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들이 부산투어]
'가덕도' 근대문화유적 탐방
옛 포진지엔 뼈아픈 침탈사 흔적이
▲ '부산 속 들여다보기'가 가덕도의 근대문화유적을 찾았다.
외양포 마을 뒤편 언덕에는 일본군 포진지의 흔적과 막사 건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어디서 왔어예?"
"부산에서 왔습니다."
"여기도 부산인데예."
부산일보사와 부산시, ㈔서비스기업경영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부산 속 들여다보기'가
15일 부산의 최남단인 가덕도의 근대문화유적을 찾았다.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 어디냐고 물으면 영도라고 대답하는 분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영도보다 1.6배나 큰 섬 가덕도다.
2010년 가덕대교와 거가대교가 연이어 개통되면서 가덕도는 섬에서 육지로 바뀌었다.
부산시민들의 염원처럼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섰다면 가덕도는 더 많이 바뀌었을 텐데.
대항리 새바지 자갈 해변가
강점기 때 만들어진 인공 동굴
외양포 마을에 지은 일본군 막사
100년 전 시간 그대로 멈춘 듯
유람선 타니 패총 유적지 한눈에
프랑스풍 고딕 양식 등대 '우뚝'
■ 곳곳에 일제가 판 인공 동굴이
사병들이 사용했던 공중 화장실 흔적. |
부산역에서 투어 일행을 태운 버스는 가덕도로 향했다.
'대파를 뽑고 아파트를 심었다'는 명지와 부산 신항이 창을 통해 연이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뱃머리 모양의 대항전망대가 나타났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 열기가 뜨거웠을 무렵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했던 낯익은 장소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소죽도, 대죽도를 비롯해 대통령 별장이 있던 저도까지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 앞에는 추진력을 잃은 비행기 모형만이 우두커니 멈춰 있다.
가덕도 대항리 새바지 마을은 샛바람(동풍)을 받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새바지 자갈 해변의 인공 동굴이 오늘의 본격적인 첫 답사지다.
대항 외양포 마을에는 1904~1945년 일본군이 주둔했다.
이들이 탄광 근로자를 강제 징용해 동굴을 뚫었다.
강서문화원 송미령 해설사는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뒤 미군은 조선을 일본 본토 공격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을 논의했어요. 미군이 한반도에 상륙해 일본을 공격한다는 첩보가 입수되자 일제는 가덕도에도 인공 동굴을 조성했습니다"라고 설명해준다.
가덕도에는 대항동 앞 천성 동쪽 해안절벽 10여 곳 등에도 인공 동굴이 있다.
컴컴한 인공 동굴을 지나 환한 자갈마당으로 나왔다.
만약 미군이 한반도에 먼저 상륙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 시간이 멈춘 마을 외양포
사령관실로 썼던 건물의 지붕이 빨강, 파랑, 초록 등 색깔도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
선창에서 출발해 다소 힘든 고갯길을 넘어서 외양포 마을로 향했다.
이 마을에는 100여 년 전 일본군 제4사단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주둔했다.
마을 중간쯤에 사령관실로 썼다는 건물이 나타났다.
지붕이 빨강, 파랑, 초록 등 색깔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현재 4가구가 살고 있는데 각자 여유가 생길 때 조금씩 수선해서 그렇게 된 것이란다.
외양포 마을에선 이런 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외양포 방파제 앞 매점 건물은 그 당시 헌병대 막사 자리다.
건물 지하에는 감옥까지 갖춰 놓았다.
매점 앞 큰 기와 건물은 군대의 내무반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목조 벽 외부에 함석을 덧대고 지붕에는 일본식 기와를 올렸다.
햇볕이나 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창문 위 눈썹지붕도 일본 고유의 건축양식이다.
헌병대 건물 뒤편으로는 사병들의 공중 화장실 흔적도 보인다.
마을 뒤편 언덕에는 포진지의 흔적과 그 시절 일본군 막사 건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외부에서 쉽게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포진지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사령부발상지지'(司令部發祥之地)라는 내용의 요새 사령부 건립비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포 2대씩을 설치할 수 있는 발사대 터 3곳, 탄약고 2동이 보인다.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어서 건물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단다.
1904년 일본군은 외양포 주민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명령한다.
양천 허씨 집성촌이었던 마을 주민들이 고향을 버릴 수 없어 떠나기를 거부하자,
집과 세간을 불태우고 총과 칼로 위협을 가하는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 숭어 잡이에 가덕도 등대까지
외양포로 가는 고개에서 바라본 대항항의 전경. |
가덕도에 유람선이 등장했다.
'가덕유람선(010-6780-1599)'은 가덕도에서 나고 자란 김영석 씨가 운영하는 13t짜리 19인승 FRP선이다.
대항항 남쪽에서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두 차례 운항한다.
일행은 A, B 2개 조로 나눠서 유람선에 올랐다.
'부속들'로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좋다.
외양포의 패총 유적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신석기 시대 유적지라니 가덕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바닷가 언덕에 웬 원두막처럼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원두막은 숭어 잡이 할 때 어로장이 숭어 떼를 감시하던 망루다.
그 아래쪽 바다가 봄철이면 활기를 띠는 가덕도의 명물 숭어 잡이 어장이다.
가덕도에는 100년도 훨씬 넘은 전통어로법으로 하는 숭어 잡이가 유명하다.
육지와 바다에서 공동 작업으로 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육수장망(陸水張網)'이라고도 부른다.
어로장은 햇빛에 반사된 모습과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색깔로 숭어 떼가 몰려오는 것을 알아챈다.
산에서 고기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어로장이 "조지라!"며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일제히 그물을 끌어올려 고기를 잡는다.
설명을 듣고 가덕도 바다를 보니 숭어 잡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바닷가 절벽 위의 가덕도 등대. |
배는 파도를 헤치고 가덕도 최남단으로 향한다.
해식애(海蝕崖)!
마치 병풍을 친 듯한 절벽이 이어진다.
드디어 고대하던 것이 나타났다.
바닷가 절벽 위 하얀 건물이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50호인 가덕도 등대다.
1909년 건립된 프랑스풍 고딕 양식 건물. 이국적인 모습의 부속건물 중앙에 우뚝한 팔각형 등탑이 아름답다.
이 등탑은 2002년 바로 옆에 40m 높이로 건립된 새 등탑에 임무를 넘겨줬다.
가덕도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대다.
일주일 전에 예약하면 가덕도 등대도 구경할 수 있다니 외딴 등대에서의 하룻밤이 궁금하다.
낚시꾼들은 갯바위에 붙어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시간을 낚고 있다.
가덕도에 답사 왔을 때 빠지면 서운한 곳이 '소희네집'이다.
개불, 멍게, 해삼, 굴, 꽃게장, 가오리찜, 각종 해초 무침….
다양한 가덕도 제철 해산물로 장만한 정식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가덕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부산 이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야기 공작소[부산도시철도 2호선 스토리 여행]'금련산' 역을 걷다 (0) | 2016.11.11 |
---|---|
광안리 앞바다 '해상케이블카 사업' 반려 (0) | 2016.11.07 |
[속속들이 부산투어] '시네마 투어' (0) | 2016.10.18 |
부산시청 사상 초유 차압 '빨간 딱지' (0) | 2016.10.07 |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위해 유엔 역사 연계를" (0) | 2016.09.03 |