 높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바위는 광주리를 만들어 팔던 백정이 수도하여 득도했다고 백정암으로도 불린다.
    바로 아래에는 떡을 포개놓은 듯한 모양을 한 시루봉이 확인된다.
    백길바위 왼쪽에는 나옹 화상이 수도했다는, 얇은 슬랩이 층층이 쌓여있는 나옹바위가 갑장산의 위엄을
    더해준다.

    백길바위에서 왼쪽으로 돌아 50m쯤 되는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역시 밧줄이 매어져 있는 시루봉 옆 벼랑길을
    조심스레 지나간다.
    이곳만 통과하면 위험구간은 사실상 끝.

    너른 터를 지나 왼쪽 전망대에 서면 방금 거쳐온 백길바위와 시루봉, 나옹바위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후 등로 양편에 집채만한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석문(남석문)을 지나면서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편안하다.
    이따금 우측 전망대에서 방금 지나온 갑장사와 암릉을 되돌아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45분.
    잇단 무덤을 지나면 갈림길.
    용흥사를 구경하려면 우측길로 간 후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5분 걸린다.



       
    갑장산 정상에 서면 낙동강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 떠나기전에
    # 천년고찰 갑장사, 나옹 화상·진묵 대사 등 고승 배출

    갑장사(사진)를 고려 공민왕 때의 왕사이자 선종의 대가인 나옹 화상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스님은 그 유명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라는
     명시를 남긴 인물이다.

    권태을 상주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18세기말 연파 섭정 스님이 쓴 갑장사 중수기에 나오는 '천여성상(千餘星霜)'이란 문구를 토대로 나옹 화상의 창건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 후 "한발 양보해 중창(重創)했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갑장사는 고승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 말 나옹 화상, 조선 중기의 진묵 대사, 연파 섭정 대사가 수도했고 근세에는 해인사 폭포에서 좌탈한
     금봉 스님이 있다.
    보물 제1374호 삼불회괘불탱으로 유명한 날머리의 용흥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 도량. 재래식 메주로 직접
    만든 장맛이 일품이다.
     된장 청국장은 판매도 한다.

    산행팀은 이번 산행에서 연악산(淵岳山)의 유래가 됐다는 구룡연(九龍淵)을 찾지 못했다.
    갑장사의 동북쪽, 다시말해 절 뒤 사거리에서 웃승장 방향으로 50m 거리에 있다고 한다.


       
    샘과 관련, 갑장산에는 세 개의 샘이 있다고 한다.
    갑장사 경내의 석천(石泉)과 용지터 샘터, 그리고 구룡연이다.
    옛날 갑장산에는 이무기 9마리가 용이 될 날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정작 이 세 개의 샘밖에 없어 결국 세 마리만 이 샘을 통해 승천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이 세 개의 샘은 용천(龍泉)이라 불린다.

    맛 집 한 곳 소개한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연악산 쉼터(054-533-7184).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재영(56) 김의선(53) 씨 부부가 직접 운영한다.
    상주가 고향인 두 사람은 전국에서 갑장산을 찾는 산꾼들이 많지만
    정작 그들을 위한 식당이 산 주변에 한 군데도 없어 11년 전에
    문을 열었다.


    주 메뉴는 칼국수 부침 도토리묵 두부 수육 닭도리탕.
    우리밀만을 사용해 직접 반죽하고 일일이 칼로 썰어 만든 칼국수는 맛이 일품이다.
    밑반찬과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야채는 모두 직접 재배한 유기농 제품이다.

     



    # 교통편
    # 부산서 상주행 시외버스 하루 2회 2시간40분 소요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상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50분, 11시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소요,
    여기서 갑장산행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갑장산 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9시10분, 11시55분. 
    갑장산 주차장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35분, 오후 4시55분(막차)에 있다.
    상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55분, 6시18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구TG~경부고속도로~(김천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IC~보은 상주 25번 국도 우회전~시청 경찰서 상주대학 좌회전~시청 경찰서 우회전 후 다리 건너~시청 경찰서 좌회전~청주 보은~상주경찰서 지나~보은 교육청 직진~대구 김천 3번 국도 좌회전~김천 상주대학 직진~거창 김천~상주남부초등 갑장사 용흥사 갑장산 좌회전~주차장 순.



    글·사진 = 기자 hung@











    상주 '갑장산'

     

     

     

     

    '청산은 나보고 말 없이 살라 하네' 나옹화상의 詩 귓가에…

     

     

     

    ▲ 갑장산 정상에 섰다. 저 멀리 영남의 젖줄 낙동강 뒤로 낙동정맥에서 불거진 갈라지맥의 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발아래 보이는 마을은 낙동면 비룡리. 다랭이논들이 잘 맞춘 퍼즐처럼 질서 있게 자리 잡았다.

     

     

     

     

    '상낙(上洛)'은 이 도시의 옛 이름이다.

    상낙의 동쪽에 흐르는 강.

    그래서 낙동강이다.

    구한말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위암 장지연, 해학과 구수한 입담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설가 성석제의 고향이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부드럽게 사행하면서 너른 들을 빚은 곳이 경북 상주다.

    서쪽으로 백두대간이 감싸고 남쪽의 기양지맥과 북쪽의 숭덕지맥이 버티고 있다.

    연악(淵岳) 갑장산(805.7m), 노악(露岳) 노음산(725m), 석악(石岳) 천봉산(436m)의 '삼악'이

    상주의 대표 산이다.


    이중에서 갑장산(甲長山)은 상주의 안산(案山)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상주의 남녘에서 상주를 안은 형상이다.

    산 이름은 두 가지 설에서 유래한다.

    고려 충렬왕이 이 산을 보고 '영남 제일의 산'이라고 추켜세워서 갑장산이 됐다는 설과

    갑장사가 있어 갑장산이 됐다는 설이다.


    산은 두말할 나위 없는 육산이지만 정상 주변의 암릉과 나옹·백길바위, 시루봉 등 기이한 바위들이 좋다.

    너른 들 가운데 있는 독산이라 조망미도 훌륭하다.

    만산홍엽의 계절에 찾는다면 눈이 호사할 포인트가 지천이다.

    등로는 용흥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상산과 문필봉을 지나 갑장사~쉼터 전망대~정상으로 간다.

    시루봉을 스쳐 용흥사를 통과해 원점으로 돌아온다.

    된비알은 거의 없는 편이다.

    숲이 좋아 걷는 재미가 오롯한 길이 많다.

    산행거리 약 9.3㎞, 산행시간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남쪽에서 상주를 품에 안은 案山

    갑장사·상사바위엔 오랜 전설

    나옹바위·시루봉 등 기이한 암릉

    정상선 팔공산·낙동강 등 조망

     

     



    기점인 용흥사 주차장에서 연악산식당 쪽으로 간다.

    식당 옆문 앞에 있는 등산로가 들머리이다.

    이정표가 있다.


    자갈길을 밟는다.

    심호흡을 했더니 솔향이 그윽하다.

    길은 조금씩 경사가 느껴지지만 그리 야박한 비탈은 아니다.

    예리한 능선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걷는다.

    길이 푹신푹신하다.


    쉼터를 지나 30분쯤 가자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가을이 어느새 산자락으로 스며들었는지, 제법 바람이 서늘하다.

    폭염의 계절에 '알탕'을 위해 반바지를 준비했다면, 요즘에는 반드시 바람막이용 재킷을 챙겨야 한다.

    전망대에서 이정표를 따라 25분가량 더 오르면 암봉이 나온다.

    상산(694m)이다.

    별다른 표석은 없다.

    북쪽으로 상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론 멀리 백두대간의 두터운 마루금이 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속리산과 청화산, 대야산, 황학산, 희양산이 마루금을 잇고 있다.


    상산에서 10분 남짓 가면 문필봉(695m)에 다다른다.

     상주의 선비와 문인들에게 정기를 준다는 신성한 봉우리다.

    조망은 나무 탓에 좋지 않다.

    문필봉에서 130m가량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2분 정도 거리에 용지샘터가 있다.

    전설엔 이 샘에서 살던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명당이라며 밀장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상주 전역이 가물어 이 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갑장산은 구룡연이 있었다 해서 연악산으로도 부르는데, 이곳을 구룡연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지금은 샘물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나온다.

    마셔도 된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 나와 갑장사 쪽으로 우회전한다.

    7분 정도 나무터널을 지나치면 솔 그늘이 넓은 바위가 나온다.

    높이 100m가량의 상사바위다.

     

    두 가지 전설이 있다.

    젊은 스님이 애인을 두고 갑장산으로 수도하러 들어왔다.

    남은 여인은 죽었고 구렁이로 환생했다.

    한을 품은 구렁이가 이 산에 찾아와 '같이 살자'며 스님의 몸을 칭칭 감았다.

    스님이 불경을 외우자 도망치던 구렁이가 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다른 전설은 갑장사에 한 미남 스님이 있었는데 젊은 비구니가 그를 흠모했다.

    세월이 흘러 스님은 절을 떠나야 했고, 이룰 수 없는 연정을 슬퍼하던 비구니가 스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틋함을 바위는 알까? 바위는 대답 없이 무심하게 서 있다.



    상사바위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갑장사가 있다.

    고려 말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절이다.

    여러 차례 불이 나서 원래 대웅전은 사라졌다.

    나옹화상의 흔적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법당 오른쪽 임시 건물에 약수터가 있다.

    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절을 나오면서 나옹화상의 시가 떠올랐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이 그리던 그 청산이 갑장산이었을까?



    절 입구에서 오른쪽 언덕을 돌아 이정표에 닿는다.

    5분쯤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잠시 뒤 쉼터 전망대가 나온다.

    시멘트로 만든 현대식 누각이다.

    유리벽으로 바람을 막았다.

    백두대간 덕유산 일대와 수도지맥, 진양기맥의 멧부리들이 어슴푸레하다.


    전망대에서 4분쯤 가면 갑장산 정상이다.

    '상주의 영봉'을 새긴 정상 표석이 있다.

    정상에선 갑장산 동쪽 조망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낙동강이 눈에 밟힌다.

    멀리 대구 팔공산과 구미 금오산의 산등성이가 또렷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130여m 내려서면 돌탑이 나온다.

    돌탑에서 조금 더 가면 백길바위다.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끝이 안 보인다는 바위다.

    백길바위에서 1분쯤 더 가면 사다리꼴 모양의 나옹바위가 서 있다.

    나옹이 좌선했다는 곳이다.

    바위 아래에 매달린 밧줄을 타고 내려가거나 우회하면 된다.


    잘록이를 지나 5분쯤 오르면 시루봉(777m)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떡 시루를 포개놓은 모양의 암봉이다.

    금정산 금샘처럼 암봉에 홈이 파여 있다.

    시루봉에서 내려와 석문(일명 바람문)과 전망대를 지나면 용흥사, 낙동·용포 방향 이정표가 있다.

    용흥사 방면으로 하산한다.

    외길로 40분 정도 가면 용흥사에 닿는다.

    나옹화상이 이 절의 극락보전을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극락보전 안에 높이 10.03m, 폭 6.2m짜리의 보물 제1374호인 '삼불회괘불탱'이 보관돼 있다.

    용흥사에서 포장 임도를 따라 5분 정도 내려오면 주차장이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상주 갑장산 '산행지도'

     

     

     

                                        

     

     

     

     

     

     

    상주 갑장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운전이 편리하겠다.

    대구·부산고속도로 동대구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우회전해 진입한다.

     남상주JC에서 당진상주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남상주IC에서 빠진다.

    거창·김천 방면 3번 국도를 타고 3.4㎞쯤 달리다 지천동 상주남부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6㎞가량 더 주행하면 용흥사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에는 갑장사용흥사로 검색한다.

    대중교통은 부산 금정구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상주시외버스터미널(054-534-9002)로 가는 버스를 탄다.

    오전엔 8시 40분, 9시 40분, 11시 세 편뿐이다.

    소요시간 2시간 30분.

    상주터미널에서는 30~4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청리행 시내버스를 타고 지천동 상주남부초등학교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20분.

    남부초등교에서 용흥사 주차장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상주터미널에서 용흥사 주차장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오전엔 9시 10분, 11시 55분 두 편뿐이다.

    소요시간 25분. 


    산행 뒤에는 남부초등교까지 걸어 나가 시내버스(막차 오후 8시 20분)를 타고 상주터미널로 간다.

    용흥사 주차장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0분 한 대뿐이다.


    음 식 점

    기점인 주차장 옆의 '연악산식당'(054-533-7184)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 밀로 반죽해 끓인 칼국수가 맛있다.

    밥과 쌈을 공짜로 준다.

    도토리묵, 파전(8천 원), 돼지수육도 있다.

    서너 명 이상이면 닭볶음탕도 괜찮다.

    이 집에서 쓰는 채소는 주인이 직접 기른 것이다.


    남부초등교에서 3.8㎞쯤 떨어진 '지천식당'(054-532-1715)도 잘 알려진 맛집이다.

    우리 밀 칼국수와 돼지 양념 석쇠구이가 유명하다.

    벌꿀의 프로폴리스 성분이 섞인 동동주도 판다.

    전대식 기자

     

     

     

     

    ▲ 산행 기점(종점)인 용흥사 주차장. 보이는 하루 세 번 운행하는 시내버스.



    ▲ 기점 옆에 있는 연악산식당. 연악산은 갑장산의 옛 이름.



    ▲ 상산까지 이런 숲길이 계속된다. 걷는 재미가 좋다.

     

     

     

    ▲ 숲길은 칼날 능선이 이어진다.



    ▲ 문필봉 조망은 별로다.



    ▲ 상사바위에 선 전준배 대장. 아, 이루지 못할 사랑의 가혹함이여.

     

    ▲ 천년고찰? 인지 아닌지 추정만 무성한 갑장사. 나옹화상이 지었다고 하는데, 흔적은 제로. 지금 건물도 불이 나서 최근에 중창한 것.



    ▲ 여기가 구룡연일까? 논란이 분분한 용지샘터.

     

    ▲ 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 갑장산 표석. 산 기운이 상주 선비, 문인을 살찌운다.



    ▲ 정상에서 바라본 낙동강. 내려다 보이는 마을은 낙동면 일대.

     

     

    ▲ 나옹화상이 참선했다는 나옹바위. 헌데 암봉이 날카로워서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을까 라는 범인의 생각.



    ▲ 나옹바위에 있는 밧줄. 우회로도 있다.



    ▲ 시루봉에서 본 나옹바위와 백길바위(가운데에서 오른쪽). 백길바위 위에서는 몰랐는데 여기서 보니 그 높이가 으스스하다.

     

    ▲ 바람문으로 불리는 석문. 날이 더워서인지 이 날은 바람이 드물었다.



    ▲ 하산하면서 바라보는 갑장사와 상사바위.


     

    ▲ 주차장 주변에 근사한 화장실이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곳이다.

     

     

     

     

     

     

     

    경북 상주 '갑장산'

     

     

    번뇌도 털고 욕심도 버리고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경북 상주시 지천동과 낙동면 비룡리의 경계에 우뚝 솟아 하늘금을 긋고 있는 갑장산(806m)

    나옹화상을 생각게 하는 산이다.

    고려 말 공민왕 때 선종의 고승인 나옹은 문학적인 소질도 뛰어나 위와 같이 심금을 울려주는 시를 지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인'서왕가'를 남겼던 인물이다.

    갑장산은 바로 그 나옹이 창건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갑장사와 극락보전을 불사했다는

    용흥사의 두 고찰을 자락에 품고 있다.

    절은 소실되었거나 중수가 거듭돼 옛 모습을 잃었지만 가람 곳곳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유적으로 미뤄 예사롭지 않은 전통이 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갑장산은 비단 나옹의 흔적만 오롯하지 않다.

    경상도의 큰 고을 상주를 대표하는 삼악(三岳)의 으뜸이자 안산(案山)으로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마르지 않은 샘터인 구룡연에서 연악(淵岳)이라 이름 붙은 갑장산을 비롯,

    노악(露岳) 노음산(725m),석악(石岳) 천봉산(436m)이 삼악의 주체들이다.

    안산은 말 그대로 상주지방의 들머리를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갑장산은 또 산 자체의 아름다움도 빼어났다.

    연꽃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산봉우리의 파노라마는 말할 것 없고 정상 부근 암봉들의 수려한 모습이

    산행자들의 눈길을 오랫동안 빼앗아 놓는다.

    특히 백길바위,나옹바위시루봉의 아름다움은 갑장산 최고의 절승이다.

    바람 불면 떨어질까 눈동자조차 제대로 못 돌리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이들 바위와 봉우리의 특징이다.

    오죽했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까마득하다고 했을까. 천야만야가 실감으로 생생한 곳이다.

    갑장산은 상주시내에서 가까워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산행로는 갑장사,와목,굴티,종주 등 크게 6가지 코스로 나눠진다.

    그중 일반적인 코스가 갑장사행과 종주행 2가지이다.

    하지만 이들 산행로는 기점이 같기 때문에 산행 당일의 형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산행 출발점은 용흥사 입구 주차장이다.

    갑장사로 오를 경우 주차장 매점 왼쪽에 위치한 연악산식당 앞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르고,

    종주를 하고 싶다면 주차장 매점과 맞닿아 있는 용흥사 쪽 진입로를 들머리로 하면 된다.

    고스락까지 소요시간은 갑장사의 경우 1시간50분. 종주코스는 2시간30분쯤 걸린다(원점회귀 하산까지 고려하면 4시간 정도).

    종주코스는 용흥사 쪽 진입로를 따라 20m쯤 올라가면 왼쪽 갈림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기독교대학선교회로 가는 길이다.

    들머리는 여기서 30m쯤 더 올라가면 작은 연못 맞은 편 산자락으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그곳을 통과해 절 앞 공터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가는 쪽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산행로는 지능선 상에서 곧바로 만난다.

    용흥사 들머리에서 와목 삼거리까지는 제법 땀을 흘려야 하는 가파른 비탈길이다.

    시간도 50분쯤 걸려 종주코스 중 가장 힘들게 오르는 구간이다.

    하지만 와목 삼거리에 닿으면 그 다음 구간은 비교적 평탄하게 진행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면 석문 형태의 바람문을 통과하게 된다.

    갑장산의 매력은 그 바람문들을 지나자마자 깎아지른 벼랑으로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갑장산 정상까지는 암봉과 암릉이 반복해서 이어지는 구간이다.

    떡을 얹혀놓은 모양의 시루봉와 슬랩을 이루고 있는 나옹바위,그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백길바위가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장벽처럼 솟아 있다.

    등로는 날등을 타고 가거나 우회할 수 있지만 별다른 안전시설이 없어 조심해서 진행해야 한다.

    정상은 케언을 지나면 곧바로 만난다.

    경방초소와 중계시설이 들어서 있어 조금 산만하게 보이지만 그곳에서의 전망은 한치의 막힘이 없다.

    북쪽으로는 희양,백화,조령산이 월악산과 함께 시원하게 펼쳐져 있으며 남쪽으로는 팔공,금오,가야산이

    능파를 이루며 아스라이 솟아 있다.

    특히 낙동강 푸른 물결로 이어지는 동쪽의 조망은 황홀함 그 자체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수십개의 지천을 모아 강으로의 탈바꿈이 비로소 완성되는 곳이다.

    낙동이 상주의 옛이름 낙양의 동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

    하산은 연악의 기원이 된 구룡연과 천년고찰인 갑장사를 둘러보고 문필봉(695m),상산(694m)을 거쳐

    산행 기점인 연악산식당 뒤로 내려서면 된다.

    등로도 뚜렷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하지만 길 중간중간 다른 코스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잦아 부근 지형을 잘 살펴봐야 한다.

    상산에서의 등로는 왼쪽 길을 따라 급비탈로 내려선다.

    아름드리 크기의 소나무가 짙은 솔향으로 반겨주는 그곳을 지나면 갑장산에서의 산행 기억은

    향긋한 솔향과 함께 추억으로 접어들게 된다.

    고스락에서 연악산식당까지 순수 워킹시간은 1시간10분쯤 걸린다.


    글·사진=진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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