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활엽수 사이로 눈 쌓인 능선… 제주의 지붕은 아직도 설국
겨울 산행의 묘미는 눈 쌓인 등산로를 푹신푹신 걷는 데 있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후두두 털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봄 산행이라고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막바지에 이른 겨울 산행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을 찾았다.
성판악 코스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가 관음사 코스로 내려왔다.
부산은행 차세대 지도자 그룹인 '알파리더 원정대' 30여 명이 산행을 함께했다.
장갑, 털모자, 방한복, 아이젠, 스틱 등의 장비는 필수다.
3월의 제주도가 벌써 봄을 맞이하고 있을 때 한라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등선은 백발노인처럼 흰 눈을 이고 있었다.
품을 파고들자 나무들이 거의 다 헐벗고 있었고, 날씨도 초겨울이라 하면 딱 좋았다.
아직 눈 녹지 않은 등산로
겨울산행 여운 즐길 수 있어
성판악 코스 가장 평탄하지만
속밭대피소 이후 곳곳 급경사
눈 속에 펼쳐진 백록담
하산길 관음사 코스도 장관
요즘 한라산 등반길은 정상을 다녀올 수 있는 성판악 코스(9.6㎞), 관음사 코스(8.7㎞)가 있다.
어리목 코스(4.7㎞), 영실 코스(3.7㎞)는 해발 1,700m의 윗세오름까지만 갈 수 있다.
이번 산행의 경로는 성판악 주차장~사라오름 갈림길~진달래밭 대피소~백록담~삼각봉 대피소~관음사 휴게소를 거쳤다.
총 18.3㎞로 '쉬멍놀멍' 가다보니 9시간 40분이 걸렸다.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을 오르는 길 중 가장 평탄한 길이다.
하지만 백록담 정상까지 거리는 9.6㎞로 가장 길다.
정상을 앞둔 진달래밭 대피소를 낮 12시 30분까지 통과해야 정상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등산을 시작해야 한다.
등반은 성널오름에서 약 2㎞ 떨어진 성판악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해발 750m에 위치한 성판악 주차장은 한라산을 횡단하는 516도로의 중간 지점에 있다.
듣던 대로 등산로는 평탄하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녹다 얼다를 반복한 눈길을 따라 출발했다.
등산로를 벗어나면 아직까지 1~2m씩 눈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원래 성판악(城板岳)은 한라산 동쪽 사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널오름을 일컫는 한자 표기다.
성널오름의 수직 암벽이 널빤지를 쌓아 만든 성벽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널'로 불렸고,
한자로는 성판(城板)으로 표기됐다.
들머리에서 약 3㎞ 지점에 이르자 굴거리나무가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반면 꽝꽝나무는 눈 속에서도 꼿꼿했다.
500m가량을 더 전진하자 갑자기 푸른 기운이 훅하고 엄습한다.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으로 제주 전 지역에 심었다는 삼나무 숲이다.
바늘처럼 뾰족한 푸른색 잎이 흰 눈과 대비돼 더욱 청량하다.
삼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10분을 채 못 걸었는데 속밭 대피소가 나온다.
산행 들머리로부터 4.1㎞ 떨어진 해발 1,140m 지점인데 1시간 30여 분 만에 도착했다.
그 만큼 등산로가 평탄했다는 증거일 터.
하지만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본격 등반을 각오해야 한다.
진달래꽃 대피소까지 화장실이 없으므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다.
속밭 대피소에서 1.7㎞ 구간은 경사가 있는 등산로다.
곧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길이므로 직진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제법 급경사 길이다.
숲에 가려진 깔딱고개도 넘어야 한다.
진짜 숨이 넘어갈 듯 힘들다. 벌써 정상을 다녀온 하산객들이 "5분만 가면 진달래꽃 대피소"라며
뻔한 거짓말로 격려한다.
40분가량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이면서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온다.
해발 1,540m.
모이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구름 사이로 한라산 정상이 드러나 보인다.
옛날 이곳에는 털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지금은 조릿대만 눈에 띄는 정도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비닐 속에 물만 부으면 발열제가 물을 끓이고 쌀을 익히는 전투식량이다.
생존을 위해 개발됐으니 맛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부 속없는 주부 사원들은 '현대 첨단 기술의 총아', '집에서도 해먹어야겠다'며 호들갑이다.
맞벌이 하면서 살림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떠나 해발 1,700m 지점에 들어서니 구상나무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서 백 년, 죽어서 백 년'이라는 구상나무들이 눈을 뒤집어 쓴 채 설국을 만들었다.
맑은 날에는 여기서 한라산 동부지역의 오름 군락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오르니 마지막 쉼터 난간이 있는 해발 1,800m 지점.
정상이 코앞이다.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정상을 앞둔 지점이라 경사가 심하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발이 더 무거워진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잠시 뒤를 돌아보니, 한라산을 도넛처럼 둘러싼 구름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만을 목표로 무작정 걷기만 하던 토끼 같은 등산객들은 이 풍광을 놓쳤음에 틀림없다.
백록담으로 향하는 마지막 경사면을 타고 오른다.
정상이 코앞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느릿느릿 10여 분을 걸어, 드디어 백록담에 닿았다.
해발 1,950m.
흰사슴을 탄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전설답게 백록담은 눈을 뒤집어쓰고 좌우로 펼쳐졌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 능선 둘레만 대략 1.7㎞, 화구호의 깊이 110m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령스러운 곳이라 하여 영주산(瀛州山)이라고도 불렸던 한라산,
제주의 모든 전설을 머금고 있는 백록담 너머 장구목과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물 나게 아름답다.
등반길이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평탄한 길이었다면 관음사 코스를 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은 험하다.
한라산 등반로 중 가장 먼저 개발된 관음사 코스는 삼각봉은 물론 눈이 녹지 않은
한라산 북사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산봉우리와 골짜기가 교차하는 하산 길의 풍광은 백록담을 떠나는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장구목을 스쳐지나 헬리콥터장을 지나고 옛 용진각 대피소까지 아주 가파른 절벽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이 구간이 관음사 등반코스 가운데서 겨울철 가장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양쪽 밧줄을 잡고 아이젠을 찼다고 하더라도 미끄러지기 일쑤다.
옛 용진각 대피소에서 왼편으로 바라보면 마치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바위들이 펼쳐진다. 왕관릉이다.
이곳은 누구를 세워, 어느 방면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된다.
용진각 대피소 앞 현수교에서 15분가량을 전진하면 삼각봉 대피소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대피소 지붕 뒤로 솟은 봉우리가 말 그대로 삼각형이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관음사 코스 종착점인 휴게소까지 대략 2시간가량 걸린다.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짜야 한다.
다행인 것은 여기서부터는 길이 평탄하다는 점이다.
9시간 넘는 산행에 지친 부산은행 알파리더들은 하산 후 뜻밖의 진객을 만났다.
부산은행 이장호 회장이 격려차 제주도까지 깜짝 방문한 것이다.
지쳤던 직원들은 금새 생기를 회복했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제주 한라산 '산행지도'
제주 한라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한라산 정상을 등반하려면 늦어도 오전 9시 30분에는 성판악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당일 산행을 계획한다면 넉넉잡아 오전 8시 30분까지는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에어부산은 오전 6시 50분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7시 40분 제주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해 8시 25분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성판악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렌터카는 불편하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일단 택시를 타고 제주종합터미널(064-753-1153)로 간다.
5분 정도 걸린다.
제주종합터미널에서 516도로 노선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리면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는 오전 6시부터 10~15분 간격으로 운행돤다.
산행 종점인 관음사 휴게소에서는 노선버스가 없다.
콜택시(제주 VIP콜 택시·064-713-8259)를 타는 수밖에 없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후 5시 15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마지막 비행기는 오후 10시 55분에 제주를 출발한다.
음 식 점
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064-713-4444·제주시 용담3동 2359의 2) 식당에서
제주도 음식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 돼 더욱 유명한 이 식당에서
생선회, 전복회, 갈치회와 돔베고기, 전복구이,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등 다양한 제주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제주의 풍성한 맛을 모두 음미하고 싶다면 코스요리를 시키면 된다.
맛은 입구에 걸린 이승기의 표정이 보장한다.
박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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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 정상에서 북쪽인 관음사 방 향으로 하산하다 만나는 왕관릉. 암 봉이 이름처럼 왕관을 쏙 빼닮았다. |
한라산(漢拏山·1,950m)이란 이름은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다’(雲漢可拏引也)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
그만큼 산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은 그 높이에 비해 오르내리는 일이 의외로 수월하다.
산행 기점이 대부분 해발 620~1,280m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이 쾌적한 날씨에는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한라산 등반 길에 나서다 보면 평상복에 운동화를 신은
산꾼 아닌 산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산꾼들에게 한라산은 겨울 산행지.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는 그동안 겨울철 적설기간(통상 11월부터
다음해 2월)만 한시적으로 백록담 정상을 개방해왔고 나머지 기간에는
7, 8부 능선까지로 산행을 제한해 산꾼들은 겨울에만 한라산을 찾았다.
이른바 눈꽃산행이란 이름으로.
하지만 오랜 기간 실시해온 자연휴식년제와 등산로 복구작업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올 3월부터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에 한해 정상까지 개방, 이젠 한라산의 사계절을 볼 수 있게 됐다.
동행한 한 산꾼은 “눈덮인 한라산만 두 번 올라 산세를 정확히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산행으로 그 궁금증이 해소됐다”며 “용진각대피소 주변 산세와 울긋불긋한 단풍, 이끼 낀 탐라계곡의 수려함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팀은 길이 평탄한 성판악으로 올라 한라산 북면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는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현재로선 두 코스를 연계해 백록담에 오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산행은 성판악매표소~사라악약수터~사라대피소~진달래밭대피소~한라산 동능 정상~왕관릉
~용진각대피소~삼각봉~개미등~탐라계곡대피소~숯가마터~구린굴~관음사주차장 순.
흔히 9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잡는데 이는 눈꽃산행 때 아이젠을 찬 경우가 고려된 것 같다.
보통 산꾼이라면 빨리 걷지 않더라도 8시간대면 가능하다.
산행은 해발 750m인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한 눈에 숲이 깊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아 마치 밀림지대를 걷는 기분이다.
처음엔 한라산이라는 상징성과 꽝꽝나무 노가리나무 등
평소 못보던 수종이 눈에 띄어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길의 단조로움과 같은 수종의 반복, 그리고 꽉 막힌 조망 등으로 이내 지루함을 느낀다.
1시간30분 정도 뒤면 사라악약수터.
물이 나오는 파이프를 쓰러진 고목 안으로 넣어
제법 운치있게 만들어 놨다.
1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이 확 트인다.
바로 진달래밭대피소다.
해발 1,500m. 과거 산행통제땐 여기까지가 허용구간이었다. 건물 옆에 매점이 있어 대부분의 산꾼들이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컵라면과 음료수, 커피 등이 다른 국립공원보다 엄청 싸다.
이제 정상까지는 2.3㎞. 시간상으로 1시간 안팎.
해발 고도가 높아 키 큰 관목은 점차 줄어들고 구상나무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살아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죽어서는 오히려 신비스런 자태로 산꾼들을 맞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제주도 동쪽의 조망이 훤히 트이면서 동시에 섬 특유의 매서운 바람도 거세진다.
서귀포시가 저 멀리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중산간지대 사이의 수많은 오름들이 실루엣으로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침내 정상.
정확히 말하면 한라산 동능 정상.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백록담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영주산(瀛州山)이란 별칭이 붙었던가.
바람이 너무 거세 이내 입이 얼고 손이 소매 속으로 들어간다.
구름걷힌 백록담은 보고 싶은데 도무지 가을바람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차고 세다.
일순간 ‘와아’소리가 들린다.
백록담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내 구름이 시야를 가로 막는다.
물은 조금 뿐이었고 구름 사이로 까마귀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진 바람 때문에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북쪽인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조금 내려서니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이 많이 서 있다.
장관이다.
30분쯤 뒤엔 왕관릉 이정표가 서 있지만 실제론 볼 수가 없다.
좀 더 내려가야 한다.
곧 용진각대피소.
주변 봉우리 전체가 울긋불긋한데다 기암괴석마저 돌출돼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대피소 뒤편 봉우리는 젊은 산악인들의 설상훈련 장소로도 유명하다.
솥뚜껑처럼 생긴 붕괴위험건물을 지나 탐라계곡 최상부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제서야 왕관릉이 보인다.
이름처럼 암봉이 마치 왕관을 쏙 빼닮았다.
평소 건천인 탐라계곡은 국내 3대 계곡에 들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비가 오면 순식간에 폭포수처럼 계류가 쏟아지는 탐라계곡의 이끼 낀 초록의 자태는 과히 인상적이다.
산사면을 비스듬히 트래버스하면 이번엔 개미등.
생긴 모습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
길이 좁은데다 길 왼쪽에 바위절벽으로 철조망을 쳐놓았다.
폭설이 내리면 산사태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면 이번엔 등뒤로 삼각봉.
봉우리를 인위적으로 깎은 듯 삼각형처럼 생겨 신기할 정도다.
잘록한 개미목을 지나면 발밑 등산로에는 나무를 깔아 놓아 관광탐방로를 걷는 기분이다.
이후 탐라계곡을 두차례 정도 가로지르면 숯가마터와 구린굴 낭떠러지를 차례로 만난다.
여기서 날머리인 관음사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 전에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제주도에서 차지하는 한라산의 비중이 크다.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는 한라산은 제주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안개가 낀 백록담에 꽃사슴이 내려와 물을 먹고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동화같은 산으로 여겨지는
한라산은 신비감이 감도는 산이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영실 코스, 어리목 코스 등 네가닥으로 단촐하게 이어진다. 이 중 현재로선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정상 등정이 허용되고 있다.
어리목 코스는 1100번 도로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올라 서북벽을 구경하고 영실로 하산하는 것이 좋으며
오백나한의 기암과 건폭이 장관을 연출한다.
한라산은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봄의 한라산은 각종 야생화와 철쭉으로 산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여름엔 푸른 신록으로,
속살까지 볼 수 있는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과 억새가, 겨울엔 흰눈을 이고 있는 매력 넘치는 산이다.
당일치기로 한라산만 오르는 것은 너무 아쉽다.
1박2일로 느긋하게 산행후 제주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기분이다.
## 교통편
한라산은 산행시간이 길어 출발시간을 계절에 따라 세가지로 나눠 제한한다.
△ 춘추절기 (3~4, 9~10월) 오전 9시30분
△ 동절기(11~12월, 이듬해 1~2월) 오전 9시
△ 춘하절기(5~8월) 오전 10시. 이달에는 오전 9시30분까지는 매표소를 통과해야 한다.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 (064)713-9950.
부산서 한라산 등반을 하루만에 하려면 첫 비행기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 유의할 점 한 가지 : 공항에서 등산용 스틱과 맥가이버칼은 위험물로 취급돼 수하물로 맡겨야 한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 편집 = 조동섭기자
어리목코스 : 어리목코스는 영실코스와 함께 한라산(1,950m) 등산로 가운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산행 들머리는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어리목매표소와 어리목광장.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1100도로(제2횡단도로)상의 어리목정류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매표소에 닿는다.
이 코스는 영실코스와 만나는 백록담 서쪽의 윗세오름까지만 등산이 허용돼 정상에 오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반면 등산 소요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으며 자연경관,특히 설경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또 어리목광장 부근에서 노루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흔히 볼수 있으며 광장 북쪽 1.3㎞쯤에 있는
어승생악(1,176m·기생화산) 코스는 기상악화로 정상등반이 통제될 때도 산책삼아 오를수 있다.
어리목매표소∼어리목계곡∼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까지 등산코스는 약4.7㎞로 등산 2시간,
하산 2시간등 총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하산은영실코스로도 가능하며 1시간30분쯤 걸린다.
어리목계곡을 건너 참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1시간쯤 비탈길을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이는 사제비동산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윗세오름까지는 벌판에 쌓인 설경과 눈꽃이 장관을 이뤄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제비동산 허리를 타고 남동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가면 만수동산.
여기서는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으로 장구목, 오른쪽으로 위세오름의 세 봉우리가 펼쳐진다.
만세동산은 1천5백∼1천6백m,고지로 안개가 심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므로 편편한 돌이 깔리고 동아줄이 매어져 있는 등산로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해발 1,700m고지인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등산로는 끝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4(42)3084
영실코스 : 영실코스는 영실기암으로 유명한 등산로.
1100도로휴게소에서 중문쪽으로 1㎞쯤 내려온 뒤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따라
10여분 달리면 관리사무소와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까지는 제주∼중문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1시간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자가용이나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는 매표소를통과,영실기암 전시장이 있는 영실휴게소까지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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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휴게소에서 등산로가 끝나는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3.7㎞로 한라산코스중 가장 짧으며
등산시간도 1시간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휴게소에서 숲길을 20분정도 걷다보면 조그만 계곡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 급경사
비탈길을 1시간 정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등산화와 식수를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 코스 주변의 골짜기에는 「오백나한」등 영실기암이 선경을 이루고 기암건너편으로 존자암터가 있는
기생화산인 불래오름, 어슬렁오름등 제주서록의 오름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비탈길을 올라서면 구상나무숲이 시작되는 편편한 산길이 나타나 윗세오름입구까지 이어진다.
숲길을 빠져나오면 백록담 화구벽이 잡힐듯 다가서고 왼쪽으로는 윗세오름의 세 봉우리가,
오른쪽으로는 「선작지왓」이라고 불리는 고원평야 너머로 서귀포의 운해가 아득하다.
윗세오름대피소에는 간이매점과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통나무집 대피소가 있다.
영실매표소 064(47)4730. <백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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