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 벚꽃길 지키자" 팔 걷은 부산 시민들
▲ 지난 3월 부산 도심의 대표적인 벚꽃 군락지인 수영구 남천동의 벚꽃 만개 모습. |
부산의 대표 벚꽃 명소인 수영구 남천동 벚꽃길이 인근 아파트 재건축으로 사라질 위기라는
소식(본보 17일 자 1면 보도)이 알려지자 벚꽃길을 보존하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부 엄미란(50·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는 벚꽃잎이 흩날리던 21년 전 4월의 남천동을 똑똑히 기억한다.
엄 씨의 남편이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엄 씨에게 프러포즈를 했기 때문이다.
벌목 위기 놓인 벚꽃 명소
SNS서 보존 요구 목소리
사진전·축제 아이디어도
엄 씨는 "해 질 녘 벚꽃길을 거닐다 말없이 결혼반지를 내민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하다"며 "그 추억 때문에 매년 봄 가족들과 연례행사처럼 남천동 벚꽃길을 찾았는데,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하니 마음 한쪽이 휑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송 모(31·서구 부민동) 씨에게도 남천동 벚꽃길은 첫사랑과의 아련한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다.
송 씨는 "군대 가기 전 만난 여자친구에게 '세번째 벚꽃이 피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다"며 "비록 첫사랑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벚꽃길이 사라진다면 첫사랑과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애호가인 윤재현(27·서울 종로구) 씨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부산이 고향인 윤 씨는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매년 남천동 벚꽃길에서 정기 출사 모임을 갖는다.
윤 씨는 "남천동 벚꽃길처럼 바다와 벚꽃이 어우러진 곳은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어 전국의 동호인들이 이곳을 좋아했다"며 "구청이 나서서 지난 40년간 벚꽃길에 쌓인 추억을 되새기는 사진전을 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천동 벚꽃축제'를 되살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 축제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남천2동 주민센터 주관으로 열렸다가 노점상과 입주민 간 분쟁 등으로 사라졌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벚꽃길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의 추억과 감성이 사라지고 있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조합 측이 벚나무를 소중히 생각해줬으면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남천2구역(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의 역사와 함께해 온 벚꽃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벚나무들을 다른 곳에 옮겨 놨다가 다시 심거나 새로 벚나무를 사 오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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