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대청동 옛 서양풍 주택 보존안 마련을"

금산금산 2016. 7. 23. 21:34

"대청동 옛 서양풍 주택 보존안 마련을"





예술공간 활용에도 매각·임대 수차례 번복






▲ 예술인들의 창작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산 중구 대청동 복병산 자락의 일식가옥.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가 그간의 성과와 건물 보존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에 있는 정부 소유의 한 근대건축물이 임대와 매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이 안에 들어선 예술인 창작공간이 '위태로운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건물 자체가 지닌 역사적 가치가 높은 데다 그동안 입주작가들이 낸 성과도 커,

근본적인 건물 보존·활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병산 자락 1930년대 가옥  
4년 전 예술인들 입주 큰 성과  
 
정부 매각 땐 헐릴 가능성 높아
"市 매입, 활용 방안 찾아야"



17일 낮 부산 중구 대청동 복병산 자락의 한 골목. 커다란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양풍의 오래된 대저택이 나타난다.

남쪽 벽은 곡선으로, 동쪽 벽은 8각 형태로 지어져 고급스러움이 묻어 난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주택은 일본식 가옥과 서양 건축양식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다.

아치형 창문과 현관 원기둥 장식 등은 서양의 고급 주택을 연상케 한다.

내부는 일부 개조가 이뤄졌지만, 목조 지붕과 벽난로 등 건축 당시 구조가 상당 부분 남아 있다.



동아대 건축학과 건축역사이론연구실에 따르면 해당 주택은 1930년대 초에 지어졌다.

1934년 발간된 향토지 '신부산대관'을 보면 파노라마 사진 속에 해당 주택의 모습이 등장한다.

주택의 최초 소유자는 부산에서 석유판매점과 양초제조공장을 운영하던

일본인 사업가 다테이시 요시오(1883~1941) 씨로 조사됐다.

이후 아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패전과 함께 자산이 압류됐고, 적산가옥으로 분류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주택은 2012년부터 예술인들의 창작 레지던시 공간('복병산 창작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택의 가치를 눈여겨본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가 4가구 중 2가구를 임차해 예술인들과 함께 쓰고 있다. 그동안 영화·희곡·소설 등 다양한 분야 작가 20여 명이 머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 왔다.

입주작가인 성희엽 박사는 일본 근대사 100년을 다룬 '조용한 혁명'을 발간해 화제를 낳았다.

탈북 여성을 다룬 윤재호 감독의 다큐영화 '마담 B'는 올해 5월 칸 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최근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기록영화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여관과 주택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물을 관리하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 결정을 내렸다 번복하기를 반복해,

임차인 입장에선 언제 방을 내줘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이 확정되면, 주변 대저택들처럼 헐린 뒤 빌라나 아파트 등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캠코 관계자는 "당초 매각을 계획했지만, 전체 4가구의 계약기간이 맞지 않아 다시 임대하기로 했다""5년 뒤 다시 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해당 주택을 근본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활발하게 추진 중인 '사회적 주택'이 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사회적 주택이란 지자체에서 건물을 매입해 싼값에 청년·예술가에게 임대, 저리로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이다.

차재근 대표는 "시에서 매입한 뒤 예술가들이 입주해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창작 활동에 매진한다면, 마을과 예술을 함께 살리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